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는 업체서 1억원씩 허위 급여…법인카드 수령
전무와 이사는 중앙회장에 매달 월300만원 상납
회장 前 운전기사는 30억원 뇌물…실무자는 40억 빼돌려 아파트
총체적 난국…금융권 사상 초유의 사태 발생
지도층 전부 구속 위기…경영혁신위 만든다고 해도 치유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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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검찰은 박차훈 중앙회장, 류혁 신용공제대표이사, 김기창 전무이사, 황국현 지도이사 등 새마을금고 핵심 고위임원 모두를 기소했다. 검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총 42명을 기소(11명을 구속 기소)했는데 중앙회 핵심 임원들은 물론 자회사의 대표, 계열사의 부사장, 지역금고 이사장, 지역금고 팀장부터 전무급 인사까지 실무진과 임원급이 모두 포함됐다.
이번 수사를 통해 대출브로커부터 일선 실무진, 최고위급 임원까지 전방위적인 비위행위가 밝혀지면서 새마을금고는 돌이키기 힘든 신뢰도의 타격을 입게 됐다. 중앙회 차원의 조직적 비위 행위는 물론, 지역 금고의 대출 알선을 통한 금품 수수는 더욱 대담하고 규모도 컸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조금의 경영 공백도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새마을금고중앙회 및 새마을금고 임직원 개개인에 대한 기소와 경영 안정성은 별개의 사안으로 전국 1291개 새마을금고 운영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고 했다.
다만 적게는 수 천만원에서부터 수 십억원에 이르기까지 수재 및 알선수재, 증재 등의 다양한 범죄 혐의가 드러난 상황, 불법 자금이 오고가는 과정 속에서 조합원들의 유무형적 손해도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행정안전부는 24일 검찰의 기소 직후 박차훈 회장과 류혁 대표의 직무를 정지했다.피고인들의 범죄 사실이 재판을 통해 확정될 때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진 공백기가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고경영진 대부분이 실형 위기에 놓인 사상 초유의 사태 속 새마을금고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지난 11일엔 4명의 내부 인사와 8명의 외부인사(금융위, 금감원, 한국은행, 수출입은행, 예금보험공사 등)로 구성된 경영혁신위원회를 지난 11일 설치했다.
위원장은 김성렬 전 행정안전부 차관이 맡는다. 내부 인사 가운에선 박차훈 회장(현재 직무정지)의 지역 기반인 동울산새마을금고 이사장이 포함됐다. 새마을금고를 가장 잘 안다는 주무부처 차관급 인사, 피의자 신분인 현직 회장과의 밀접한 관계가 예상되는 인사로 구성된 혁신(?) 위원회의 역할이 어디까지 이어질 지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 박차훈 회장 月300만원씩 상납받아…부녀회 격려금에 조카 축의금으로
박차훈 회장에게 적용된 혐의의 대부분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경법) 위반, 수재에 해당한다.
<2021년 3월>
박차훈 회장→류혁 대표 "변호사님과 1000만원에 계약했는데 그러면 1000만원어치 일밖에 안할 것 아니냐. (유영석 아이스텀파트너스 대표를 통해) 5000만원을 추가로 더 드려라"
이후 유 대표는 2021년 4월 법률자문료 명목으로 5000만원을 대납했다. 박 회장은 지난 2018년 11월, 회장 선거 과정에서 골프장 이용권 등을 뿌린 혐의로 광주지방법원에 새마을금고법위반죄로 불구속 기소돼 1심에서 벌금 80만원을 받았다. 이후 검찰측과 쌍방 항소했으나 2심에서 항소가 기각되며 벌금형이 확정됐다. 이 과정에서 박 회장은 헌번재판소장을 지낸 전관 변호사를 선임하며 항소심에 나섰다.
<2021년 3월>
박 회장은 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김기창 전무이사, 황국현 지도이사 등 상근이사 3명으로부터 매월 각 100만원씩, 합계 300만원을 상납받아 사용하다 재선에 성공한 이후에도 조직관리 명목으로 총 7800만원을 받았다. 이 자금은 경조사비 지원, 직원·부녀회 격려금, 본인의 조카 축의금 등으로 사용했다.
<2022년 3월>
박 회장은 상근이사 3명으로부터 본인의 형사사건 항소심의 변호인에 대한 착수금 2200만원을 대납받았다.
<2022년 4월>
박차훈 회장→류혁 대표 "아들 세금이 많이 나올 것 같은데, 아이스텀파트너스 대표에게 이야기 해서 1억원 정도 마련해 봐라"
박 회장은 실제로 2022년 8월, 아이스텀파트너스 대표가 건넨 1억원을 류 대표를 통해 전달 받았다.
<2022년 8월>
새마을금고중앙회 자회사 대표이사를 선임해 주는 대가로 해당 대표이사로부터 시가 800만원 상당의 황금도장 2개를 수수했다. 해당 도장 케이스에는 '존경하는 회장님 감사합니다', '사랑하는 사모님 감사합니다'고 적혀 있다.
◇ 류혁 대표 '친분' 앞세운 특혜 몰아주기, 저금리 대출 유도에 86억 손해까지
<2020년 12월>
류혁 대표→부동산 시행업체 운영자 "(자신과 친분이 있던) 법무법인으로 용역업체를 교체하라"
이후 부동산 시행업체 운영자는 기존 법무법인에 대금을 지급했지만, 새로운 법무법인에 용역비 5000만원을 지급했다.
