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실차 커지면서 실적 신뢰도 하락
작년 연말 조직개편 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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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상이 부진한 실적을 보이면서 증권가에선 목표가를 낮추고 있다. 주가도 내리막이다. 문제는 단순 실적 부진이 아니라 회사가 예측한 실적이 실제와 크게 빗나가면서 신뢰도에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불확실성을 이유로 투자를 망설인다. 경영진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주요 증권사 리서치들은 최근 속속 현대해상의 목표주가를 내리고 있다. NH투자증권은 현대해상의 4만3000원에서 4만원으로 낮췄다. 삼성증권도 현대해상의 목표가를 4만4만3000원에서 3만8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들이 현대해상의 목표주가를 낮춰잡은 이유로 ‘예실차’가 거론된다. 새로운 회계기준인 IFRS17이 도입되면서 예실차가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새 회계기준에선 보험사들이 미래수익을 예측하고 이를 상각하는 형태로 수익을 인식한다. 예실차는 이때 기초가정에 따른 예상 보험금과 실제 발생한 보험금 간의 차이를 말한다. 즉, 보험사 가정이 실제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가 예실차를 통해 드러나게 된다.
현대해상의 경우 2분기 별도 순이익이 2444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26.7%, 전년동기 대비 28.3%가 감소했다. 예실차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데, 어린이보험을 주력으로 삼는 현대해상은 영유아 환자 소액 청구가 급증한 영향으로 보험금 예실차 적자 폭이 1076억원 발생했다. 예실차가 적자라는 의미는 실제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금액이 지출했다는 의미다. 이는 순이익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호흡기 환자가 급증하면서 예상한 것 보다 보험금 청구가 급증했다”라며 “예측 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현대해상 주가는 2만8000원 안팎에서 소폭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연중 최저가 수준이다. 실적 기대감에 3만원대 중반까지 올랐던 주가는 실적 기대감이 떨어지며 다시 급락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보험금 예실차가 1분기부터 크게 발생한데 이어 2분기에는 더 확대되었다는 점은 분명한 우려 요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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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신뢰도에도 금이 갔다는 평가다. 새 회계기준에선 미래에 들어올 수익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 투자자에겐 중요한 정보로 작용한다. 하지만 이렇게 예실차로 인해 실적이 좌지우지 된다면 사실상 회사가 발표하는 자료에 대한 신빙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예실차가 커지게 되면 회사가 제시한 자료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게 된다”라며 “예실차는 실적에 바로 반영된다는 점에서 투자자로서는 예민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3분기에 나올 실적도 현재로선 가늠하기 힘들다. 금융당국의 계리적 가정을 3분기에 적용해야 하는데 영향이 없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이슈가 올해 내내 이어지면서 회사 평판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현대해상 경영진에 대한 불신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말 보험 배테랑을 중용했다. 회계제도가 바뀌는 도입 원년을 맞아 안정을 추구하겠다는 목표에서다. 조직개편을 통해 수석부사장 자리를 신설했다. 이윤선 부사장을 수석 부사장 자리에 앉히고 경영기획과 경영관리를 맡겼다.
이 부사장은 1985년 현대해상에 입사해 37년 동안 경리와 기획부서 등에 일해 온 재무통이다. 수석 부사장 자리에 앉힌 이유도 IFRS17 도입을 앞두고 리스크 관리 강화를 위한 차원이었다. 상반기 성과만 보면 큰 성과는 없었다는 지적이 회사 안팎에서 나온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보험사들 CFO의 무덤이 될 수 있다”라며 “회사가 얼마나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는지 확인해 볼 기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