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등 근거는 '2차전지 성장성'…에코프로 대열 합류
우려대로 '폭등' 되풀이 구조…세계 제일 '프리미엄'
전방 전기차·셀은 물론 '메모리 반도체'보다 비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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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식시장에서 2차전지 사업에 진출한 기업 주가가 순차적으로 폭등하고 있다. 뚜렷한 실적 성장세가 근거로 꼽히지만 주가는 이미 수년 후 미래까지 앞당겨 메모리 반도체 이상의 프리미엄을 구가하고 있다.
공매도 등 견제 장치도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전기차와 연관된 기업이라면 덩치와 무관하게 주가가 날아가는 모습이다.
25일 LS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했다. 전 거래일보다 2만7700원 오른 12만100원에 머물러 있는데, LS 주가가 12만원을 돌파한 건 2011년 7월 22일 이후 처음이다. 다른 상장 자회사 3곳 주가도 마찬가지다. LS네트웍스가 지주사처럼 상한가를 기록했고, LS ELECTRIC과 LS전선아시아는 각각 전 거래일보다 23.62%, 18.99% 상승하며 오름세를 뒤따르고 있다.
LS그룹 상장사가 너 나 할 것 없이 오르는 이유는 2차전지 사업에 대한 기대감 덕이다. LS는 지난 6월 양극재 제조사인 엘앤에프와 1조원 규모 전구체 생산 합작법인(JV)을 설립했고, 3월에는 비상장 계열사인 LS MnM이 충남 아산에 2차전지 소재인 황산 니켈 생산 공장을 준공했다. 이번 상반기부터 2차전지 사업 성과가 반영되자 그룹 전반 주가를 밀어올리고 있다.
반영된 실적은 수백억 단위로 미미하지만 일단 2차전지 기업으로 분류되면 밸류에이션 구간이 달라진다. 전체 실적에서 2차전지 부문 기여도가 미미해도 단숨에 저평가로 탈바꿈해 그간 적용되지 않던 2차전지 '프리미엄'이 반영된다는 얘기다.
전일 포스코홀딩스를 포함해 포스코그룹 상장 계열사가 동반 폭등한 것과 같은 구조다. 지난 수년 동안 2차전지 사업을 꾸준히 키워왔지만 실적에 반영되기 전까지 주목받지 못하다가 비로소 제2, 제3의 '에코프로그룹주' 대열에 합류한 셈이다.
이미 지난 상반기 중에도 시장에선 우스개처럼 이 같은 전망이 오간 바 있다. 국내 증시에는 양극재 외 음극재, 분리막, 동박까지 3년 이내 실적이 2~3배 이상 껑충 뛸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이 적지 않다. 에코프로그룹 주가 폭등의 근거가 이 같은 실적 성장에 있다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내 폭등해야만 하는 예비 주자가 무더기로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런데 그게 현실화하고 있다.
증권사 배터리 담당 한 연구원은 "2차전지 소재 기업 실적 전망치는 2025년 이후까지 매년 50~100% 이상 튀어 오르는 동일한 모습을 보인다"라며 "에코프로그룹 주가 상승 논리도 이 같은 가시적 실적 성장세에 기반해 있다. 그런 식이라면 국내 증시에 세례 받을 기업이 한둘이냐 했는데, 설마 저 무거운 지주사 주가를 상한가로 밀어올릴 줄은 몰랐다"라고 설명했다.
2차전지 소재 기업의 성장성이 매우 뚜렷한 건 사실이다. 테슬라 흑자전환 이래로 글로벌 완성차 기업은 전기차 사업에 수백조 단위 투자 계획을 쏟아냈다. 낙숫물은 LG에너지솔루션이나 SK온, 삼성SDI와 같은 배터리 셀 기업을 거쳐 에코프로그룹이나 포스코퓨처엠 등 핵심 소재기업까지 흘러내려갔다.
향후 5년 동안 전방 전기차 시장 아래로 늘어선 2차전지 관련 기업은 수주와 증설, 양산 일정을 따르기만 하면 실적이 매해 껑충 뛰어오르게 된다. 이 같은 성장세가 주가에 반영되는 건 자연스럽다.
그러나 시장에선 에코프로그룹식의 '견제 불가능'한 주가 폭등 구조가 국내 증시에 상장한 2차전지 관련 기업 전반에서 되풀이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실적이 치솟는 2차전지 소재 기업에 시중 자금이 몰리는 만큼 미래 실적의 현재 주가 반영이 과도하다는 공매도세가 유입되며 균형을 잡아야 하는데 견제가 안 통하는 모습"이라며 "개인 투자금이 공매도를 압도하며 전방위로 주가 폭등이 되풀이되니 이제 이 가격을 받아들여야 하나 목소리마저 나온다"라고 전했다.
뚜렷한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현재 가격을 염려하는 건 국내 2차전지 기업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거래된다는 점 때문이다. 현재 국내 증시에 상장한 2차전지 업종의 평균 주가순이익비율(PER)은 36배수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하는 일이 같아도 국내 상장사면 프리미엄이 배로 붙는다는 얘기다.
2차전지, 특히 소재 업체에 반영되는 프리미엄은 국내 상장사 시가총액 순위에서도 확인된다.
이날 포스코퓨처엠은 주가는 전일보다 10% 이상 오르며 현대차 시가총액을 넘어섰다. 글로벌 3위 전기차 기업인 현대차의 시가총액이 42조원인데, 후방 공급사 중 하나인 포스코퓨처엠의 시가총액이 46조원 이상이다. 증권가에서 추정하는 포스코퓨처엠의 올해 영업이익은 약 2910억원,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약 13조9845억원이다.
증권사 다른 한 연구원은 "마진율 6~7%인 양극재 업체가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보다 더 비싸게 거래된다는 점을 설명하기가 어렵다"라며 "수익성이 비슷한 셀 업체보다도 비싸고, 전방 전기차 기업보다도 비싼 게 정상이라면 모두가 2차전지 소재 기업 주가만 사야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국내 증시에서 2차전지 소재 수준의 성장성을 보이는 업종이 없다는 희소성을 감안하더라도 현 수준 프리미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우려가 적지 않다. 실적이 고성장해도 업종 전반에 반영되는 프리미엄이 빠지면 주가는 하락할 수 있는 탓이다. 에코프로그룹과 비슷한 수준의 폭등을 보이는 종목이 늘어날수록 증시 타격은 커질 수 있다.
2차전지 관련주들의 주가가 폭등하는 양상도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24일 포스코홀딩스의 급등, 25일 LS네트웍스 급등의 배경으로는 일부 투자 유튜브 채널 및 '리딩방'의 매수 싸인이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LS의 경우 몇몇 유튜브에서 호재라고 띄운 게 25일 오전 한 증권방송에서 회자됐고, 해당 방송 내용이 텔레그램 메시지로 전파되며 갑작스럽게 개인 매수세가 유입, 오전 11시경 상한가에 도달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대부분의 이차전지주의 주가가 오르는 방식이 이와 유사해, 상당히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