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매물 5~6곳…하나금융 등 큰손도 후보군 물색
제각각 CSM은 시장서 불신…당장 성사 어렵단 평
고무줄 밸류로 돌아온 '자율성'…당분간 깜깜이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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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장 상태에 가깝던 보험사 인수합병(M&A) 시장이 올해 첫 실적 시즌을 거치며 조금씩 활기를 보이고 있다. 팔고 사는 이 모두 새 회계기준(IFRS 17) 적용 결과가 드러나는 1분기 성적표를 개장 신호로 삼았던 터라, 자문 시장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다만 당분간 본격적인 거래 협상까지 진행되는 사례는 제한적일 거란 목소리가 많다. 시장이 실적을 믿지 못하는 터라 보험사 가치가 사실상 깜깜이 국면이란 평가다.
4일 투자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잠재 매물로 분류되던 보험사와, 포트폴리오 확충이 필요한 금융지주를 상대로 자문사들의 수임 경쟁이 한창이다. IFRS 17을 첫 적용하며 보험사 전반이 사상 최대 이익을 내놓자 원매자들도 매물들을 새로 살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일단은 IFRS 17 적용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이다. 현재 보험 업계에서 매각 가능성이 거론되는 후보군만 KDB생명, ABL생명, 동양생명, MG손해보험 등 5~6곳 이상인데 대부분 수년 전부터 매각설이 거론돼 온 곳들이다. 후보군 중 한 곳인 AXA손해보험은 현재 교보생명으로 매각 가능성이 거론된다.
하나금융 등 큰손들도 행동에 나선 모습이다. 하나금융은 지난 수년 동안 투자은행(IB) 등 자문사를 통해 보험사 인수 채비를 갖춰왔다. CSM으로 개별 보험사가 보유한 계약의 미래 가치가 드러나자 종전보다 폭넓게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M&A 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 시장에서 보험업계의 1분기 실적을 불신하고 있긴 하지만 CSM을 기준으로 각 보험사 자산이나 보유계약의 내실은 방향성이 잡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매각자건 인수자건 올해 1분기 실적 발표를 분수령으로 삼고 있었던 터라 자문 수요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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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보험사 가치 평가 측면에서 혼선이 불가피해 당분간은 거래 성사가 쉽지 않을 거란 우려가 나온다. 가격에 대한 눈높이 차이가 커졌기 때문이다.
CSM은 IFRS 17 이후 보험사 가치를 나타내는 핵심 척도로 꼽힌다. 증권가도 각 보험사의 당기 CSM과 향후 성장성을 기반으로 5월 이후 기업 가치를 전망해온 편이다. 그러나 각사 가정치에 따라 CSM이 천양지차를 보이며 시장이 평가 자체를 유보하는 모양새다. 상장 보험사 주가도 실적 발표가 집중된 지난 5월 중순을 전후해 급등과 급락을 보였다.
금융사 한 임원은 "도입 전반 과정을 따지면 20년이 넘게 걸린 작업인데 금융당국에서도 다소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원래도 금리가 핵심 변수였지만 발표 시점 변동성이 사상 최대 실적으로 나타나며 충격이 더 커졌다"라며 "회사나 투자자를 포함한 시장 전반 불만이 상당한데, 연내 가이드라인 마련은 가능하겠지만 각 보험사 1분기 재무제표는 상당한 변화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 보험사의 시가가 시장에서 신뢰받지 못하는 만큼 M&A 역시 흥정이 어려워졌단 분석이다. 1분기 재무제표를 그대로 인정할 경우 예상 매각가의 2배 이상 가치가 매겨지는 곳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인 회사도 있다. 자문 업계에서도 대응에 애를 먹는 것으로 전해진다.
ABL생명 등 1분기 실적을 통해 M&A 시장에서 재평가가 이뤄지는 사례도 언급되나 한동안 깜깜이 국면이 지속될 거란 목소리가 적지 않다.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이 마련된다 해도 시장에서 합의할 수 있는 적정가치가 자리 잡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자문 업계 한 관계자는 "매각자 측에선 이번 IFRS 17 이후 실적을 기준으로 협상에 나서려 할 텐데 원매자 입장에선 숫자를 인정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라며 "IFRS 17 도입 취지 자체가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각사에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긴 하나 발표한 CSM과 주가 괴리만 커지며 사실상 고무줄 밸류란 말이 나온다. 대강의 멀티플(배수)을 구하기도 어렵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