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회계기준에 기업가치 판단 힘들어
검증 시간 필요하지만
나중에는 경쟁 속 가격 올라갈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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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M&A 물건이 출회하면서 금융사들이 인수 검토에 나서고 있다. 비은행 확장이라는 분위기 속 외형 확장을 위함이다. 하지만 검토하는 실무진은 골머리를 앓는다. 바뀐 회계제도 시행 초기 기업 가치 파악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인수를 결정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3일 투자금융 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을 중심으로 4대 금융지주, 교보생명, 수협은행, IBK기업은행, 미래에셋, 한국금융지주 등 굵직한 금융지주 및 금융사들이 보험사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이중 일부는 보험사 인수를 위한 TF(테스크포스)를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매물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비은행 강화를 목표로 하는 금융그룹들이 보험사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라며 ”특히 금융지주로 전환을 목표로 하는 곳들은 보험사 인수가 주요한 이슈다“라고 말했다.
현재 매각이 진행되고 있는 보험사 매물은 KDB생명, ABL생명 정도다. 하반기 이후 부터는 롯데손해보험, 동양생명 매각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 지시에 따라 매각을 진행하고 있는 ABL생명과 동양생명, KDB생명과 롯데손보는 각각 산업은행과 사모펀드 JKL파트너스가 내놓은 매물들이다. 이미 보험업계가 대형사들은 금융지주 및 대기업 중심으로 판이 짜진 상황에서 그나마 나올 수 있는 매물이 몇 안된다.
이 관계자는 ”대형사들은 이미 주인을 찾아간 상황에서 앞으로 나올 매물은 현재 거론되는 중소형사 정도이다“라며 ”인수자 측에선 선택지가 많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보험사를 원하는 인수후보들은 많다.
4대 금융지주 중에선 하나금융이 가장 적극적으로 보험사 인수를 타진한다. 이미 KDB생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어 실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비은행 강화를 목표로 내세우는 만큼 현재 거론되는 다른 매물들의 주요 인수후보로도 거론된다. 우리금융도 증권사 인수를 우선적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이지만, 보험사가 없는 상황에서 마냥 손을 놓고 있긴 힘들다. 신한금융은 KB금융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손해보험사가 필요하다.
교보생명은 금융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면서 외형 확대를 꾀하고 있다. 수협은행은 2030년까지 금융지주사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선 보험사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 여기에다 미래에셋생명을 소유한 미래에셋그룹, IBK연금보험을 자회사로 갖고 있는 IBK기업은행 등도 사업확장 및 손보사업 진출 등을 위한 니즈가 있다.
문제는 보험사 매물에 대한 적정 가격 분석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올해를 시작으로 새로운 보험회계 기준인 IFRS17이 적용됐다. 회계기준이 바뀌면서 기업의 본질 가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제조업과 달리 금융업은 규제에 따라서 필요한 자본과 이에 따른 현금흐름이 달라진다.
무엇보다 IFRS17 회계제도는 미래에 들어올 수익을 예측해 회계상으로 반영한다. 이때 할인율 등의 가정을 통해서 미래 현금흐름이 산출되는데, 이는 보험사 판단이 많은 부분 작용한다. 즉, 보험사가 얼마나 정확하게 미래 현금흐름을 예측했는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다.
여기에다 제도 시행 초기이다 보니 감독당국에서도 가이드라인 등을 통해서 제도를 수정보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보험사들이 적용한 가정들이 바뀌면서 현금흐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보험사 배당에도 영향을 주는 요소이다 보니, 기업가치에도 직접적인 영향이 있다.
보험사 인수를 타진하는 곳에선 다른 M&A보다 불확실성이 크다고 토로한다. 특히 매물들이 자본이나 건전성에서 대형사보다 열위에 있는 회사이다 보니, 적정 기업가치 산출이 중요한데 이 작업이 현재로선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이란 설명이다. 시간이 흐르면 해소될 부분이지만, 그때는 인수 경쟁이 불붙을 수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보험사 매물을 검토하는 한 금융사 관계자는 “보험사 현금흐름이 블랙박스인 상황이다”라며 “적정가치 산출이 어렵다 보니 인수 여부를 결정하기 어렵다는 점이 보험사 M&A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