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프스시즌, 美노조 파업으로 하반기 반등 불투명
어려운 외부환경…"강도 높은 구조조정뿐" 관측도
티빙·웨이브 합병, 다이아TV 매각 등은 답보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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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NM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어닝쇼크를 이어갔다. 콘텐츠·광고시장 등 어려운 외부 환경이 한동안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실적 정상화가 우선인 CJ ENM이 결국 ‘몸집 줄이기’를 가속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한편 사업부 매각 등 진행중인 거래(deal)들은 난관을 겪고 있어 향후 CJ ENM이 어떤 ‘카드’를 꺼낼 지 주목된다.
11일 CJ ENM 주가는 장중 전날 대비 6% 가까이 하락하는 등 하향세를 보였다. 전날 발표한 2분기 실적 충격으로 투자 심리가 악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CJ ENM은 지난 1분기 503억원, 2분기에는 304억원의 적자를 내며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3분기에도 적자 전망이 나오는 등 연간 적자 우려가 떠오르자 증권가에선 CJ ENM의 목표 주가를 줄하향했다.
2분기에도 주력 사업인 엔터 부문에서 수익성 부진이 나타났다. 엔터 부문 매출은 7031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6.4% 줄었고 49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커머스 부문이 매출 3457억원에 흑자 187억원을 내면서 적자폭을 줄였다.
미디어·플랫폼 부문은 매출 34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줄었고 영업손실이 299억원 발생했다. 방송 광고 시장 둔화로 TV 광고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 감소한 탓이다. 디지털 광고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27.8% 감소하며 역성장했다. 티빙은 이번 2분기 매출 767억원, 영업손실 479억원을 기록했다. 티빙은 1분기 400억원가량의 적자를 기록했다.
영화 드라마 부문도 매출 229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32.2% 줄었고 영업손실 311억원을 기록했다. 1조원을 들여 인수한 미국 스튜디오 피프스시즌의 실적 기여가 지연되고 있다. 피프스시즌은 지난 2분기 매출 763억원, 영업손실 326억원을 기록했다. CJ ENM은 피프스시즌이 올해 24~28편의 작품을 납품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과 미국작가조합(WGA)이 동시에 파업을 하면서 작품 제작이 지연돼 피프스시즌의 상반기 납품 편수는 3편에 그쳤다. CJ ENM은 컨퍼런스콜에서 “콘텐츠 해외 판매에서 성과가 있었지만 미국 노조 파업으로 주요 작품 제작이 지연돼 적자가 지속됐다”고 밝혔다. 파업 종료 시점이 불확실해 하반기 피프스시즌 작품공급(딜리버리) 정상화를 확신하기 어렵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방송사, OTT 등 업계 전반이 위기인 상황이라 단기간에 콘텐츠 업계 환경이 좋아지긴 힘들 것 같고, 제작사들도 이미 파이가 정해있는 국내보다는 해외 스튜디오를 통해 로컬 콘텐츠 제작에 집중하면서 수익성 제고를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피프스시즌은 작가 파업 영향도 있고, 인수할 때 워낙 비싸게 산 사이즈가 큰 딜이었기 때문에 영업권 상각 등 여러 재무적인 부담이 있을 것”이라며 “미국은 제작비 규모도 국내랑 달라서 자금 조달이나 투자 부담도 있을테니 실적 반등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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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외부 환경이 계속되면서 사실상 ‘내부 정리’가 CJ ENM이 꺼낼 카드라는 관측이 많다. 실제 CJ ENM 내부에서도 비핵심 자산 매각, 자산 유동화, 사업부 개편 등 경영 효율화 방안 고민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해진다. 최근 하이브와 세운 합작법인 ‘빌리프랩’ 지분을 전량 하이브에 넘기는 등 전략 차원의 효율화도 진행한 바 있다.
CJ ENM은 컨퍼런스콜에서 “상반기에 삼성생명과 LG헬로비전 주식 매각을 완료했다”며 “핵심 자산들은 외부 이해관계자와 풀어야 될 사항들이 있고 시장 상황이 적합한지 봐야하기 때문에 실행이 미미했지만 연말까지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도록 하겠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CJ ENM이 현재 진행중인 사업부 매각뿐 아니라 추가적인 자회사 매각 및 구조조정이 진행될 가능성도 높다고 보는 분위기다. 다만 현재 진행중인 사업부 매각, 합병 등도 예상보다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은 상황이라 확신하기 어렵다.
계속해서 거론되는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은 여전히 난관이 많다는 평이다.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CJ ENM은 “플랫폼 합병은 사실상 많은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현재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는 옵션”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CJ 측과 SK측의 입장 차이, 플랫폼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및 합병비율 산정 등 변수가 많아 합병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CJ ENM은 MCN(다중채널네트워크) ‘다이아TV’ 사업부 매각도 추진하고 있으나 답보 상태다. 다이아TV는 임영웅, 감스트, 대도서관 등이 소속된 MCN 업계 1위 업체다. 한때 소속 크리에이터가 1400명도 넘었지만 최근 시장 침체로 1000여명으로 줄었다. CJ ENM이 올 상반기 매각 절차에 나섰고 업계 3위인 ‘트레저헌터’와 협상에 나섰으나 최근 최종 결렬됐다. 트레저헌터의 자금력이 높지 않아 딜 성사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 바 있다. MCN 사업 전망 자체가 밝지 않다보니 인수 희망자가 많지 않다. 사업 특성상 인력 계약 관계 말고는 마땅히 매각할 자산도 없어 난관이 많다고 전해진다.
한 M&A업계 관계자는 “CJ ENM이 사업적으로나 재무적으로 상황이 좋지 않다보니 사업부 추가 매각 및 사업부 개편 준비 얘기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며 “당장 회사가 성장 모멘텀이 없으니 가지고 있는 것들을 효율화하고 정리하는 것 말고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다. 구창근 대표 부임 후 연말연초에 구조조정을 했지만 이제 좀 더 큰 폭으로 할 것이란 얘기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