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성 높여 완충장치로...보험사 배당 재원은 줄어들 수도
"아직까지는 고민하는 단계...당면 현안 해결 후 추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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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보험사에 은행 수준의 대손 준비금을 쌓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보험사 실적 변동성이 커진 만큼 충분한 자본력을 갖추라는 의미다. 아직까진 검토 단계지만, 만약 현실화 할 경우 보험사 호실적에 배당 기대감이 커졌던 투자자들의 실망이 이어질 전망이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보험사의 대손 준비금 적립 기준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보험사의 대손 준비금 적립 기준을 은행 수준으로 높이는 방안이 거론된다. 현재 보험사는 자산의 2% 이상을 대손 준비금으로 쌓도록 되어 있고, 은행은 자산의 7% 이상을 대손 준비금으로 쌓고 있다.
은행 수준의 대손 준비금을 쌓게 되면 보험사들은 벌어들인 수익 중 일정 부분을 활용해야 한다. 자연히 순이익 규모도 줄어들게 된다.
금융당국이 보험사 대손 준비금 적립 기준을 손보려는 까닭은 실적 변동성 때문이다. 이전보다 순이익 편차가 심해지고 재무제표마저 신뢰하기 어려워지자, 일단 보수적으로 재정을 운용하라는 의도로 분석된다.
실적 변동성이 커진 배경 중 하나로 신 국제회계기준(IFRS14)은 물론, 금융자산에 대한 새로운 회계 기준인 IFRS9이 꼽힌다. IFRS9은 올해부터 처음으로 보험사에 적용됐다. 보험사들은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를 기반으로 자산 운용을 하는데, 이때 자산의 상당 부분이 채권, 주식 등에 투자된다. 이를 분류하는 방식을 다룬 회계 지침이 IFRS9이다.
이전 분류에 따르면 보험사가 투자한 자산의 수익이 회계적으로는 당기 손익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IFRS9이 도입되면서 매도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자산을 보유할 경우 당기 손익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금감원이 2018년에 분석한 바에 따르면 IFRS9 도입 시 금융자산 중 당기 손익 자산에 미치는 자산의 비중이 보험사의 경우 도입 이전 3.6%에서 22.6%로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해당 회계 기준을 도입한 은행에서는 변화폭이 미미한 수준에 그쳤지만 보험사에서는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 것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IFRS9 효과가 손익에 영향을 주게 되었다"라며 "금리 변화에 따라 손익이 영향이 커지게 됨에 따라 이에 따른 안정적인 자본 관리가 중요해졌다"라고 말했다.
즉, 대손 준비금 적립 기준을 상향해 손익 변화에 완충 장치로 활용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더불어 올해 1분기처럼 실적이 좋아지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에게 과도한 배당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상장 보험사의 경우 올해 회계상 실적이 좋아지면서 배당 기대감 등으로 주가가 크게 오른 바 있다.
이 관계자는 "보험사 회계 지침 가이드라인이 내려간 지 얼마 안 된 시점이라 대손 준비금 비율 조정은 아직까지는 고민 중인 단계"라며 "만약 추진한다면 현안 이슈들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