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통제 점검하고 은행장 서명하라” 요구
금융회사 CEO 내부통제 책임 입법도 속도 낼 듯
국회에서도 공감대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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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은행 군기 잡기에 나섰다. 횡령 등 사고가 잇따르자 은행장이 직접 나서서 내부통제를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금감원은 금융사 내부통제에 심각한 구멍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금융사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하면서 이와 관련된 법안 마련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17일 금감원은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이준수 은행·중소서민 부원장 주재로 은행연합회와 17개 은행 은행장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금감원은 최근 잇따른 횡령 사건에 은행장이 직접 주관해 종합 점검을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에 따라 은행장은 이달 말까지 내부통제 혁신방안 이행사항, 최근 사고 관련 유사사례 점검, 사고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현황 등을 점검한다. 은행장은 점검 결과에 대해 확인서명도 제출해야 한다.
이 부원장은 “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시스템이 전사적으로 실효성있게 작동하는지 등을 은행장 주관으로 직접 종합 점검해 달라”라며 “내부통제시스템이 일선 영업현장 구석구석에서 실효성 있게 작동될 수 있도록 이사회와 경영진의 일관성 있는 역할과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금감원이 이처럼 강경대응에 나선 것은 최근에 나온 대구은행, 경남은행, 국민은행의 횡령과 비리 사건이 도화선이 됐다. 경남은행에선 500억원 규모 횡령사건이 발생했으며, 대구은행은 직원이 무단으로 계좌를 개설한 바 있다. 국민은행에선 직원들이 고객사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27억원 규모 주식 매매 차익을 챙긴 것이 드러났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이 오랜 시간 이어져 왔다는 점에서 심각함이 있다”라며 “금융당국에선 내부통제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은행장에게 직접 점검결과에 대해 확인 서명 등을 요구한 것 등은 추후 입법 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위원회에선 내부통제 관련 임원별 책임 범위를 사전 확정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을 의원 입법 형태로 추진하고 있다. 의원 입법은 정부 입법보다 처리 속도가 빠르다는 점에서 입법 과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중에서 핵심적인 사안으로 내부통제 관련 임원별 책임 범위를 사전 확정해 두는 ‘책무 구조도‘ 도입이 거론된다. 책무 구조도에는 CEO의 책임을 명시하고, 대형 사고가 발생할 경우 CEO를 문책할 수 있게 된다.
그간 내부통제 이슈가 불거질때마다 CEO 문책의 정당성에 대한 논란이 있었는데,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금융회사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CEO를 문책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해당 법안을 놓고 금융권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존재했다. 금융회사 임원에 과도한 책임을 묻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 것이다.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은행연합회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스스로 내부통제 결함을 점검하고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은행연합회에서 발표한 ‘은행권 표준 내부통제 기준’에 따르면 은행들이 내부통제 문제 발생시 이사회가 경영진에게 내부통제 개선 계획을 요구하고, 책임 있는 임직원에 대해 징계 조치를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금융당국에선 실효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더군다나 최근 잇따른 횡령 비리 사건으로 금융당국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내부통제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일부 은행에서 발생한 일탈로 내부통제 강화 쪽으로 목소리가 모아지고 있다“라며 ”궁극적으로 CEO까지 문책할 수 있는 법안 통과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