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평가익 감소하며 대거 투자수익 부진
"정상이익 추정 어려워"…배당안정성 저하
-
IFRS17으로 생명보험사들의 이익 수준이 대폭 높아진 가운데 금리 상승이 변수로 꼽힌다.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채권운용 이익이 감소하거나 손실이 발생하면서 생보사들이 잇따라 부진한 투자실적을 기록하고 있단 설명이다.
당초 보험주는 금리인상 시 수혜주로 꼽혀 왔다. 시중금리가 가입자에게 보장해줘야 하는 최저금리보다 낮으면 역마진이 발생하는 까닭이다. 그러나 보험사들의 자산이 크게 늘고, 이에 따라 채권으로 운용하는 자산의 규모가 커지며 시중금리 상승이 오히려 수익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생명의 올해 2분기 순이익(지배주주 기준)은 2674억원을 기록했다. 전분기대비 62.2% 감소한 수준이다. 보험손익은 7.8% 증가했으나 투자손익이 적자전환한 영향이 컸다. 시장금리 상승으로 채권평가익 및 처분익이 대폭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유안타증권은 지난 16일 삼성생명 실적 리뷰 리포트를 발간하고 "향후 이 부분에서의 안정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화생명도 부진한 투자손익으로 2분기 순이익이 직전 분기 대비 줄어들었다. 올해 2분기 순이익은 1564억원으로 1분기보다 56.2% 감소했다. 보험손익은 전분기대비 70.3% 증가했지만 투자손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금리상승으로 채권평가익 및 처분익에 직격타를 입었다는 설명이 나온다.
금리인상으로 인한 실적타격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통념적으로 보험주는 금리인상 시기 수혜주로 인식됐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투자손익 중심의 사업구조로 금리 변동성에 취약해진데다 예상을 뛰어넘는 금리 상승 속도로 발생한 채권평가손이 회복하지 못한 것이다. 삼성생명은 과감히 저금리 채권을 매도해 손실을 털어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현재 주요 생보사들은 보험손익보다 투자손익이 이익을 좌우하는 수익구조를 갖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생보사 13개의 영업이익은 2조8000억원으로 보험손익 1조1000억원(39%), 투자손익 1조7000억원(61%)로 구성돼 있다. 생보사의 주요판매상품이 저축성 성격이 강해 보험계약마진(CSM)이 비교적 작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아울러 가파르게 상승한 금리가 2분기 들어 다시 오르기 시작하자 1분기에 회복했던 채권평가익 및 처분익이 대폭 감소했단 분석이 나온다. 올해 3월 말 기준 3.3%까지 떨어졌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최근 3% 후반대까지 오르며 다시 4%대를 넘보고 있다. 금리상승으로 이자이익이 오르는 것보다 저금리 채권의 가격하락으로 인한 평가손실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IFRS17도입으로 보험사들의 이익과 자본이 동반 상승할 것이란 기대와는 상이한 모습이란 분석이다. 보험주는 금리인상 시기에 자산운용수익률이 좋아지고 과거 판매한 고금리 상품 운용 역마진 우려도 해소되기 때문에 보통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에는 금리가 오르면 실적이 개선되고 자본이 떨어졌지만 지금은 오히려 자본은 금리와 동행하는데 이익이 역행하고 있다. 오히려 금리가 오르니까 생보사들이 이익은 크게 안좋아졌다"라며 "결국 금리랑 실적이 역행할 수 있다는 의미" 라고 말했다.
금리변동성에 따라 실적 변화 폭이 커지면서 생보사들의 배당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경상이익 수준을 추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배당 재원 또한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
앞선 관계자는 "생보사들의 실적이 금리에 따라 크게 오르내린다면 배당안정성은 떨어진다. 경상이익 수준을 예상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며 "향후 실적 뿐 아니라 배당도 불투명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