애플페이 선도적으로 도입했으나 수수료 문제 골치
브루노마스 부른 슈퍼콘서트 수익성 연결은 ‘글쎄’
분기 광고선전비 업계 1위 신한카드의 6배나 많이 써
회사보단 ’정태영‘ 브랜드만 보인다는 시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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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현대차 그룹 내에서는 물론, 카드업계에서도 존재감이 희박해졌던 현대카드가 다시 공세에 나섰다. 수수료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애플페이'를 전격 도입했고, 슈퍼콘서트를 부활시켜 팝스타 '브루노 마스'를 다시 한국으로 불러들였다.
카드업계에선 섣불리 진행하지 못하는 사업이지만 오너의 결단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런 활동들이 수익성·건전성 경영에 도움이 되느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회사'보다는 '오너 정태영'이 더 눈에 띠는 전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음달에 열리는 ‘슈퍼콘서트 27 브루노마스 내한공연’이 전좌석 매진됐다. 암표마저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2017년 열린 ‘슈퍼콘서트 22 콜드플레이 내한공연‘에 이어 두번째로 10만명 규모의 내한공연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대카드 입장에서 티켓판매 수익보다 비용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번 브루노마스 내한공연은 수익성보다는 다시금 현대카드라는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효과가 크다”라고 말했다.
같은 이유로 재무적 투자자(FI)들 사이에서도 그간 현대카드의 슈퍼콘서트에 대한 회의감이 컸던 것으로 알려진다. 비용은 많이 드는 반면, 실제 어떤 효과가 있는지는 계량적으로 측정되지 않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다만 오너인 정태영 부회장의 ‘브랜드’와 직결된 사업이다 보니 쉽사리 이를 반대하기 힘들었다는 평가도 있다. 실제 현대카드 내에서도 브랜드마케팅 관련 부서의 파워가 여타 카드사보다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현대카드가 지출하는 비용만 보아도 드러난다. 올해 1분기 현대카드는 광고선전비로 186억원을 지불했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가 30억원 수준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몇배나 더 큰 비용을 광고선전비로 지불했던 셈이다. 이런 점에서 FI 입장에선 코로나가 반가운 손님이었던 셈이다. 슈퍼콘서트는 코로나로 한동안 열리지 못했다. 하지만 작년에는 FI들마저 엑시트하면서 올해 슈퍼콘서트 개최를 방해하는 '시어머니'(?)도 사라진 상황이다.
애플페이 도입도 화제성 대비 회사가 짊어진 부담이 작지 않다는 평가다.
현대카드는 지난 3월 카드업계 최초로 애플페이의 국내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후 신규회원이 몰렸다. 2월 신규회원이 11만명 수준이었다면 3월에는 두배가량 증가했다.
다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애플에 주는 수수료 때문에 신규 회원가입 효과보다 비용 측면에서 부담이 더 클 수 있어서다. 애플페이 도입에 대해서 이미 카드사 전반적으로 도입을 검토했으나, 수익성을 담보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망설였던 부분이다. 현대카드는 정태영 부회장이란 오너가 있다는 점에서 애플페이 도입이 가능했던 측면이 있다.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애플에 줘야 하는 수수료 부담 때문에 카드사 전체적으로 고민이 컸던 부분이다“라며 ”정 부회장이 직접 챙기지 않았으면 도입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다보니 최근 일련의 이런 움직임이 회사의 수익성보다는 정 부회장이 세간의 이목을 끌기 위함이 아니란 평가도 제기된다. 이제 현대카드와 현대차그룹과 교통정리가 어느정도 마무리되면서 색깔내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평가다.
실제 그동안 현대카드 IPO가 중장기로 밀리고, 보험업 진출 후 푸본금융에 경영권이 넘어가면서 경영인 정태영에 대한 기대감이 이전과 같지 않았다. 심지어 KB카드에도 점유율이 밀리는 등 경쟁사들의 아성에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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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들의 경영참여도 정 부회장의 발목을 잡는 요소였다. 하지만 푸본금융이라는 새로운 주주가 초빙되고, 현대차그룹과 교통정리가 어느정도 마무리되면서 변화가 생겼다. 이제 관건은 우호지분으로 초빙한 푸본금융과의 관계가 지속적으로 잘 유지될 것인가 여부다.
한 현대카드에 정통한 관계자는 “정태영 부회장이 푸본그룹 오너 형제와 뜻이 잘맞는 점이 이들이 투자유치에 주효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라며 “푸본금융이 보유한 현대카드 지분이 작지 않아 이들의 영향력을 무시하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