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 금리 높지만…"이미 상반기 투자로 자금 소진"
고금리 시대에 가계대출 연체율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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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최근 부실채권(NPL) 투자전문회사는 본격적으로 '호황'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단기 기업어음(CP) 발행을 늘려 '총알'을 모으고 있다. 불황의 그늘이 짙어질수록 호황을 누리는 곳이 NPL 시장이다.
NPL은 은행에서 부동산담보대출을 받고 대출이자가 3개월 이상 연체된 무수익 여신이다. 은행은 건전성 확보를 위해 해당 자산을 유암코나 NPL 투자전문회사 등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매각한다. NPL을 매입한 기관투자자는 법원의 경매 낙찰을 통해 자금을 회수한다.
올해 들어 연합자산관리(유암코)와 F&I사는 단기 CP를 '활발히' 발행하고 있다. 8월 기준 누적 발행금액은 3조4236억원으로 작년 한 해 동안 발행한 금액 1조1687억원보다 약 3배 많다.
오랫동안 자취를 감췄던 유암코가 CP 시장에 다시 등장한 점도 눈에 띈다. 유암코는 작년 1월 300억원을 발행한 이후 올해 ▲3월 1550억원 ▲6월 4550억원 ▲7월 3200억원을 발행했다.
유암코는 금융위기 당시 부실자산 처리를 위해 2009년 은행들이 출자한 부실채권 및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다.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 등 5대 시중은행과 기업은행, 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이 유암코 주주다.
유암코 임원급 관계자는 "최근 NPL 물량이 늘고 있어 투자가 필요하다"며 "다만 일부는 7월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를 상환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밝혔다.
작년 초 2% 중반대였던 CP 발행 금리는 최근 5%대까지 올라왔다. 고금리에 발행 부담이 커졌는데도 F&I 등이 CP 발행을 늘리는 건 이보다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 F&I 관계자는 "최근 NPL 투자전문회사가 CP 발행 등의 방법을 통해 '총알'을 장전하고 있다"며 "일부 F&I는 상반기에 NPL 자산을 대거 담아 자금 소진이 꽤 이뤄졌다. 하반기에도 투자를 이어가려면 추가로 조달해야 할 정도다"고 말했다.
실제로 NPL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NPL 거래 규모는 2조1700억원이다. 이미 작년 한 해 동안 이뤄진 거래 규모(2조2400억원)에 근접했다.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3년 경기 침체기에 어김없이 NPL 규모가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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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시대가 장기화하면서 여느 때보다 개인·기업의 부채 상환 부담이 커진 영향이다.
대표적으로 은행 가계 대출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7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역대 최대 규모인 1068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확대가 가계대출 증가 요인으로 분석된다.
대출금리가 반등하며 은행 가계대출 연체율도 상승하고 있다. 부실 우려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시중 5대 은행의 가계대출 평균 연체율은 3월 말 0.25%에서 6월 말 0.27%로 뛰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대 이하 연령층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44%로 2018년 3분기 말 이후 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른 F&I 관계자는 "고금리·고물가가 이어져 한동안 연체율은 더 오를 전망"이라며 "최근 NPL 투자에 뛰어든 기관이 많아져 경쟁이 녹록지는 않아, 자금 조달 능력이 중요해진 시점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