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연체채권 민간 매각, '매각주체' 저축銀도 '매입주체' FNI도 실효성 의문
입력 2023.07.11 07:00
    저축은행 건전성 관리 위해 민간 매각길 풀었지만
    개인 무담보 연체채권 취급 안 하던 FNI가 매입 대상
    불법·과잉 추심 막는다는 목적이지만
    뚜렷한 매입 계획 없는 상황서 실효성 의문
    당국 관계자 초대한 업계 간담회 가질 예정
    • 금융위원회에서 저축은행 연체율 관리를 위해 무담보 개인연체채권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외 부실채권(NPL) 전문투자회사(FNI)에 팔 수 있도록 했지만 현장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매각 주체인 저축은행은 기존과 다른 매각 방식에 혼란스러워 하는 와중에 매입 주체로 지정된 FNI는 선뜻 나서지 않고 지켜만 보고 있는 모양새다.  

      금융위는 지난 2020년 6월 개인 무담보대출에 대한 과잉 추심을 자제하도록 하기 위해 채권 매각이 필요할 경우 캠코에만 팔도록 하는 개인연체채권 매입펀드 협약을 시행했다. 추심 기능이 없는 캠코가 개인연체채권에 대해 적극적인 채무조정에 나서 채무자를 돕는다는 구상에서다. 

      그런데 캠코에 추심 기능이 없는 점이 저축은행의 건전성 문제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추심을 통해 수익을 내는 민간과 달리 캠코는 연체채권을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에 사들였는데, '헐값에 팔 바에는 연체채권을 갖고 있자'는 저축은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에 저축은행업권은 금융당국에 "캠코 매입가가 너무 낮다 보니 악화하는 건전성에도 채권을 갖고 있게 된다. 좀 더 나은 가격에 팔 수 있도록 조치해 달라"고 요구해왔다. 

      다만 캠코는 공정한 가격에 채권을 매입해왔다는 입장이다. 캠코 관계자는 "코로나로 피해를 입은 채무자의 재기를 위해 추심을 유보해온 것"이라며 "회계법인을 통해 연체기간·채권가격·유사채권의 경험 회수율 등을 고려해 채권 매입 가격을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늘어나는 저축은행 연체율에 건전성을 제고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금융당국은 다시금 민간 매각길을 열었다. 지난달 19일 금융위가 '개인연체채권 매입펀드' 협약을 개정하면서다. 

      대신 조건이 달렸다. FNI가 자산유동화 방식으로 SPC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개인 무담보채권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대부업체 등에 경매 방식으로 연체채권을 매각해왔던 기존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불법·과잉 추심을 막기 위해 대부업체 등이 아닌 NPL 전문 투자회사만 SPC를 설립하고 이곳을 통해 판매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매입 당사자인 FNI가 개인 무담보 연체채권을 사들인 경험도, 사들일 의향도 없다는 점이다.

      한 FNI 관계자는 "(이번 금융위 조치 내용을) 시장 동향 파악 차원으로 인지하고는 있지만 FNI 같은 경우 담보 채권을 위주로 매입하기도 하고 무담보 특히 개인 채권은 규모가 많이 작아 회사가 매입에 나설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캠코에만 팔 수 있도록 조치하기 이전에도 FNI들이 무담보 개인연체채권을 살 의지만 있다면 샀겠지만 주력이 담보 NPL인 만큼 매입한 전례가 없다"며 "매입에 관심을 보인다는 타사 얘기도 들은 적이 없다"고 전했다. 

      다른 FNI 관계자 역시 "보도자료를 통해서 관련 내용을 접한 게 전부"라며 "신용회복위원회 채권 등에 간접적으로 투자해 본 적은 있지만 무담보 개인연체채권에 투자한 경험도 없고 시장도 잘 몰라 아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저축은행 업권에서는 매각 방식이 이전과 달라 채권 정리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융위에서 조치 풀었다고는 하지만 이전처럼 민간 매각이 활발하게 이뤄질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과잉 추심은 옛날 얘기고 요즘에는 대부업체라도 추심 과도하게 하면 큰일 난다"며 "아무것도 모르는 곳에서 SPC를 설립하고 채권을 사게 하는 것 자체가 웃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FNI만 SPC 설립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서만 매각하도록 하는 조치는 의미 없는 규제완화"라고 덧붙였다.   

      불법·과잉 추심을 우려로 조건을 걸었지만 오히려 매각만 어렵게 했을 뿐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FNI에서 설립한 SPC가 추심을 신용정보회사에 위탁하는 구조인데 어차피 신용정보회사가 추심할 것이라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협약 개정이 최근에 이뤄진 만큼 아직 저축은행들의 민간 매각 움직임이 뚜렷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FNI를 통한 매각이 지속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다시 당국에 애로사항을 전달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국도 어느 정도 이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NPL 전문 투자회사의 개인 무담보 연체채권 매입 사례가 그간 없었다는 것은 맞다"면서도 "시장 상황이 달라졌고 관심을 보이는 회사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저축은행업계와 FNI업계는 조만간 간담회를 가질 계획이고, 금융위 관계자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