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금리, 고점 대비 꺾였다지만 여전히 높아
매도-인수 시각차는 여전…하반기 전망 불투명
천수답 분위기 지속…올해 농사 끝났다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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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인수금융 시장도 상반기에 비해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방 산업인 M&A 시장의 침체 분위기가 이어지는 상황이라, 벌써부터 하반기 농사가 끝났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상반기에 확실한 거래를 잡아둔 경우가 아니라면, 올해 하반기에 금융사가 수익을 챙기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인수금융 시장은 일주관사가 소수의 '잭팟'을 나눠가진 모습이었다. 조 단위 딜은 ▲KB증권의 SK쉴더스(1조9000억원) ▲NH투자증권의 오스템임플란트(1조1400억원) ▲하나은행의 스핀엑스(1조1000억원) 등 3개뿐이었다.
대형 거래를 나눠가진 이들 금융사가 상반기 주선 실적에서 1~3위를 차지했다. 시장에 얼마 없는 빅딜을 누가 차지했느냐에 성과가 갈린 모습이다. 그나마 주요 거래 대부분이 작년부터 추진돼 올해로 넘어온 것들이다.
하반기 분위기도 상반기와 별반 다르지 않을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연초 10% 안팎까지 치솟았던 인수금융 금리는 최근 7% 전후로 3%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고점 대비론 하락했지만, 1년 전만 해도 4%대 금리를 봤던 시장 관계자들은 여전히 부담이 크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금리 부담에 인수금융 활용 규모를 줄이려는 곳들도 적지 않다.
고금리 상황이 지속하며 차환(리파이낸싱) 수요는 자취를 감췄다. 상반기 리파이낸싱 거래는 스핀엑스 등 4건으로 작년 상반기 19건에 비해 줄었다. 차입금 규모를 더 늘리는 경우가 많은 자본재구조화(리캡) 거래 역시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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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은 줄어드는 가운데, 주선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큰 거래를 나눠 갖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올해 1분기 롯데케미칼의 일진머티리얼즈 M&A 과정에서 총 12곳의 금융기관이 1조20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 주선을 맡았다. 대주단 참여 경쟁이 치열해지며 주관사가 금융사에 나눠주던 '참여 수수료'도 거의 사라졌다.
국민연금은 인수금융 시장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상반기 진행된 몇몇 PEF의 연차총회에서 좋은 인수금융 건에는 참여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진다. '주선'에 주력하는 금융사는 재매각 부담을 덜지만, '참여'에 집중한 금융사는 일감이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외 대형 기관출자자(LP)들도 인수금융에 눈독을 들이는 모습이다. 금리가 매력적이고, 사모펀드(PEF) 출자자로서 물량을 받아오기도 쉽다. 반대로 금융사들의 먹거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매도자와 인수자의 시각차는 오랜 기간 좁혀지지 않고 있다. PEF는 물론 기업들도 유동성이 '심각하게' 마르지 않는 이상 급매에 나서지 않는 분위기다. 아직 기업들의 몸값이 비싸다고 보는 잠재 원매자들도 쉽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
결국 상반기에 사전작업 중인 M&A가 많지 않다 보니 하반기 시장 분위기도 썩 살아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M&A에 짧게는 수개월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3분기 중 일감을 찾아두지 않으면 금융사들도 하반기 영업을 마무리하고 내년을 기약할 수밖에 없다.
한 증권사 인수금융 담당 임원은 "최근 만나는 차주마다 복수의 딜을 검토하며 바쁘지만 기업가치가 상당히 높아 관망하는 분위기"라며 "M&A가 어느 정도 논의가 오간 이후에야 인수금융 주관사에 금리나 수익률을 문의하는데, 아직은 별다른 연락이 없다"고 전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2분기에 물밑 진행 중인 건이 없어 3분기에도 마땅한 일감이 없을 것"이라며 "M&A 시장이 꽉 막혀있다가도 갑자기 분위기가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4분기에는 일감이 생기길 기도할 수밖에 없는 구간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