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상업용 부동산 집중 점검할까…가격 하락하며 부실화
새마을금고 부실 여파 거론…관리·감독 실패 시 책임론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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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감사원이 273조원에 달하는 연기금·공제회의 대체투자 자산을 사실상 전수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서면으로 유형별 현황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다.
감사원에 이어 금융감독원도 연기금·공제회의 해외부동산 투자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해외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자 국내 자본시장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새마을금고의 부실 경영이 드러나며 엄격한 관리·감독의 필요성이 높아진 가운데 감사원이 자본시장의 큰손인 연기금과 공제회 감독에 고삐를 쥐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아니냔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과 감사원은 이달 초 주요 공제회(교직원공제회, 경찰공제회, 군인공제회 등) 및 연기금(국민연금, 사학연금 등)으로부터 대체투자 관련 자료를 제출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대체투자 자산 유형, 건별 검토 자료 등 대체투자와 관련해 광범위한 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다. 사실상 전수조사란 평가다.
금감원은 해외 부동산 투자 유형 및 규모 등의 해외부동산에 한정해 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파악된다. 엔데믹으로 공실이 늘어나고 해외 상업용 부동산의 가치가 급락하자 예상 손실 규모 등을 파악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올해 집계된 해외 부동산펀드 설정 잔액은 70조원을 넘어선다.
금감원과 감사원이 공제회 및 연기금의 대체투자 현황 파악에 나선 건 최근 해외 대체투자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해외 자산에 대한 관리나 회수 절차가 부진했는데 엔데믹이 되면서 미국을 비롯해 핵심 해외 업무권역 지역에서 부동산 자산이 가격이 대폭 하락하고 있다. 이에 미래에셋증권이 홍콩 골딘파이낸셜 빌딩 투자액의 90%를 상각하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해외 부동산 투자가 '깜깜이'라는 점이 업계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단 설명이다. 주식과 채권 등 전통적인 투자 자산은 가격이 실시간으로 반영되지만, 대체투자 자산은 매각 등을 통해 회수에 나서기 전까진 손실액을 산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투자 손실이 얼마나 불어날지 가늠하기 어렵단 뜻이다. 특히 국내 투자자들은 중후순위 투자가 많아 손실이 더욱 커질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새마을금고 부실 여파가 감사원 전수조사에 촉매가 됐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올 초부터 감사원이 감사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나왔으나 새마을금고 방만 경영 등이 도마 위에 오르며 그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단 설명이다. 새마을금고는 부실 대출로 인해 연체율 등이 치솟고 임직원 비위 혐의가 연이어 드러나면서 감독기관인 행정안전부의 관리 미흡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크다.
감사원은 이번 전수조사에서 투자 결정 과정에 대한 자료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어떤 절차로 투자가 되었는지 살펴보겠단 의미로 해석된다. 단순히 투자 수익률뿐 아니라 합리적인 투자가 이루어졌는지를 따져보겠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감사원은 공제회 및 연기금이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후에 감사 대상 등을 확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의 인력을 고려하여 대상 기관 및 범위를 결정한 뒤 9월께 본감사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이다. 감사 과정에서 부실 투자가 드러날 경우 징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한 공제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현재 대부분의 국내 공제회는 해외 상업용 부동산의 평가 손실을 반영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감사원과 금감원의 실태 조사가 어떤 수준까지 펼쳐질지 단언하기 어렵지만, 이 과정에서 상당한 부실이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