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XC 지분 29%에 4.7兆 평가…캠코 매각 추진
비상장사 2대주주 지분, 매각 쉽지 않다 평가
돈 많아도 살 실익 의문…대주주 존재감 부담
일가 지분까지 사거나 협조 얻어야 한다 평가
-
- 이미지 크게보기
- (그래픽=윤수민 기자)
정부가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자 유족이 상속세로 물납한 그룹 지주회사 NXC 지분을 매각한다. 이 지분은 시가총액 20조원 이상인 넥슨 지분의 영향으로 4조7000억원으로 평가됐지만 비상장사의 경영권 없는 주식으로 실질 매력도는 낮다. 원매자를 찾기도 제값을 받기도 쉽지 않다.
NXC 물납 지분 매각이 성공리에 마무리되려면 결국 지금 대주주와 교감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금 매각 대상 지분은 별다른 힘이 없기 때문에, 향후 경영권 지분까지 인수할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경영권 매각과 비슷한 양상으로 이어질지 시선이 모인다.
NXC는 최근 공시를 통해 지난 2월 정부(기획재정부)가 자사 지분 29.3%를 보유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정주 창업자가 작년 초 별세한 후 주식을 물려받은 두 자녀가 상속세를 주식으로 물납한 것이다. 물납 지분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해 매각할 계획이다.
정부는 NXC 물납 주식 가치를 4조7000억원으로 평가했다. NXC는 자사와 완전 자회사(NXMH B.V.)를 통해 일본에 상장돼 있는 넥슨(NEXON Co., Ltd.) 지분 약 46%를 가지고 있다. 넥슨 시가총액(약 23조5000억원)과 지분율, 최대주주의 상속세율(기본 50%에 30% 가산) 등을 가치평가에 반영했을 것으로 보인다.
평가대로 팔리면 정부 세수 확보에 도움이 되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 매물은 인수자를 찾기 가장 힘들다는 ‘비상장사의 2대 주주 지분’이다. 매도자가 국가인 만큼 기존 오너일가의 입장과 무관하고, 지분율도 오너일가의 특별결의를 막을 수 없는 수준이다. 비상장사니 2대 주주라 한들 확보할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이다.
넥슨은 작년 매출 3537억엔(약 3조3000억원), 영업이익 1037억엔(약 9700억원)을 기록했지만 배당금 지불액은 약 88억엔(약 820억원)에 그쳤다. NXC가 그 절반을 가져오고, NXC 주주에 다시 배당한다 해도 각각 수백억원 수준에 그친다. 이 정도 이익을 위해 수조원을 투자할 만한 곳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
작년 초까지만 해도 일부 국내 대기업이 넥슨에 관심을 가졌다. 이후 경기 부진이 이어지며 시선을 거둬들였다. 실물 기업투자도 망설이는데 게임회사에 대규모 자금을 넣기 쉽지 않다. 가상화폐 등 그룹 차원에서 진행하던 사업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시들해진 상황이다. 넷마블, NC소프트 등 경쟁사는 돈 외에 기업결합도 신경써야 한다. 글로벌 사모펀드(PEF)는 돈이 많지만 IPO나 기타 보장 조건 없는 소수지분 거래는 꺼리고 있다.
국내 게임 시장에 관심을 가져온 해외 기업이 우선 잠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텐센트 등 중국 회사는 몇해 전부터 국내 게임사들 지분을 대거 사들여 왔다. 넥슨의 최대 IP인 던전앤파이터는 중국에서 여전한 흥행 파워를 보이고 있다. 자본력 대비 IP가 부족한 중국 공룡 기업 입장에선 넥슨에 대한 간접 영향력이라도 탐낼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중동 자금도 한국 시장에 관심이 많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PIF는 작년말 기준 일본 넥슨 지분 9.14%를 가지고 있고, NC소프트의 주요 주주기도 하다. 액티비전 블리자드, 일렉트로닉아츠(EA), 캡콤 등에 투자한 이력도 있다. 최근 쌓여가는 오일머니를 감안하면 수조원의 투자가 불가능하지 않다. 물론 시장에서 넥슨 지분을 늘려온 PIF가 비상장사 주식에 얼마나 관심을 가질지는 미지수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팔 NXC 지분 29.3%는 ‘아무 힘없는 주식’이라 돈이 넘쳐나는 곳이 아니면 사가기 어려울 것”이라며 “팔리더라도 크게 할인돼 팔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상속세로 물납한 비상장사 주식이 매각에 어려움을 겪은 사례가 많았다. 가치평가가 어렵고 정보도 부족해 외부인이 관심을 갖기 쉽지 않아서다. 자동차 시트 업계의 양대 산맥인 다스도 40여 차례 유찰된 끝에 매각이 보류된 바 있다. 유찰이 거듭되면 최초 매각 예정 가격에 할인율을 적용하기도 하지만, '현실적인' 가격이 될 때까진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NXC 지분을 쪼개 파는 안을 검토할 수 있으나 그래도 규모는 수천억원이다. 영향력은 극히 미미해지게 된다. 일각에선 NXC가 자사주 형태로 인수해 오너 일가 지배력을 공고히 할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한다. 그러나 NXC 자체엔 자금이 많지 않고, 특수관계다 보니 가격 조정도 쉽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
결국 그냥 NXC 물납 지분만으론 시장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현재 대주주가 지분을 내놓거나 다시 상속할 일이 생기지 않는다면, 지금 나온 주식 자체는 큰 효용이 없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는 오너일가의 NXC 지분과 연계 가능성이 담보돼야 성사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소수지분 투자자로서 안정적인 회수를 하기 위해서도 대주주의 협조가 필수다.
다른 M&A 업계 관계자는 “캠코를 통해 나올 NXC 주식은 사전에 넥슨 측과 교감을 갖고 현재 대주주 지분까지 같이 사겠다는 논의가 전제돼야 살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이 경우 대주주 지분은 프리미엄을 조금 얹어서 사고, 정부 지분은 싸게 사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거래 양상은 과거 넥슨 M&A와 비슷해진다. 창업주 일가는 신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게임 산업을 정리하는 안을 추진했었다. 일본 상장사 넥슨 주식을 파느냐, NXC 지분을 파느냐로 장고를 거듭하다가 2018년 하반기부터 NXC 매각이 본격화했다. 국내외의 대형 PEF와 게임사, IT기업 등이 인수 후보 물망에 올랐다. 몇몇 후보는 최대 15조원으로 거론된 몸값을 마련해올 정도로 의지를 보였다. 2019년 6월 김정주 창업주가 NXC 지분 매각 보류를 결정하며 거래는 결국 무산됐다.
한 글로벌 IB 관계자는 다만 “이번 사안이 어떻게 진행될 지 관심을 갖고 있지만 오너 일가는 일단 지분을 팔 생각이 없어 보이고, 2대 주주에 IPO 등 회수 보장 조건을 줄지도 의문”이라며 “오너 일가와 정부가 주식을 현물로 납부하면서 어떤 합의를 했느냐에 따라 향후 매각 결과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