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서야 주담대·전세자금대출 금리 인하
이자장사 비판 속 책임 다해야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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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NH농협은행(이하 농협은행)이 슬그머니 대출금리 인하에 나섰다. '이자 장사' 비판이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중은행이 이자장사 ‘뭇매’를 맞는 가운데서도 농협은행은 이자 수익을 꾸준히 늘려왔다. ‘농업인을 위한다’는 대의명분 때문에 상대적으로 정부의 간섭이 덜하다는 지적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최근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상품의 금리를 0.3%포인트씩 내렸다. 이에 따라 NH농협은행의 주담대 최저금리는 3% 후반 수준으로 떨어져 인터넷 뱅크 등 경쟁사 대비 낮아지게 됐다. 인하 이전만 하더라도 농협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4%를 넘어섰었다.
해당 금리 인하에 대해 농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격한 기준금리 상승에 대응해 대표적 실요자금인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의 고객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왔다”라며 “앞으로도 서민금융 지원을 통해 은행의 사회적 역할 강화에 앞장서겠다”라고 말했다.
갑작스런 농협은행의 금리 인하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난달 28일 은행엽합회에서 발표한 5대 시중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 예대금리차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가계 예대금리차가 1.20%포인트로 가장 높았다. 이어서 신한은행 1.07%포인트, 국민은행 0.88%포인트, 우리은행 0.85%포인트, 하나은행 0.79%포인트 순이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농업인을 위한다는 농협은행이 가계 예대금리차를 공개해보니 5대 시중은행 중에서 가장 높은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라고 말했다.
예대마진차에 따른 수익은 농협은행의 호실적으로 이어졌다. 농협은행의 올해 2분기 이자이익은 1조9779억원을 기록하며 전분기(1조8540억원) 대비 6.7%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는 3조83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4% 증가했다. 대출자산을 늘리며 공격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다른 시중은행들이 금융당국의 잇따른 지적에 눈치를 살피는 가운데 농협은행만 '마이웨이'라는 시선이 없지 않았다. 현재 신한은행을 비롯, 시중은행들은 금감원, 국세청, 공정위의 조사를 받고 있다. 경쟁사 대비 높은 예대금리차를 나타낸 농협은행에 대해선 오히려 정부의 간섭이 덜했다는 평가다.
그 배경 중에 하나는 농협금융의 정치권 영향력, 현 정부와 인연이 있는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우산 등이 거론된다. 인제서야 부랴부랴 대출금리 인하에 나서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농업인과 국민경제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특수목적으로 설립된 만큼 정부에서도 관대한 부분이 있다“라며 ”농협은행이 사회적 역할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농협은행 관계자는 “최근 대출금리를 업계 최저 수준으로 낮추는 등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