<2021년 2월~2023년 5월>
류 대표는 새마을금고중앙회로부터 대출을 받거나 희망하는 부동산개발업체 3곳으로부터 지인을 허위 직원으로 등재해 급여로 1억3809만원을 지급받고, 법인카드 1장을 제공받아 2798만원을 사용했다.
<2021년 5월>
류 대표는 아이스텀파트너스 대표이사로부터 부탁을 받아 정상적인 금리조건보다 저금리로 대출해 줄 것을 지시했다. 당시엔 실무진들의 반대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총 대출금액은 5100억원이다. 검찰은 정상적인 금리로 대출이 실행됐을 경우를 가정해 약 86억원 상당의 손해를 중앙회에 끼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류 대표는 아이스텀파트너스 대표이사와 약 5년간 계열사 공동대표로 근무한 바 있다.
◇ 김기창 전무이사·황국현 지도이사, 변호사비 대납에 관리비 상납까지
김 전무이사와 황 지도이사는 중앙회장의 부재시 각각 2~3번째 회장직 대행을 맡는 핵심 보직이다. 박차훈 회장의 변호사비 대납, 월 조직관리비 상납 혐의를 받아 기소됐는데 행안부의 직무정지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 PEF 출자 핵심 기업금융본부 팀장, 운용사 2곳으로부터 2억 이상 금품 수수
<2020년 7월~2023년 3월>
해당 팀장→중앙회에 출자 제안한 운용사 "(M캐피탈 출신) 최 모 부사장이 부탁한 S운용사(ST리더스PE)를 공동운영사로 넣어주면 출자금을 더 높여주겠다"
실제로 ST리더스는 공동운용사로 참여, 이후 중앙회로부터 단독으로 출자 받았다. ST리더스는 총 6건 합계 3870억원을 출자 받았다. 해당 운용사는 엔케이에테르, 씨아이에스 등의 투자에서 공동투자자로 나섰고, 이후 새마을금고의 지원을 받아 M캐피탈을 인수했다.
해당 팀장은 ST리더스 운영자로부터 법인카드 4장, 명절 선물비용 등을 대납시켜 1억6000여만원을 수수했다. 아이스텀파트너스 등 펀드 운영자 5명으로부터는 약 4436만원의 상품권 및 달러화, 시가 2650만원 상당의 시계를 받은 혐의도 있다.
◇ 운전기사 출신 M캐피탈 최 모 부사장, 30억원 이상 수수 혐의
최 모 부사장의 금품 수수 금액은 약 31억원으로, 이번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피의자들의 범죄 사실 금액 가운데 가장 크다.
<2019년 7월>
중앙회장 운전기사 출신인 최 모 부사장은 ST리더스로부터 새마을금고 중앙회 출자를 알선하는 대가로 펀드 매출액의 50%를 받기로 했다.
<2019년 11월~2023년 4월>
ST리더스는 약 5회에 걸쳐 자금 3370억원을 유치하도록 알선했고, 최 모 부사장은 실제로 31억원을 수수했다. 이후 최 부사장은 ST리더스의 M캐피탈 인수가 마무리되자 M캐피탈로 이직했다.
◇ 대출 실행 대가로 수 억원 씩…17억 아파트에 람보르기니까지 구입 정황
사실상 관리 감독 사각지대에 있는 지역금고의 비리는 더 만연했다. 적게는 수천만원부터 수십억원의 자금을 빼돌리기까지 대담한 범행 사실이 드러났다.
<2020년 9월>
한 지역금고 이사장이던 피의자는 중앙회 전 공제마케팅 본부장 출신 인사와 함께 대출중계 업체를 설립하고 운영하던 중, 청탁을 받고 1200억원의 대출을 실행했다. 아내와 아들을 대출중계업체의 직원으로 등재하고, 급여 명목으로 2억1200만원, 배당금 명목으로 8400만원, 법인카드를 제공받아 9300만원을 사용했다. 총 금품 수수 금액만 4억원이 넘는다.
<2021년 12월~2022년 9월>
중앙회 여신업무를 담당하던 한 차장은 중앙회에서 근무하면서 금융컨설팅 업체를 차렸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과정에서 돈을 빼돌려 관리하고, 지역 금고 여신팀장 2명으로부터 본인이 설립한 컨설팅 업체에 허위 용역 대금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새마을금고 대주단이 받아야하는 대출수수료를 줄이고, 차액을 피고인들이 배우자 명의 법인으로 허위 용역대금을 지급받았다. 총 7건의 부동산 PF 대출에서 대주단 몰래 총 39억원7000여만원을 빼돌렸다. 피고인들은 범죄수익으로 17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매수했고, 1억5000만원짜리 캠핑카, 람보르기니 차량의 계약금 2500만원 납부에 사용했다.
이번 새마을금고 수사를 통해 다른 금융기관 임직원 7명도 (알선)수재, 사금융알선, 대부업법위반방조 등으로 기소됐다. 새마을금고 중앙회 공제마케팅 본부장 출신을 비롯해 총 11명의 대출브로커도 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자산운용사, 부동산시행업체 운용자 등 9명은 특경법위반, 증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새마을금고는 제 2금융권 중 유일하게 전국 모든 지자체에 지점이 있는 서민금융기관이다. 자산규모 260조원, 금고본점만 1295개에 달한다. 이용고객은 2180만명이다. 사실 새마을금고의 관리 감독 체계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현재 새마을금고 관리감독 권한은 행정안전부가 갖고 있는데 이번 수사를 배경으로 감독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새마을금고 감독 체계 개편에 대한 논의는 이미 수차례 논의된 바 있으나 한차례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