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두산' 조심스러운 국내 투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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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밥캣의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거래에선 '두산그룹'을 바라보는 국내외 투자자들의 시각차가 감지됐다. 두산밥캣 자체의 성장세에 주목한 외국계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며 지분율을 확대했지만, 상대적으로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대주주 리스크에 주목한 점이 눈에 띄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21일 두산밥캣 지분 4.99%(500만주)를 블록딜로 매각했다. 주당 매각 가격은 5만5200원으로 전일 종가(5만9900원)에서 7.85%의 할인율을 적용했다. 전일 장 마감 직후부터 수요예측을 진행했고, 최종 주식을 인수한 주체 가운데 해외 투자자의 비중이 70~80%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블록딜 전후의 외국인 투자자 지분율은 매각 직후 3%포인트(p)가량 늘어난 약 38%를 기록했다. 국내 기관들 상당수가 수요예측 과정에서 외국인 투자자들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주문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비교적 많이 몰린 데는 '두산그룹'이란 대주주 리스크에 덜 민감할뿐더러, 두산밥캣의 자체 사업에 주목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산밥캣의 기업가치(밸류에이션)은 비교기업(피어그룹)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다올투자증권에 따르면 두산밥캣의 PER은 7배로 글로벌 탑티어인 ▲캐터필러(15~20배) ▲디어(15배) ▲CNH인더스트리얼(10배) ▲쿠보다(12~18)배보다 낮다. 두산밥캣의 적정 PER로 12배를 제시했다.
국내 증권사 한 연구원은 "2022년에 PER이 유독 낮은 것은, 기대 이상의 이익 실현을 주가가 따라가지 못했던 부분과 PRS 오버행 이슈가 11월에 부각되었기 때문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두산밥캣 내부에 정통한 관계자는 "하반기 투자를 계획중인 두산에너빌리티가 현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두산밥캣 내부에서 자사의 주가 상단을 6만3000원대로 예측해 블록딜을 진행했다"며 "1분기 호실적 발표 이후에 52주 신고가를 기록했으며, 북미에서 주문대기(백오더)가 몰려있는 영향으로 2분기 실적도 양호할 전망"이라 밝혔다.
반면, 국내 투자자는 복합적 요인으로 블록딜 참여에 저조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두산밥캣은 소형건설기계라 광산 개발·지진 복구 등에 사용하기 어려워 피어그룹 대비 인프라 호황에 영향을 덜 받는다"며 "채권단 체제를 벗어났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두산그룹 관련 투자에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다"고 말했다.
다른 투자금융업계 한 관계자 또한 “이번 블록딜은 매각 주체가 대주주이고, 두산밥캣의 주가가 연초 대비 73% 상승한 상태에서 결정됐다는 점에서 단기 투자 심리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며 “올해 회사의 주가 급등 역시 오버행 이슈와 관련이 있었기 때문”이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