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인수 불가한 만큼 IPO 주관 지위 반납할 전망
SK에코플랜트·두산로보틱스 등 외국계 IB 관심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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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크레디트스위스증권(CS) 서울지점이 맡고 있던 기업공개(IPO) 주관사 자리가 공석이 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UBS에 피인수된 CS 서울지점의 역할이 북(book)을 쓰지 않는 자문영역으로 한정될 것으로 전망되며, 증권 인수업무를 동반하는 IPO 주관사로 남아 있긴 어려운 탓이다.
벌써부터 SK에코플랜트와 두산로보틱스 등 대어급 주자의 주관 자리를 두고 투자은행(IB) 업계의 관심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일부 국내외 IB들은 현재 CS가 보유 중인 IPO 주관 권한(맨데이트)에 눈독을 들이고 물밑 작업에 들어갔다. 본사 차원에서 UBS와 결합이 마무리되면 피인수 대상인 CS는 독립된 금융투자회사로서 증권 인수업무를 이어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까닭이다.
UBS 본사 방침상 양사 서울지점이 당장 한솥밥을 먹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CS의 국내 영업은 재무자문 등 용역 거래로 좁혀질 가능성이 크다.
CS는 그간 국내 IPO 시장에서 카카오뱅크ㆍ크래프톤ㆍSK IET 등 대어급 IPO 주관 트랙레코드를 꾸준히 쌓아왔다. 지난해 SK에코플랜트 IPO 대표주관사로 선정된 데 이어 올초에도 두산로보틱스 IPO 공동주관사로 이름을 올렸다.
만약 이 자리가 비게 된다면, 최근 일감이 부족한 국내외 IB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결합 이후 CS는 국내에서 IPO 주관 등 북(book)을 쓰는 영업은 못하게 될 전망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보유하고 있던 주관사 지위를 내려놓아야 할 수도 있다"며 "이 때문에 특히 외국계 IB 등에서 빈 자리를 차지하려는 분위기가 전해진다"라고 말했다.
CS가 주관 지위를 반납할 경우 외국계 IB가 이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이다. 공모 규모가 수천억원을 넘어서면 해외 투자자 유치가 필수적인데, 그간 대어급 발행사는 대체로 외국계 IB를 주관사단으로 선정해 대응해왔다. 영문 투자설명서(OC) 작성부터 해외 기관투자자 대상 영업까지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UBS와의 통합 후 부문별 성과에 따라 차후 본사 차원의 구조조정이 진행될 수 있는만큼, CS도 강점이 있는 M&A 자문 분야에 힘을 쏟으려는 분위기가 전해진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그간 자체 네트워크 바탕으로 투자자를 유치하던 토스뱅크가 올 초 CS를 증자 주관사로 선정했다가 UBS와의 합병 등 사정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했다"라며 "CS 입장에선 영업 중 한 축이 빠지게 된 만큼 영향력 유지를 위해 더 바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