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 자본 활성화 일환…바이오 수혜입을까
"하반기 바이오 상장 심사 승인 비중 늘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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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국거래소가 증권사들에 기술특례상장 청구를 독려하고 있다. 최근 얼어붙었던 모험자본 투자 활성화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는 기술특례상장의 핵심 수혜자였던 제약·바이오 벤처 투심이 살아날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단 올 하반기 바이오 벤처 상장 예심 통과 비중은 높아질 전망이다.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하순부터 '찾아가는 기술특례상장 설명·상담 로드쇼'를 진행 중이다. 바이오·의료기기, 반도체, AI·빅데이터 기업이 많이 집적되어 있는 지역 위주로 이달 하순까지 한 달간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기술특례상장 제도에 대해 정보를 제공할 뿐 아니라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제도 보완방완도 발표할 계획이다.
상장 주관사 역할을 맡는 증권사 IPO(기업공개) 실무진에도 '기술특례상장 청구를 늘려달라'는 요청이 전달된 것으로 파악된다. 유동성 감소 및 주식시장 부진으로 벤처기업에 대한 투심이 악화되자 거래소가 측면지원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증권가에서는 무엇보다 기술특례상장을 주로 활용하던 바이오 벤처들의 상장 문턱이 다시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거래소 역시 향후 바이오 벤처의 상장 심사 승인 비중을 늘릴 방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거래소가 기술특례상장 청구를 독려하고 있다. 바이오벤처의 경우 하반기 상장 승인 비중을 높일 계획"이라며 "유동성 감소로 벤처 투심이 위축되면서 정부가 제도적 지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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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D공시에 따르면 거래소가 상장 심사 승인을 내린 바이오 벤처의 수는 지난 2020년 21건에 달했으나 작년에는 절반인 9건으로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1건에 불과하다. 최근 2년간 바이오 상장사들의 상장폐지 논란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바이오 기업 상장을 바라보는 거래소의 기류가 엄격해진 영향이다.
문제는 벤처캐피탈(VC) 투자에서 핵심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바이오 벤처 투심이 악화하며 전체 VC업계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주요 VC들의 바이오 벤처 투자 비중 30~40%에 이르는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IPO 등을 통한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지자 신규 투자 여력도 줄어들었다. 올해 1분기 기준 신규투자규모는 881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60% 감소했다.
한 대형VC 고위 관계자는 "거래소가 바이오 벤처 투심 살리기에 나선 것 같다. 내년도 모태펀드 예산이 대폭 늘어나는 등 거래소 관계부처가 모험 자본 활성화에 나선 것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바이오 벤처에 대한 거품이 심했고 경영자 및 투자자의 모럴 해저드가 있었지만 이는 상장 후 시장에서 평가되는 게 맞다고 본다"라고 했다.
최근 바이오 벤처 투심은 최악 수준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K-바이오 백신펀드 출자자(LP) 모집에 미래에셋벤처투자와 유안타인베스트먼트가 고전 중인 것이 대표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거래소의 기조 전환에도 불구, 바이오 투심 회복이 가능할 지 회의적인 시선도 제기된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거래소가 바이오 벤처 상장 심사 승인 비중을 늘려준다고 해도 예전 수준일 것으로 본다"라며 "거래소가 대외적으로는 180도 태도를 바꾼 것 같아도 개별 기업마다 입장이 다르다. 조금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