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대주단에 2차 웨이버 요구 가능성 높고
대주단 대응 신용도에 반영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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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의 해외법인 리파이낸싱이 회사의 신용등급 방향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대주단에 2차 '웨이버(Waiver·일회적 적용 유예)'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기업평가는 29일 롯데그룹 분석 세미나에서 "2차 웨이버에 대한 대주단의 대응을 확인한 후 신용도에 반영하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현재 롯데케미칼은 종속회사인 롯데케미칼 미국법인(LOTTE Chemical USA Corp.)과 인도네시아 법인(PT LOTTE chemical Indonesia)을 통해 대주단으로부터 받은 차입 계약의 재무약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케미칼은 대주단으로부터 올해 말까지 해당 요건을 면제할 수 있는 '웨이버'를 이미 한 차례 취득한 바 있는데, 이번에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2차 웨이버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롯데케미칼 미국 법인은 2016년 10월 말 한국수출입은행 외 8개사로 이뤄진 대주단으로부터 15억9400만달러(한화 약 2조1000억원)를 빌렸다. 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 법인은 올해 3월 한국수출입은행 외 12개 금융기관으로 이뤄진 대주단으로부터 24억달러(한화 약 3조2000억원)를 차입하는 계약을 맺었다. 각 계약에서 롯데케미칼 본사는 보증인으로 나섰다.
차입 계약 당시 대주단은 두 해외 법인과 롯데케미칼이 각각 준수해야 할 다섯가지 재무지표 약정을 맺었다. 미국·인도네시아 법인의 ▲원리금 상환비율 1.0배, 롯데케미칼의 ▲순부채비율 120% 이하 ▲순차입금/EBITDA 4배 이하 ▲EBITDA/이자비용 5배 이상 ▲유형 자기자본 4조5000억원 이상 등이다.
한기평은 이날 세미나에서 "롯데케미칼 해외법인 차입금 관련 이슈가 되는 부분은 인도네시아 법인이며, 재무 약정상 이슈가 되는 지표는 ▲순차입금/EBITDA 4배 이하 ▲EBITDA/이자비용 5배 이상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말 롯데케미칼의 ▲순차입금/EBITDA는 4.8배 ▲EBITDA/이자비용이 2.4배로 약정 내용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한기평은 "해당 재무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선 하반기 영업이익이 7000억원을 넘어야 하는데, 현재 상황으로는 7000억원을 넘기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업황 회복 속도가 지연되고 있는데, 남은 기간 동안 업황이 극적으로 좋아지진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또한 롯데케미칼이 해당 재무요건을 미충족했을 경우, 2차 웨이버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미충족 요구는 감사보고서가 확정된 이후인 내년 4월에 확인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기평은 대주단이 2차 웨이버를 받아줄 확률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기평은 "자금 규모나 롯데케미칼의 위상, 대주단의 손익 등 종합적 요인을 고려하면 대주단이 2차 웨이버를 받아줄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이벤트(2차 웨이버 승인)가 원만히 해결되지 않으면 롯데케미칼의 평판이 저하되고 롯데케미칼의 시장 회피 경향이 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기평은 대주단과 롯데케미칼과의 협의 사항을 확인한 후 이를 신용도에 반영하겠다며 "롯데케미칼 측은 대주단과 선제적으로 합의해 시장에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