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기조에 자산가치 하락하며 리파이낸싱 난항
고유계정 포함 1350억 투자한 하나證 손실 촉각
국민은행·대신證·한국證 펀드 판매 상위사로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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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지스자산운용이 공모펀드로 편입한 독일 트리아논 빌딩 자금조달에 사활을 걸고 있다. 자산가치가 하락하며 대주단으로부터 대출 상환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EOD(기한이익상실)만 간신히 막은 상태로 파악된다.
펀드 만기는 오는 10월이다. 특히 공모ㆍ사모펀드 판매와 고유계정 등을 포함해 1350억여원의 자금을 투입한 하나증권의 손실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4일 이지스 글로벌부동산 투자신탁 229호 운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독일 트리아논 빌딩의 LTV(매매가액 대비 대출비율)는 69.1%로 집계됐다. 대출관련 약정서상 LTV 70% 이상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EOD 사유가 된다.
트리아논 빌딩은 이를 간신히 면한 상태인 것이다. LTV는 지난해 12월 한때 70%를 넘어서기도 했으나, 이지스운용이 일부 상환을 통해 69%로 낮춰놓은 상황으로 파악된다.
이지스운용은 자금조달에 사활을 걸고 있다. EOD를 면했다고 해도 대출상환 압박은 지속되고 있다. 캐시트랩(Cash Trap) 약정 조항에 따라 LTV 비율이 65%를 넘으면 선순위 채권자들이 배당(임대료)을 일시적으로 유보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트리아논 빌딩의 LTV가 65% 아래로 떨어질 때까지 배당이 중단되는 것이다. 이지스운용은 지난 2월부터 배당금 지급을 중단했다.
글로벌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신규 리파이낸싱은 녹록지 않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고금리 인상 기조에 조달금리가 올라가면서 유럽 도심의 상업용 오피스 빌딩 가격은 하락 일로다.
아울러 트리아논 빌딩의 주요 임차인이던 데카뱅크가 임대차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자산가격 하락이 본격화됐다는 평가다. 데카뱅크는 독일의 저축은행연합회격인 은행으로 트리아논 빌딩의 약 60% 가량을 사용 중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신규 대주단 구성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 투자자들의 손실 가능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BNP파리바의 감정평가에 따르면 트리아논 빌딩의 가치는 5억4400만유로(약 7700억원)로 펀드 설정 당시(2018년 10월)인 6억4700만유로(약 9100억원) 대비 16% 하락했다.
만약 이 감정평가 가치로 매각이 된다면, 국내 투자자에 돌아오는 자금은 1억6800만유로(24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당초 에쿼티 투입금인 3700억원의 65% 수준이다. 캐시트랩을 해제하기 위해 추가로 펀드 자금이 투입된다면, 투자 회수 금액은 더욱 적어질 수 있다.
최악의 에쿼티 전액 손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관측이다. 자금조달금리가 치솟으면서 감정평가가치 역시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유럽 중앙은행 기준금리는 1년간 제로수준에서 최근 3.75%까지 급격히 상승했다.
이 과정에서 딜 소싱 및 자금 조달에 핵심 역할을 했던 하나증권의 손실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단 관측이 제기된다. 이지스운용은 공모ㆍ사모펀드를 혼합해 총 3700억원의 에쿼티 자금을 트리아논 빌딩에 투입했다. 이 중 하나증권을 통해 들어온 자금이 3분의 1 가량인 1350억원으로 파악된다.
이 자금 중에는 하나증권 고유계정 자금도 함께 투입돼 있다. 정확한 투입 규모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트리아논 빌딩의 경우 일찍이 자산 매각 기회가 있었으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기회를 놓쳤다고 전해진다.
하나증권 외 국내 주요 기관 중에는 키움그룹이 트리아논 빌딩을 편입한 사모펀드에 380억원을 출자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해당 자산을 담은 펀드는 하나증권 외에도 다수의 판매사를 통해 판매됐다. KB국민은행, 대신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 펀드 판매 상위사로 거론된다. 공모펀드 판매 규모만 1800억원에 달하는 해당 자산에서 손실이 생길 경우, 적지 않은 파장이 발생할 것이란 예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