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이슈로도 번져
국내와 반대로 미국은 감사수수료 떨어지고 있어
회계법인들 호실적에도 몸 낮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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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빅4 회계법인이 사상 최대 이익을 올해에도 거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분위기는 예년과 다르다. 작년만 하더라도 회계사 영입부터 매출경쟁까지 홍보전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올해는 다들 몸을 사리고 있다. 그 배경으론 지정감사제에 대해 악화된 여론이 꼽힌다. 기업들 재정상황은 힘들어지는데 회계 법인들만 배를 불리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삼정회계법인이 빅4 중에 가장 먼저 실적(3월 결산)을 공개했다. 매출액은 8401억원으로 지난 회계연도 매출 7610억원을 넘어섰다. 지정감사제 실시 이후 매년 사상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회계감사에서 매출 2443억원, 세무자문 1300억원, 경영자문 4655억원을 기록하며 전 부문에서 2021년 실적을 뛰어넘었다.
이런 호실적의 배경으론 신외감법 실시에 따른 지정감사제 도입이 거론된다. 지정감사제가 도입되면서 회계법인들의 감사수수료가 올랐다. 지정감사제 도입 목적이 회계품질 개선이란 점에서 더 많은 인력과 시간이 투입됐기 때문이다. 감사수수료 인상은 회계법인 전 사업영역의 수수료 인상으로 이어졌다. 감사수수료뿐 아니라 자문수수료도 덩달아 올라가면서 회계법인들의 실적을 견인했다.
앞으로 나올 다른 빅4 회계법인들도 사상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지정감사제 도입에 따른 혜택을 특정 회계법인만 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빅4 회계법인 전체적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다만 상승률은 이전보단 낮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작년만 하더라도 빅4 회계법인들은 ‘1조 클럽’ 달성을 위해서 달려오다시피 했다. 한때는 꿈의 숫자였지만, 삼일회계법인을 필두로 매출 1조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이전과 같이 이를 자화자찬할 분위기는 아니다.
지정감사제 도입 4년 만에 폐지론이 고개를 들고 있어서다. 기업들은 감사보수가 과도하게 오른데다, 지나치게 감사인이 자주 바뀌면서 회계 투명성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 사례를 찾기 힘들 제도라며 폐지론을 내세우고 있다.
실제 미국 등에서는 감사수수료가 낮아지고 있다. 기업들이 비용 절감에 나서면서 감사 수수료도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미국의 감사수수료는 2020년 이후 내리막길이다.
여기에다 정치권까지 가세해서 지정감사제 폐지요구에 기름을 붓고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등은 신외감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하며, 지정감사제를 폐지하고 의무 순환 감사제를 도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회계법인들은 억울한 부분이 있다는 반응이다. 감사품질 개선은 짧은 시간에 결과로써 드러나기 힘든 부분이 있다는 설명이다. 단기적으로 감사보수가 올라간 측면은 있지만, 이에 따른 감사품질 개선은 계량화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 빅4 회계법인 관계자는 “감사보수 올라 간 부분에 대해서만 강조되고 있지만, 그에 따른 감사 품질 개선 부분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라며 ”이전보다 감사인력 및 시간이 투입되면서 감사의견이 보수적으로 나가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