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명으로 구성된 새마을금고 혁신위원회
3개월짜리 한시 조직에
내부 인사 4명…사실상 새마을금고 핵심 내부자
박차훈 회장 최측근 오른팔 이사장에
시의원에 구의원, 정당활동 이력도
정치자금법 위반, 의원직 상실 전력 인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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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파행을 맞은 새마을금고 중앙회에 경영혁신위원회가 마련됐지만 기대가 크지 않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발생한 데 사실상 방조한 인사들 상당수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임원진들 모두 기소…일절 작동하지 않은 감사기능
기존 체제에서는 새마을금고 중앙회 내 감사나 감독기구가 전혀 작동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박차훈 회장의 작년 연임당시 상근이사 3명이 확정했고, 12명의 금고 이사장(이사), 전문이사 4명, 감사위원회 5인이 선출됐다. 이 중 상근이사 3명(류혁 신용공제 대표이사, 김기창 전무이사, 황국현 지도이사) 모두 검찰로부터 기소됐다.
비위 문제로 기소 또는 구속 기소된 인사만 42명. 이 같은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고 감독해야 할 감사위원회도 전혀 기능을 하지 못했다. 별개로 '금고감독위원회'가 있어 감독과 검사업무를 맡겼지만 이 조직은 새마을금고법79조의2에 의거, 중앙회장 소속으로 분류된다. 금고감독위원장인 김태주 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전형적인 '전관예우' 인사로 분류된다.
기존 임원진 대다수가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상당수 포진된터라 이사 등 최고 경영진에 대한 감사와 견제 기능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임원들 대부분이 기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지만 이들의 반성 혹은 자성의 입장 발표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백번 양보해 피의자들의 개인적인 일탈 행위라고 치부해도 구조적으로 시스템적으로 자금이 새어나가는 허점을 전혀 몰랐다면 임원진과 감시 조직의 무능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피의자들의 행위를 알고도 묵인하거나 관성에 의한 것으로 치부했다면 배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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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위 내부인사들, 전임회장 측근ㆍ정치권 이력ㆍ금품수수 혐의 등
누구도 책임있는 발언을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도 혁신위원회가 구성됐다. 4명의 내부인사와 행정안전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에 요청해 각 기관이 추천한 외부 전문가 8명이 참여했다. 3개월짜리 한시 조직이다.
내부인사 4명은 △부산 박수용 이사장(부암동새마을금고) △울산경남 김치규 이사장(동울산새마을금고) △광주전남 안세찬 이사장(순천북부새마을금고) △전북 김성진 부회장(열린새마을금고)로 구성됐다. 공교롭게도(?) '호남2인', '영남2인'으로 분배된 모양새다.
이들의 이력이 '혁신위'에 적합한지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일단 모두 박차훈 회장 당시 선출된 임원진들이다. 최장기간 이사징직을 맡으면서 권력을 누린 이들이다. 안세찬 이사장은 임기 23년차, 박수용 이사장은 19년차, 김성진 이사장은 2012년부터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모두 임기 만료 직전 사직 후 재출마 하는 식으로 사실상 편법으로 임기를 늘려왔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부산의 박수용 이사장은 정치자금 수수 이력이 있는 인사다. 그는 부산 진구 의회 5선 의원이자 부산시 구·군 의장협의회 회장, 부산광역시씨름협회 회장, (사)대한민국팔각회 제57대 총재, 부산진 문화원 원장 등 화려한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 새누리당 시절부터 정당 활동을 펼친 인물이기도 하다. 2005년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건설업체에 20억원을 받아 챙겼다는 혐의(배임수재)로 검찰이 기소해 구속된 바 있으나 구속적부심을 통해 3일만에 석방된 전력이 있다. 2007년에는 정치자금 수수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김치규 이사장은 박차훈 회장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박차훈 회장이 울산에서 시의원과 동구의회 부의장을 거쳤고, 20년 넘게 동울산새마을금고에 재직했다. 김치규 이사장 역시 동울산새마을금고에 30년 이상 근무했고 2020년부터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광주전남의 안세찬 이사장은 과거 민주당 소속, 순천 시의원 출신이다. 부인 또한 전 순천시 의원을 역임한 부부 정치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안 이사장은 과거 순천 시장 선거에도 도전했지만 낙선했다.
결과적으로 검찰에 기소된 전임회장 최측근, 혹은 정당 활동 이력이 있는 정치인이거나, 본인의 과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전력이 있는 인물이 혁신위에 자리잡았다. 이 과정에서 잡음도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전문이사 중심으로 꾸려지려 했던 혁신위는 금고 이사장 이사들이 반발함으로써 현재의 구성원이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인사들에게 혁신을 맡긴다는 게 과연 어떤 의미일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혁신위 외부인사들, 대다수 '전관예우'로 불릴만한 이들
나머지 8명의 외부인사 이력들도 과연 새마을금고 혁신에 적합한지, 아니면 상급기관 전관예우 인사들인지 논란거리다.
참여한 이들은 ▲김성렬 전 행정자치부 차관 ▲이해선 SM상선 상근감사(前 FIU 원장) ▲김준기 제일바이오 부사장(前 예금보험공사 부사장) ▲권화종 전 금감원 상호금융국장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임형욱 법무법인 명륜 고문변호사 ▲백남수 케이에스에프선박금융 비상근 감사 ▲이정헌 대주회계법인 공인회계사들이다.
따져보면 위원장은 새마을금고의 주무부처이자 관리 감독 권한을 갖고 있는 행정안전부(행정자치부) 차관 출신 인사가 맡은 셈이다. 또 금융정보분석원, 예금보험공사, 금융감독원 들의 인사가 대거 포함된 것 역시 상급기관의 전관예우에 가깝다란 지적도 나온다.
이들의 면면을 살펴볼 때 상호금융에 대한 전문성을 얼마나 갖추고 있느냐에 대한 의문도 지울 수 없다. 비슷한 인사가 일반 금융지주회사에서 발생했다면 "혁신을 한다면서 감독기관과 기재부 전관들만 채워넣었다"라는 비판이 봇물 쏟아질 상황이다.
새마을금고의 고질적인 관리 감독 문제는 사실 10년도 넘게 논의돼 온 해묵은 이야기다. 국회 매 회기마다 새마을금고 감독 권한을 이관하는 논의가 이뤄졌지만 단 한번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각종 비위 행위 등으로 거의 매년 국정감사 도마위에 오르지만 오히려 사건과 사고는 줄어들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3개월 한시 조직인 혁신위원회, 그리고 이력에 논란이 있는 이들이 참여해 새마을금고의 쇄신을 기대한다? 그들이 사는 세상을 너무 잘 아는 내부자들에게 혁신이란 단어가 어울리는지는 생각해봐야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