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경영 사태"…양사 적극 영업 나서
딜 선점 나서고 자문 수수료 할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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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스위스 투자은행(IB) UBS와 크레디트스위스(CS)가 결합을 앞두고 있다. 이르면 내달 중 법적으로 한솥밥을 먹게 되겠지만 양사 국내 지점은 1년 이상 수임 경쟁을 이어가야 할 전망이다. 국내 인력을 모두 데려가기 어려운 만큼 이 기간 성적표에 따라 본사 차원에서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UBS와 CS의 기업결합은 비교적 수월하게 이뤄지는 모양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5월 25일 UBS의 CS 인수 제안을 승인했다. EU 집행위는 유럽경제지역(EEA)의 경쟁을 크게 제한하지 못할 것이며, 모든 시장의 광범위한 경쟁자로부터 경쟁 압력이 계속 있을 거라 판단했다. 앞서 같은 달 18일 국내 공정거래위원회도 금융투자업 시장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우려가 없다는 판단하에 양사의 인수를 조건 없이 승인했다.
당초 현지 본사 결합에도 국내 지점 간 합병까진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시각이 많았지만 법적으론 이른 시일 내 한 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양사 인수합병(M&A) 주관 경쟁에서도 이해상충 우려로 인한 교통정리가 진행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결합 이후에도 양사 국내 지점은 1~2년 동안 각자 영업을 이어나갈 전망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지점 인력은 UBS 홍콩 지부에서 담당하는데 시장 네트워크나 커버리지 측면에서 인력이 겹치기 때문에 인력 모두를 남기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향후 수수료 수익에 따라 CS는 물론 인수 주체인 UBS 국내 지점도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얘기"라고 전했다.
이미 UBS와 CS 모두 수임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인수 논의가 시작됐을 당시부터 양사 모두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UBS가 작년 글로벌 시장에선 M&A 자문 리그테이블에서 2위를 차지했지만 국내에선 CS에 비해 존재감이 낮은 편이다. 이 때문에 UBS 측 영업이 특히 바빠졌단 관전평도 나온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작년과 비교하면 UBS 측의 영업전이 특히 치열해진 것으로 보인다"라며 "국내 M&A 시장에서 CS가 워낙 발이 넓은 것도 있지만 UBS는 본사 차원에서 요구하는 수임 수수료 하한선이 높아서 허들까지 신경 써야 하는 탓"이라고 말했다.
좋은 거래 제안서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 얼마나 빠르게 주선 권한(맨데이트)을 확보하느냐도 변수다. 곧 법적으론 하나의 회사가 되기 때문에 어느 한쪽이 매각 주관 지위를 확보하면 다른 한쪽은 인수 자문에 나설 수 없다. 회계실사나 법률자문에선 하나의 법인이 매각과 인수 양측을 자문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재무자문의 경우 이해상충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자문시장 한 관계자는 "CS가 매각 자문 계약을 체결한 매물에 대해선 UBS가 자동으로 원매자에 대한 자문 영업을 포기해야 하는 구도"라고 전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양사 신경전과 물밑 수싸움도 심화하는 모습이다. 양사 모두 계속해서 실적을 쌓아야 하는 만큼 염가 수임에 나서려는 정황도 엿보인다. 내부 심사를 통과하기 위한 최소 자문 수수료보다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는 식이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양사는 선의의 경쟁에 나선 모양새긴 하지만, 기업결합 때문에 할 일이 많아진 데다 서로 다른 문화가 섞여 껄끄러워질 것이라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며 "영업 과정에서 클라이언트에게 양사를 대표하는 듯한 뉘앙스를 비춘 사례 등이 거론되며 신경을 곤두세우기도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