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줄고, 리스크 부담 덜어
반면 경쟁 내몰린 설계사들 일탈 수면위로
규제당국 관리 필요하다는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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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보험사들이 너도 나도 설계사 조직을 떼어내 GA(보험 대리점)를 만드는 제판분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비용 효율화 및 리스크 절감을 위함이다.
이 과정에서 전속설계사들이 GA 소속으로 바뀌면서 책임감과 윤리의식이 이전만 못하다는 평가다. 설계사들 일탈이 늘어나는 만큼 관리 감독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화생명을 필두로 보험사들의 제판분리가 한창이다. 2021년 한화생명은 한화생명금융 서비스를 설립한데 이어 업계 상위권인 피플라이프를 인수하며 GA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 설계수 규모만 2만5000명에 달한다. 이외에도 신한라이프, 동양생명, 라이나생명, KB라이프에 이어 흥국생명도 HK금융파트너스를 설립하고 GA 운영에 나섰다.
보험업 전반적으로 보험사 소속의 전속설계사 조직이 쇠퇴하는 것이다. 보험사들 성장이 정체되면서 GA 설립을 통해 영업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전속설계사 조직을 유지하는 것보다 비용 측면에서도 부담이 덜하고,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 보험사가 직접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존재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GA를 통해 이전보다 공격적으로 영업에 나설 수 있다는 점에서 보험사들이 적극적으로 GA 설립에 나서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하나둘씩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금융감독원은 신한라이프 소속 보험계사에 등록 취소를 금융위원회에 요청했다. 해당 설계사는 고객의 보험료를 자신의 개인 통장으로 받은 뒤, 송금받은 보험료 7400만원을 자신의 빚을 갚는 데 썼다. 이 외에도 무더기로 ‘승환계약’을 유도한 보험설계사들을 제재했다. 승환계약은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고객의 계약을 해지한 후 새로운 회사 보험으로 가입시키는 것으로, 고객에게 무리하게 보험을 옮기도록 해서 피해를 입히는 사례가 적발되고 있다.
지난달에는 KB라이프는 자회사 GA인 KB라이프파트너스에선 속속 보험설계사가 사적인 목적으로 회사 문서를 위조해 고객으로부터 금전을 수취한 사실이 적발됐다. 해당 설계사는 사문서 위조를 통해 고객에게 10여건의 보험상품을 판매했으며, 이 과정에서 총 6억1362만원을 수취했다.
KB금융은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하고 소속 설계사를 KB라이프파트너스로 옮겼다. 푸르덴셜생명의 설계사 조직은 그간 전문성 및 신뢰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런 사건이 터지면서 세간의 입방아에 올랐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개인의 일탈이라고 볼 수 있지만, 전속설계사들이 GA로 옮겨가면서 경쟁에 내몰리면서 벌어지는 일들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라며 ”설계사들의 일탈 및 조직을 떠나는 일들도 빈번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보험연구원에서도 규제 당국의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자회사형 GA 시장 평가와 과제’ 보고서를 내고 “판매인력 증원을 위한 GA 업체의 경쟁과 설계사들의 잦은 이동이 불완전판매나 승환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상품 판매자가 소비자에게 적합한 상품을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추천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