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발주자' 韓 신평사들 "점수 매기는 데 유보적…참고할만"
ESG 회의론 우려엔 "등급 평가보단 채권 인증에 주력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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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인 S&P글로벌(이하 S&P)이 ESG(환경·사회·거버넌스) 평가 결과 표기 방식을 '수치'에서 '문구'로 바꾼다. 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만한 ESG 요소마다 점수를 매겨왔던 S&P의 기준 변화에 비슷한 고민을 이어가던 국내 신용평가사(이하 신평사)들 또한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 3사(나이스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는 ESG 시장이 각광받기 시작하던 2020년경부터 ESG 사업을 새로운 먹거리로 삼았다. 국내 ESG 평가 기관으로는 한국ESG기준원(前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서스틴베스트, 대신경제연구소 등이 있었는데 신용평가 3사가 후발주자로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
신용평가사의 ESG 사업은 크게 '채권인증사업'과 'ESG 등급평가사업'으로 나뉜다. 두개 사업은 모두 비신용평가 부문으로 분류되는데, 신용평가부문에서도 ESG 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기업의 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만한 ESG 요소를 평가해 기관투자자(이하 기관)들에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와 나이스신용평가(이하 나신평) 정도가 관련 사업을 꾸려나가고 있다.
동일 사업을 국내 신평사보다 먼저 영위해오던 S&P가 최근 평가 기준 정책에 변화를 줬다. 8일(현지시간) 외신 보도에 따르면 S&P는 ESG 평가 점수 제공을 중단키로 했다. 신용등급 산정 시 영향을 미칠만한 ESG 요소마다 1~5점의 점수를 매기던 기존 방식에서 탈피, '분석적 서술'을 제공하기로 했다. ESG 신용 요소에 대한 구체적이고 투명한 정보 제공이 목적이란 설명이다.
이에 국내 신평사 관계자들도 촉각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한기평과 나신평, 양사 모두 그간 ESG 요소 평가 결과에 등급이나 점수를 제공하지 않고 있던 까닭에, S&P의 기조 변화를 일부 받아들이려는 분위기도 포착되고 있다.
한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투명성 있게 데이터를 보여주면 효과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신평사에서 매긴 점수가 유의미한 정보일지는 의문이었다"라며 "신용평가 영향에 대한 의견 제시 필요성은 느끼지만 점수를 매기는 방식을 유보하려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런데 S&P가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숫자로 된 기호로 표시할 때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을 부분을 표현하겠다는 취지가 담긴 평가정책변화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S&P의 평가방식 변경이 'ESG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반영한 면모가 일부 있다고도 분석한다. 이에 ESG를 새로운 먹거리로 삼고 사업 다각화를 꾀했던 신평사들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다만 국내 신평사들은 ESG 요소 평가보단 'ESG 채권 인증 사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으며, 해당 사업에서 매출을 일으키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이들의 ESG 사업성을 두곤 의견이 분분한 분위기다.
한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작년 금융시장 경색으로 기업들의 ESG 발행량도 크게 줄고 기관들의 수요도 꺾이기도 했지만 최근 환경부의 녹색채권 가이드라인 덕에 발행물량이 늘며 지난해 하반기보다는 인증시장이 활발해졌다"라며 "시장 변수를 추가로 모니터링할 필요성이 있긴 하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신용평가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신평사 ESG 사업부들은 아직 성장 단계다. 새로운 먹거리로 기대를 많이들 했지만 상황이 그렇게 녹록지는 않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