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랑 똑같은데 관리감독은 부처 따라 '복불복'
'나홀로' 금융감독체계 밖…행안부는 중앙회에 위탁
검찰 수사로 중앙회 지배구조 민낯 드러나는 상황
행안부, 금고법 개정안서도 드러나는 시스템 공백
규제 격차 그대로인 이상 임직원 비위 유인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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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새마을금고 운용에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금융위원회는 물론이고 행정안전부 관료들이 하나하나 까보기는 했나. 금융위에서 새마을금고 자료를 언제든 받아볼 수 있을까. 행안부 내 새마을금고 담당자가 몇명일 것 같나. 20여년 전부터 새마을금고 감독체계 손봐야 한다고 얘기했는데 몇년 전 겨우 보강한 게 현재 행안부 조직이다. 한 번 찾아보고 직접 생각해 보시라. 그럼 답이 나온다" (국책연구기관 관계자)
상호금융기관인 새마을금고의 감독부처는 행안부다. 정확히는 행안부-지방재정경제실-지역경제지원관-지역금융지원'과'가 담당하고 있다. 총 인원이 13명인데 이 중 담당업무에 새마을금고가 명시된 인력은 4명. 사무관 3명이 각각 제도와 총괄, 민원 및 공제사업을 담당하고 주무관 1명이 관리 감독을 맡고 있다. 올해 중 새마을금고 총자산이 300조원을 넘길 전망인데 '과' 단위 관료 조직이 담당하고 있다는 얘기다.
행안부는 금융업무를 감독하기 위한 조직이 아니다. 새마을금고의 설립 근거가 '새마을금고법'이고 해당 법이 행안부 소관이라 감독권을 행사할 뿐이다. 10여명 안팎의 조직이 수백조 단위 조합원 자산의 운용실태를 무리 없이 검증할 수 있다고 기대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선 현재 드러난 새마을금고의 부실 규모를 그다지 신뢰하지 못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농협이나 수협 등 다른 상호금융기관도 마찬가지다. 행안부처럼 금융기관 관리 감독을 위한 조직이 아니지만 자산 규모 100조원 안팎 상호금융기관의 감독기준을 마련하는 것부터 각종 인허가권까지 쥐고 있다. 경쟁 금융업권은 물론 학계와 정치권을 가리지 않고 여기서부터 첫 단추가 잘못 꿰어졌다는 지적을 십수년 되풀이해왔다. 금융정책과 감독에 특화한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을 두고 왜 행안부, 농림부, 해수부 등이 제각기 감독권을 행사해야 하느냐는 의미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현행 상호금융기관 감독체계는 일종의 '복불복'에 가깝다. 설립 근거법에 따라서 감독부처가 다 다르니 동일한 기능을 수행해도 적용되는 규제나 관리 감독의 강도가 따로 놀 수밖에 없다"라며 "행안부나 농림부, 해수부 등의 감독역량이 일치되기 어려운 것은 물론 각 부처가 감독 업무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따로 키워내거나 확보하기도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단순히 현행 금융감독체계 아래 있는 제도권 금융회사와 적용 규제가 다르다는 점을 넘어 부처 역량이나 선택에 따라 적용되는 규제 격차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그나마 농협·수협·신협·산림조합은 각 조합 연합체인 중앙회에 자율감독기구를 설립하되 신용사업에 대한 감독권한은 금융위원회에 넘겼다. 상호금융기관 특성상 신용위험이 높아 금융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행안부의 새마을금고만은 예외다.
새마을금고의 단위 조합이나 중앙회 신용·공제사업 모두 감독 권한은 행안부에 있고 금융위원회는 필요시 협조를 요청할 수 있는 간접적 위치에 있다. 그러다 보니 담당 관료조직은 협소한 데 비해 새마을금고 중앙회 자율감독기구의 역할과 권한은 국내 상호금융기관 중 가장 광범위한 구조가 만들어졌다. 사실상 행안부가 새마을금고 중앙회에 감독권 대부분을 위탁하는 구조란 평이다.
금융기관이 금융감독체계 밖에 있다는 의미는 일반 금융회사와 비교했을 때 확연히 드러난다. 현재 정부당국이 내부통제 강화 목적으로 지배구조법 개정에 나서자 은행지주를 비롯한 금융사 전반은 자문을 구하느라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책임지도 제도가 도입되면 내부통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무 구조도에 따라 임원부터 최고경영자(CEO)까지 징계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은행의 경우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하나만으로 임원 자격요건부터 이사회 구성과 운영, 내부통제, 위험관리, 이해상충 관리, 영업행위 규제, 경영 공시 의무 등이 적용되는 동시에 금감원에 감독과 검사 권한이 주어진다.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이나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까지 포함하면 적용 규제를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빽빽하다.
