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가 증시 상승 이끌어
아베 정부 이후 거버넌스 개선 효과 나타나
국내 증시는 만년 저평가
기업 및 금융주 외국인 투자자 이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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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수습)
일본 증시가 ’버블경제‘ 후유증에서 벗어나고 있다. 잃어버린 30년이라 불리는 일본경제가 되살아나면서 증시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아베노믹스 이후 이어진 지배구조 개선 효과와 더불어 기업들 실적이 개선되면서 외국인 투자자가 밀려들어오고 있다.
반면 국내 증시는 외국인이 등을 돌렸다. 기업설명회(IR) 관련 의무를 부과하고 주주 우선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일본증시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증권가에 따르면 최근 30년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일본 닛케이225지수가 이번 상승장에 사상 최초로 4만선을 뚫을 것이란 낙관론이 나오고 있다. 일본 기업들의 지배구조가 투명해지고, 정부 지원 정책에 힘입어 외국인투자자들이 몰려들어오고 있어서다. 닛케이 지수는 1989년 사상최고치인 3만8957을 기록한 이후에 내리막길을 걸었다.
‘버핏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워렌 버핏은 일본 기업에 대한 투자에 대해서 “항상 고려 대상”이라고 밝힐 정도로 일본 증시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외국인투자자는 지난 4월에만 한화로 20조원의 일본 주식을 순매수했다. 국내에서도 일본 증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증권사 리서치 센터에선 앞다퉈 일본 증시에 대한 분석리포트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이 일본 증시 호황의 이유로 가장 먼저 거론하는 핵심은 ‘거버넌스‘의 개선이다.
2013년 4월 시작된 아베노믹스의 영향이 현 기시다 정부에도 이어져 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베노믹스는 크게 사업재편, 기업지배구조 개혁, 제4차 산업혁명, 고용 노동시장 개혁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중에서 기업지배구조 개편이 외국인 투자자들을 일본증시로 불러오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일본 거래소는 기업에 자본 효율성을 높일 것을 요구하면서, 주가순자본비율이 장부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기업들에 더 높은 기업가치를 받도록 노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회사 기업가치를 높이는데 투자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일본 기업들은 거래소가 직접 나서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는 적극적인 주주환원으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 4월 기준으로 일본 기업의 자사주 매입 소각 사례가 작년 한해의 절반을 넘어섰다. 기업들의 실적개선이 주주환원 정책과 맞물리면서 외국인 투자자를 일본 증시로 불러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국내 증시는 외국인 투자자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그나마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액의 90% 이상이 삼성전자 한 종목에 집중되고 있다. 그 외 종목은 외국인 투자자에 찬밥 신세를 받고 있다.
특히 금융지주의 경우 배당 상향 등 주주환원 정책에 기대감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잠깐 몰렸지만, 정부의 규제 강화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금융지주는 외국인 순매도 종목 상위권에 올라있다.
CJ를 비롯한 대기업들의 유상증자가 이어지면서 주가에는 더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회사 경영의 어려움을 주주들에게 돌린다는 비판이 작지 않다.
이 관계자는 “정부 규제, 대기업의 주주희생을 강요하는 의사 결정 등이 복합적으로 이뤄지면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라며 “정부와 대기업이 나서서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일본과 대비되는 모습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