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롯데건설發 유동성 위기 심화" 지적
아홉번째 日롯데홀딩스 경영권 확보 시도
경영권 장악 여부 예단하기 어렵지만
롯데 경영 위기 지속하면, 공세 거세질 듯
-
고(故) 신격호 회장의 장남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경영권 확보 노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제껏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홀딩스 임직원 단체인 종업원지주회에 가로막혀 경영권 확보에 성공한 적은 없지만 여전히 포기할 뜻은 없어 보인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28일 정기주주총회를 연다. 이번 주총에 앞서 신동주 회장 측은 본인의 이사 선임, 그리고 유죄 판결을 선고 받은 부적절한 인물의 이사 취임을 방지하기 위한 정관 변경을 제안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점을 노린 전략이다. 신동주 회장은 지난 2016년부터 총 8번에 걸쳐 신동빈 회장의 해임을 시도한 바 있다.
신동주 회장의 경영권 확보 여부를 차치하고, 이번 경영권 장악 시도는 롯데그룹에 전반적인 경영 위기가 확산하고 있는 시점이란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하향 조정했다. 구체적으론 ▲롯데지주 AA→AA- ▲롯데케미칼 AA+→AA ▲롯데캐피탈 AA-→A+ ▲롯데렌탈 AA-→A+ ▲롯데쇼핑 AA→AA- ▲코리아세븐 A+→A 등이다.
이 같은 평정에 주요한 원인은 그룹의 중추인 롯데케미칼의 부진이다. 회사는 영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이 줄어들고 있는데 차입금 규모는 빠르게 증가하며 재무 부담이 커졌다. 롯데케미칼은 2조4000억원 규모의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인수, 인도네시아 LINE프로젝트 등으로 대규모 자금소요가 발생했고 상당 부분 차입에 의존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자체적인 자금 부담 이전에 그룹 위기의 뇌관은 롯데건설이었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메리츠금융그룹의 1조원대 긴급 자금 지원을 통해 급한불을 일단 껐다는 평가를 받지만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향후 1년내 5400억원 이상의 사채 만기에 대응해야 하는데 투자자들의 건설업 투자 심리는 여전히 냉랭하다. 대형사를 포함한 건설사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위기가 상존해 있기 때문에 롯데건설을 지배하는 롯데케미칼, 롯데지주까지 PF위기의 여파가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지난해 롯데건설의 위기 당시엔 계열사들이 총동원하며 계열사간 재무적 연결고리가 더욱 강해졌다.
롯데건설의 PF발 위기가 불거진 지난해 롯데케미칼은 롯데정밀과 함께 총 9000억을 대여했다. 호텔롯데와 롯데케미칼은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직접 참여했다. 호텔롯데는 지난해 말 롯데건설의 2000억 규모 전환사채(CB)에 대한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었고, 롯데케미칼 역시 2000억원 규모 롯데건설 발행 공모사채에 보증을 섰다. 메리츠금융그룹과의 1조5000억원 규모 자금 약정에서도 롯데정밀과 롯데물산, 호텔롯데가 후순위 출자자로 참여하며 지원했다.
그 당시 롯데건설에 대한 계열사들의 지원책이 속속 등장하자 그룹 상장사 전반의 시가총액이 하락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롯데건설→롯데케미칼→롯데지주' 그리고 계열회사 전반에 걸쳐 위기의 고리가 연결돼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을 신동주 회장은 현재 상황을 이번 경영권 장악 시도의 무기로 삼고 있다.
신동주 회장은 롯데홀딩스 이사회에 "롯데건설 발(發) 유동성 위기가 점차 심화하는 경영 위기 속 롯데그룹 전체 기업가치 유지 및 향상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며 "한일 롯데그룹 사업의 총괄 및 감독 책임을 지고 있는 롯데홀딩스에 견해를 밝혀줄 것"이라고 질의했다.
다만 이번 주총에서도 신동주 회장의 승리를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주는 ▲광윤사(28.1%) ▲종업원지주회(27.8%) ▲관계사(13.9%) ▲가족 등(13.6%) ▲LSI(10.7%) ▲임원지주회(6%) 등으로 구성돼 있다. 신동주 회장은 광윤사의 최대주주이지만 나머지 주주들의 동의 없이는 경영권 확보가 어렵다.
지금은 "신동주 회장이 장자(長子)라는 적통성을 내세우기 보다 경영권 확보를 위한 확실한 명분과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할 때"라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롯데그룹의 경영 리스크가 지속할 경우 경영권 분쟁이 언제든 되살아 날 수 있다는 점, 오너 2세대를 넘어 3세대까지 그룹 경영권 리스크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