반면 새마을금고법 제3조(상시 감시조직의 운영)는 "중앙회장이 상시 감시조직을 갖춰 적기 필요 조치를 취하는 등 건전경영을 위해 노력하라"는 정도 내용이 담겨 있다. 온도차가 극심하다.
새마을금고 중앙회의 지배구조가 투명하고 자율감독기구가 독립적이며 임직원 이해관계 충돌을 방지할 만큼 내부통제 역량이 잘 갖춰져 있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시장에선 새마을금고 중앙회 지배구조가 행안부 주문에 따라 건전경영을 이어가기 어려운 구조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새마을금고 중앙회 지배구조 문제는 현재 검찰 수사로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이달 들어 기업금융부 소속 팀장(차장급)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한 데 이어 박차훈 중앙회장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감독당국 출신 한 관계자는 "지난 2014년 금고법을 개정하고 중앙회장을 비상임 명예직 형태로 전환했음에도 행안부에서 더 이상 관리하기 어려운 조직이 됐단 평가가 지속됐다"라며 "금융회사에 대해 감독당국의 경영개입 수준 관리가 정당화되는 건 금융 시스템이 한 번 무너졌을 때 파급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새마을금고만 자율감독에 맡겨두는 게 위험하단 말이 하루 이틀 된 게 아니다"라고 전했다.
행안부가 현재 추진 중인 새마을금고법 개정안에서도 중앙회 지배구조의 허점이 엿보인다.
지난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은 ▲행안부장관이나 중앙회장이 금고 임원을 은행 수준으로 직접 제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상근이사장의 자격 요건을 신설해 신용사업에 대한 전문성·건전성을 강화하고 ▲ 편법 연임을 막기 위한 이사장 연임제한 회피 방지 규정 신설 및 ▲ 기부행위 제한 규정을 마련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뒤집어 보자면 현재까지 새마을금고는 당연해 보이는 위 문제들에서 자유로운 상태였다는 말이 된다. 실제로 현행 새마을금고법은 이사장 임기를 2회 연임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만료 6개월 전 사임하면 수차례 연임이 가능했다. 임원 선거에서 뇌물 제공을 금지하는 규정도 있었지만 기부 형태로 우회할 수 있었다. 이들 사이 이권과 이해관계가 최종적으로 집결되는 자리가 중앙회장직으로 통한다.
금융당국 관리 감독 하에 있는 제도권 금융회사들은 이런 이야기를 쉽게 믿지 못한다. 새마을금고는 여·수신 모두 가능하다. 조합원 돈을 걷어 조합원 내에서 융통한다는 정도의 차이만 있다. 그러나 세간 인식은 사실상 은행 중 하나에 가깝다. 조합원 외 고객 유치가 불가하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고객층이나 영업 구조, 제공하는 서비스에서 시중은행과 별 차이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새마을금고는 조합원 간 상호부조 목적으로 설립됐다는 이유로 서민금융기관으로 분류된다. 3000만원 이하 예금에 대해서는 이자 소득세가 면제된다. 은행에 비유하면 자금조달의 원천인 저원가성 수신에서 인당 3000만원까지 혜택이 주어지는 셈이다.
국책연구기관 한 관계자는 "개별 은행의 밸류에이션을 핵심예금 가치로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은행업 헤게모니는 핵심예금에서 발생한다. 새마을금고의 힘도 비과세 혜택으로 수십년 누적된 전국 조합원 예금에서 나오는데, 운용 규제는 은행처럼 빡빡하지 못하니 비리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동시에 전국 수백만 조합원들의 푯값이 정부마저 새마을금고 감독체계를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게 만드는 일종의 보호막처럼 작용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제 막 시작된 검찰의 새마을금고 비위 수사가 어디까지 뻗칠지, 어떤 결론을 내놓을지 아직은 알기 어렵다. 다만 진행 과정으로 보나 사안 무게감으로 보나 행안부가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거란 관측이 우세하다. 반면 추진 중인 금고법 개정안은 새마을금고 비위 문제의 근본 처방이 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일반 금융회사 수준으로 감독체계 공백이 메워지지 않으면 임직원이 이 격차를 이용하려는 유인이 언제든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