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지분 투자로 수익률 등 보장 조건 중요
모회사 SK㈜ 부담될 조건 얻기 어렵다 시각
사업모델 다른 해외 자회사들 실사 어려움
CGT 유망하지만, 계획대로 성장할지 관심
-
SK팜테코의 상장전투자유치(프리 IPO)를 놓고 국내외 투자자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소수지분 투자인 만큼 결국 하방위험을 막을 장치(Downside protection)가 중요한데, 모회사인 SK㈜가 어느 정도의 회수 보장책을 부담할 수 있느냐가 핵심으로 거론된다. 세계 각지에 흩어진 서로 다른 성격의 자회사들을 계획대로 성장시켜갈 수 있느냐도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31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지난주부터 SK팜테코 데이터룸(VDR)을 열었다. 베인캐피탈, IMM PE, 스틱인베스트먼트, 스톤브릿지캐피탈, 코스톤아시아, 브레인자산운용 등 본입찰 적격후보들이 실사에 돌입했다. 침체한 시장에 몇 안되는 우량 투자건이다 보니 투자자들은 반드시 성사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르면 상반기 중 본입찰이 치러질 전망이다. 모건스탠리와 크레디트스위스(CS)가 투자 유치 자문사다.
SK그룹이 생각하는 SK팜테코 기업가치는 5조원 안팎이며, 투자 유치 규모는 5000억~6000억원대가 될 전망이다. SK팜테코가 전환우선주(CPS)를 발행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현재 SK㈜가 완전자회사 SK팜테코를 거느리고 있는데, 거래가 완료되면 투자자들은 10% 안팎의 SK팜테코 지분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소수지분 투자인만큼 SK그룹이 제시하는 수익 보장안이 가장 중요하다. SK그룹은 유동성이 풍부할 때는 3~4% 수준의 보장수익률을 제시했는데, SK온 투자유치에선 7.5%를 보장하기로 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최근 시장 금리를 감안하면 이번 거래도 그 정도 수준은 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SK그룹 계열사의 투자유치는 대부분 적격상장(Q-IPO), 콜옵션과 드래그얼롱 등을 활용한 구도였다. 상장으로 보장 수익률을 채워주지 못하면 투자자가 대주주 지분까지 묶어 팔고, 대주주는 그에 대응해 투자자 지분을 사주는 식이다. 지금까지 SK그룹 계열사가 풋옵션을 준 거래는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구조는 비슷할 것으로 거론된다.
다만 이번 거래는 지주사와 연계돼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거래 상황에 따라 SK팜테코의 모회사 SK㈜가 상환 책임을 지게 될 수도 있다. 그룹 전반의 재무 압박이 커진 상황에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번 투자유치는 미국 소재 회사인 SK팜테코가 우선주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미국 관련법에 따라 SK㈜가 지게 될 의무가 회계상 부채 성격을 갖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잠재 투자자 측 관계자는 “SK팜테코의 모회사 SK㈜에 부담이 되거나 부채로 잡힐 가능성이 있는 거래 조건은 얻어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K팜테코는 작년 약 9000억원의 매출과 500억원가량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전년 대비 각각 17%, 69% 성장한 수치다. 작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율은 16%에 육박했다. 손꼽히는 대기업의, 돈을 버는, 유망 산업 거래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사나 기관투자가 모두 SK그룹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이 많다면서도 관심을 갖고 있다.
다만 회사가 얼마나 성장할 것인지, 어느 정도로 낙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투자자들도 아직 확신을 갖지 못하는 분위기다.
SK㈜는 2019년 의약품 위탁생산(CDMO) 통합법인 SK팜테코를 출범시켰다. SK팜테코는 2021년 프랑스 이포스케시(Yposkesi)를 인수했고, 작년엔 4200억원을 투자해 미국 CBM(Center for Breakthrough Medicine) 2대주주에 올랐다. 한국 SK바이오텍, SK바이오텍 아일랜드(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의 아일랜드 공장, 2017년 인수), 미국 앰팩(Ampac, 2018년 인수)도 거느리고 있다. 이번 투자 유치금을 CBM 잔여지분을 인수하는 데 쓸 것이란 예상도 있다.
SK바이오텍, SK바이오텍 아일랜드, 앰팩은 합성원료의약품이 주력이다. 사업이 궤도에 올라 돈을 벌고 있다. 잠재 성장성이 큰 곳은 세포∙유전자 치료제(CGT, Cell & Gene Therapy) 사업을 하는 이포스케시와 CBM인데 아직 실적 기여도는 미미하다. 합성의약품과 CGT은 사실상 이종 산업이다 보니, 보통의 해외 법인을 살필 때보다 실사 난이도가 높다는 지적이다.
SK팜테코의 미래 가치는 CGT 쪽에서 찾아야 한다. 바이오의약품은 재조합 단백질(백신, 1세대), 항체 치료제(2세대)를 넘어 3세대 CGT로 발전하는 단계다. 회사도 CGT 쪽 설비를 증설해 경쟁력을 끌어올릴 계획인데, 아직 시장이 성숙하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도 2세대에 주력하고 있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SK팜테코의 자회사는 사업 모델이 달라 실사 시 각각의 회사를 다 살펴봐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SK팜테코가 CGT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완전한 상업화에 성공해서 돈을 벌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른 투자자 측 관계자는 “SK팜테코는 이포스케시 가치가 앞으로 조단위로 성장할 것이라고 하는데, 아직 매출도 미미하고 가보지 않은 상황에서 그 정도 값을 매길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SK그룹이 외국인 위주의 계열사 경영진을 잘 이끌어 가고 있는지도 살펴봐야 할 요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