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줄어든 영향
파트너들에게도 직접 영향
승진 힘들어지고, 연봉도 조정
파트너간 파워게임 벌어지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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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빅4 회계법인이 올해 일제히 채용 규모를 줄일 것으로 보인다. 매출이 예년에 비해 줄어들 것으로 판단해서다. 회계법인의 ‘꽃’ 이라는 파트너들도 ‘좌불안석’이다. 실적 부담은 커지는데 올라설 자리는 줄어들고 있다. 파트너 되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그나마 있던 자리도 없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다.
올해 빅4 회계법인의 신규 채용 인원은 800명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에 1275명을 뽑았던 것과 비교해 많게는 500명까지 채용규모를 줄일 가능성이 있다. 연초부터 예견됐던 일이 현실화하고 있다. 회계사 합격생 수가 1200여명 수준임을 감안할때 상당수의 합격자가 회계법인에 입사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갑작스럽게 채용규모가 줄어서 회계법인에 입사 못하는 합격자들이 금감원 앞에서 시위에 나설 수도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회계법인들이 채용을 줄이는 것은 그만큼 일감이 줄어서다. 경기가 안 좋다고 판단한 기업들이 보수적 행보를 이어가면서 감사, 자문, 세무, 컨설팅 등 회계법인의 전 부문에서 일거리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정감사제 시행 이후 올랐던 감사 수수료는 다시금 '덤핑' 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지정감사 기간이 끝난 기업들을 대상으로 회계법인들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면서다. 지정감사제때 감사보수가 몇 배 올랐다면 다시금 예년에 근접한 수준으로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년간 보릿고개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그나마 지정감사제에 대한 비판도 거세진 판국이다. 상장사를 중심으로 지정감사제가 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닐리고 회계법인 배만 불려줬다는 아우성이 나오고 있어 존속 여부를 걱정하게 될 수도 있다.
이는 곧 회계법인 파트너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회계법인 지배구조와 파트너의 역할을 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회계법인의 지배구조는 파트너들이 지분을 나눠 갖는 방식으로 이뤄져 있다. 일반 회계사가 파트너로 승진하면 일정 자금을 출자해 지분을 산다. 시니어가 되고 중책을 맡을수록 보유 지분을 늘리기도 한다. 즉 회계법인의 파트너는 경영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배당도 받는 회사의 주인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빅4 회계법인의 대표도 파트너들의 선거로 이뤄지게 된다. 인사권을 가지는 CEO를 선발할 권리가 파트너에게 있는 것이다. 파트너가 되면 급여 등 보상의 급이 달라지게 되고, 차량 및 운전기사도 배정받게 된다. 고위 파트너들이 받는 이러한 패키지는 대기업 임원도 따라가기 힘들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회계법인들의 공시 자료에 따르면 작년 삼일회계법인에선 57명의 파트너가 5억원 이상의 연봉을 수령했다. 삼정은 51명, 안진은 9명, 한영은 11명이었다. 삼일은 2020년 20명 정도가 5억원 이상을 수령했는데, 단 기간에 그 수가 세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그만큼 지난 3년간 회계법인은 호시절을 누렸다. 회사의 외형은 곧 파트너 숫자와 연봉과 직결된다.
다만 매출 감소세가 본격화하는 올해를 기점으로 점점 파트너를 꿈꾸기 어려운 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일회계법인이 최근 2년 연속 ‘꿈의 1조원’ 매출을 달성했지만, 올해 분위기로는 이런 매출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는 힘들다는 분위기다. 지난 회계연도에 양호한 성과를 낸 부서도 있지만, 올해 회계연도의 실적을 독려한 것이라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연히 앞으로는 파트너 승진자 수에도 직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특히 파트너의 다수를 차지하는 감사부문의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
업계 1위 삼일회계법인에선 윤훈수 대표를 비롯해 CEO 대다수가 감사부문에서 배출됐다. 회계법인의 기본이 감사 업무이고, 다른 말로 하면 해당 파트너들이 그만큼 많아서이기도 하다.
이제는 삼일조차도 감사부문을 통한 성장은 이제 옛말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정감사제 도입으로 어차피 돌아가면서 감사를 하는데 열심히 영업을 할 필요성이 없다. 감사만 해온 파트너가 할 수 있는 업무는 굉장히 제한적이지만, 감사보고서 제출 책임자란 점에서 쉽사리 그 숫자를 줄이지도 못한다.
한 삼일회계법인 관계자는 "감사부문 파트너들이 평균적으로 다른 부문 보다 상대적으로 작은 연봉을 받는다"라며 "실적이 저조한 파트너는 당장 내보내기보다는 연봉을 줄이는 방식으로 매출 감소 등에 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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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회계법인의 경우 디렉터급 승진 후 3~4년이면 파트너가 된다는 공식도 희미해지고 있다. 자리가 줄어들면서 연차가 쌓여도 파트너에 오르지 못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는 디렉터급 직원은 다른 회계법인으로 자리를 옮기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한동안 활발했던 타 산업으로 이직도 올해는 활발하지 않다. 우선 빅4 파트너 연봉을 맞춰줄 곳이 많지 않다. 위에서 나가지 않으니 자리를 챙겨주기 힘들고, 이러다 보니 지분 없는 파트너 등 다양한 형태들도 나타나는 형국이다. 통상 파트너라 하면 지분이 있어야 하지만 파트너란 직함만 붙은 파트너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일부 회계법인은 파트너의 등급을 3개로 세분화하기도 했다.
관리형 파트너들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삼일회계법인의 경우 재무자문 부문을 2부문으로 개편했다. 관리하는 파트너 숫자는 줄이고, 파트너들에게도 실무와 영업을 더 맡기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자연스레 실무형, 전문가형 파트너들이 늘어나게 되는 구조다. 관리형 파트너들이 설자리가 줄어들고 파트너 인당 수익성 극대화로 가는 조직 개편은 다른 빅4 회계법인에서도 공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호시절이 지나니 파트너간 파워게임이 벌어지기도 한다. 곳간이 비어가니 파트너간 알력 다툼이 벌어지는 상황이다. 일부 회계법인은 파트너들의 이탈 등 큰 변화를 겪었다. 파트너로서 기득권을 유지하려면 정치력(?)을 발휘해 지도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무 역량이 부족한 파트너라도 내부에서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 일감 수임, 클라이언트 확보, 직원 끌어오기 등에서 유리한 혜택을 챙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회계사 사이에선 지분을 받지 않는 파트너를 선호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회계법인의 매출 성장이 둔화하는 상황이고 배당 매력도 썩 크지 않다면, 굳이 지분을 매입할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다. 회사 상황이 좋지 않을 경우 추가로 자본을 태워야 한다는 부담에서도 자유로워진다. 명함상 체면과 실리를 동시에 챙길 수 있다.
한 빅4 회계법인 관계자는 “호황기를 지나면서 파트너들이 가장 먼저 영향을 받고 있다”라며 “파트너 숫자 감소 뿐 아니라 연봉 등을 줄이는 등 불황에 대비하고 있어 파트너 되기가 이전보다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