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 1분기 ‘가짜’ 실적 보고 투자한 셈
사측 "흔히 있는 일" 해명했지만 외부선 "심각해"
"소통 늘리겠다"던 경영진 '온라인 화상 IR'도 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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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손해보험(이하 DB손보)이 1분기 재무제표를 재작성했다. 회사는 반기보고서를 통해 이를 알렸다. 감사법인이 회계상 오류를 문제 삼고, 회사가 2분기에 반영한 것이다.
1분기 실적을 보고 투자한 투자자는 사실상 잘못된 정보를 기초로 투자 판단을 한 셈이다. 감독당국과 회계업계에서도 '심각한 사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연초 시장과 소통하겠다던 경영진의 달라진 태도도 문제로 거론된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B손보는 2분기 결산하는 과정에서 1분기 재무제표를 재작성했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재무제표 주석을 통해 ”당사는 당반기 중 전환일 공정가치와 이행현금흐름 추정시 사용된 사업비 가정 및 계리산출방법서와 일치하지 않은 이행현금흐름 산출로직의 오류를 수정하였으며 이로 인하여 재무제표를 재작성하였습니다“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1분기 재무제표의 재무상태표의 자산총계, 부채총계, 자본총계가 모두 바뀌었다. 손익계산서상에선 보험수익, 보험비용, 투자손익, 영업이익, 법인세비용을 포함해 최종적으로 순이익이 수정되었다.
이에 따라 DB손보의 별도기준 1분기 순이익은 1분기말 당시 4060억원에서 2분기 말에는 4452억원으로 10% 증가했다. 순이익이 10%가 바뀔 정도의 큰 오류가 있었던 셈이다. DB손보는 여기에 2분기 순익 4500억여원을 얹어 올 상반기 9100억여원의 순이익을 보고했다. 전년대비 60% 이상 성장한 규모다. DB손보의 감사법인은 삼일회계법인이다.
이에 대해 DB손보는 “흔하게 있는 일이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과 회계업계에선 해당 사안을 '심각한 사안'으로 인지하고 있다. 한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회계상 문제를 감사법인이 발견했고, 이를 2분기에 일괄적으로 반영해서 재작성한 것으로 안다”라며 “흔하게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1분기 재무제표에 오류가 있음을 발견했지만, 당시에는 시간 관계상 반영하지 못하고 2분기에 이를 일괄적으로 반영해 재무제표를 재작성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새로운 회계기준 도입과정에서 혼란이 있는 상황이지만, 타 손보사에서는 1분기 재무제표를 갈아엎을정도로 큰 이슈가 없었다는 점에서 논란을 낳고 있다. 1분기에 발표한 재무제표를 믿고 투자한 투자자들은 사실상 ‘가짜’ 재무제표를 보고 투자를 결정했던 셈이다.
경영진의 태도에 대해서도 논란이 나오고 있다.
올해 초 ‘2022년 결산실적 및 사업설명회’에서 DB손보 경영기획실장인 박재광 부사장을 비롯해 최재붕 경영관리본부장, 이강진 리스크관리본부장 등이 회사 실적에 대한 컨퍼런스 콜 행사를 열었다.
당시 박 부사장은 “시장과의 소통을 (연간 한 번에서) 반기 한 번으로 늘리는 데에 적극 찬성하며 오프라인으로 만날 수 있었으면 한다”라며 “앞으로 DB손보는 시장과 소통, 신뢰, 성과로 보답하겠다”라고 말했다. 다른 상장 보험사들이 분기마다 IR 행사를 개최하는데 반해 DB손보는 그간 연간 1회 IR 행사를 개최해 왔었다.
하지만 DB손보는 상반기 실적을 발표하며 컨퍼런스 콜은 증권사 연구원들을 대상으로만, 그것도 온라인 화상회의로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감원이 DB손보에 대한 검사에 들어간 시점이라 회사에 대한 관심이 높았지만, 내용 역시 질의 응답 몇개 정도만 받는 수준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방어 목적으로 진행한 게 전부였다”라며 “데이터를 받았는데 2022년과 2023년 재무제표가 다 달라서 계정 모델을 맞추느라 고생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금감원에서 DB손보의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가정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해 반영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해당 사안의 재무제표 반영 여부도 회사 실적의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상반기) DB손보에 검사를 나가 문제를 지적한 부분과 1분기 재무제표 재작성과는 무관하다”라며 “회사와 회계법인이 이야기해서 진행한 부분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