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어라이벌 전액손실 반영, 지분 일부 매각
해외 차량공유 업체 대부분 투자 손실 기록
韓 포티투닷(42dot)만 유일한 집중 투자 대상
전동화·자율주행 등 주력사업에 당분간 집중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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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해외 투자 자산들을 일부 회수하기 시작했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이후 신사업 투자의 일환으로 해외에 크고 작은 투자를 진행해 왔는데 이제부턴 투자보단 회수, 그리고 주력산업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 미국 카셰어링업체 미고(Migo)와 인공지능(AI) 스타트업 퍼셉티브오토마타(Perceptive Automata)의 지분을 상반기 중에 전량 매각했다.
2016년에 설립된 미고는 모빌리티 다중통합(Multi aggregation)이란 개념의 서비스를 최초로 선보인 미국 업체다. 소비자가 가고 싶은 목적지를 입력하면 다양한 차량 공유 업체들의 가격과 시간 등이 제시되는 시스템을 제공했는데, 현대차는 2018년 지분투자에 참여했다.
2014년에 설립된 퍼셉티브오토마타는 비전센서와 정신물리학을 기반으로 인간행동을 예측하는 AI 기술을 연구하는 업체다. 현대차는 2018년 신사업 투자법인 현대크래들을 통해 투자했다.
현대차는 두 회사와 더불어 영국의 상업용 전기차 회사 어라이벌(Arrival)의 지분 일부(0.5%)도 정리했다. 현대차는 지난 2019년 약 8000만유로(한화 약 1000억원)을 투자했는데 사실상 투자금 전액에 대해 평가손실을 반영한 상태다. 6월 말 기준 장부금액은 8억원 수준이다.
이번 지분 매각을 통해 현대차가 손에 쥐는 현금이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다. 돈 안되는 신사업 투자를 지양하고, 성과가 나지 않는 투자 지분을 정리함으로써 핵심 사업에만 집중하겠단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단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정의선 회장은 올해 초 그룹의 미래 주력사업으로 ▲전동화 ▲소프트웨어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을 언급했고, 이후 현대차 내부적으로 비주력 투자자산들의 매각 검토를 진행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 현대차의 해외 신사업 투자 성과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같은 맥락에서 현대차의 이와 같은 해외 투자 자산에 대한 정리 작업은 올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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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와 기아가 동남아 차량공유 시장 진출을 위해 교두보로 삼은 그랩(Grab)은 지난해 2조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하며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엔데믹 이후에도 차량 공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지 않으면서 그랩의 주가는 부진한 상태다. 현대차의 보유 지분 가치도 크게 떨어졌다.
이미 현대차가 투자한 인도의 차량공유업체 레브(Revv), 미국의 무선충전 스타트업 모조모빌리티(Mojo Mobility)의 지분의 장부가는 6월 현재 모두 '0원'으로 사실상 전액 평가 손실을 반영했다.
지난 2019년 현대차와 기아가 함께 약 8400만달러(약 1000억원)를 투자한 크로아티아의 고성능 전기차 스타트업 리막(Rimac), 2019년 투자한 인도의 차량호출기업 올라(Ola) 등은 지난해 한화 약 800억원 이상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물론 회사의 손익으로 기업의 내재 가치를 평가하긴 어렵지만 현대차의 지분관계가 꾸준히 유지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현대차가 그동안 늘려왔던 해외 스타트업 지분을 정리하는 모습과는 달리, 국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 업체 포티투닷(42dot)의 투자는 꾸준히 늘리고 있는 추세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8월 4200억원을 투자해 포티투닷을 인수했고 3년에 걸쳐 1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실제로 올해 초 현대차와 기아는 4200억원을 추가로 투자했다.
현대차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각 국가별로 유행처럼 투자했던 차량공유 업종에 대해선 손실을 확정하더라도 투자금 회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상황에선 전동화와 자율주행에 대해 투자와 인적·물적 역량을 집중하는 전략이 가장 유효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