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당국, 대출 우회로 될까 우려
전수조사 나서는 등 은행이어 보험사까지 불똥 튀어
삼성생명과 화재도 결국 판매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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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대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금융권 이슈로 떠올랐다. 가계부채 증가를 우려한 금융당국이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에 50년 주담대에 제동을 걸면서다. 보험사 중에선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주담대 ‘막차’를 탔다. 하지만 결국 이들마저 판매를 중단하면서 보험사 주담대 상품 출시가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감독당국의 심기만 건드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각각 이달 초 50년 만기 주담대를 출시했다. 두 보험사는 만 34세 이하 차주들을 대상으로 50년 만기 주담대를 상품을 판매했다. 은행권에서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에 대응하기 위해 상품을 내놓았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최근 다른 금융기관들이 잇따라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내놓고 있어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출시했다”라며 “고객들의 선택권을 넓히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사 중에선 한화생명이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먼저 선보였다. 올해 1월 해당 상품을 출시할 때만 하더라도 관심도가 크지 않았다. 회사 측은 판매량을 살펴보면 미미한 수준이란 설명이다. 결국 한화생명도 50년 주담대 판매를 중단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연령제한 등이 있어서 판매량을 살펴보면 미미한 수준이었다”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감독당국이 은행들의 50년 주담대에 문제가 불거진 시점에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잇따라 해당 상품을 출시하면서 보험사 50년 주담대 상품도 같이 도마위에 올랐다.
금융당국은 5대 은행이 취급한 50년 만기 주담대 잔액이 최근 들어 급격하게 늘면서 해당 상품에 제동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8월에만 해당 상품 잔액이 2조원 늘었다. 판매 시작 두 달만에 3조원가량 판매 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당국이 문제삼는 점은 50년 주담대가 대출 규제를 우회한다는 점이다. 기존상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만기가 긴 50년 주담대는 정부의 대출규제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금융당국에선 가계대출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상황에서 은행을 비롯해,보험사마저 해당 상품 판매에 나서는 것에 대해 심기가 불편한 기색이다.
NH농협은행과 BNK경남은행 등은 해당 상품의 판매를 잠정 중단하기로 하는 등 자체적으로 대응하고 나섰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논란이 되고 있는 50년 만기 주담대에 대해 정도경영을 강조하면서 “정도영업의 방향을 지켜야지, 속도만 너무 내서는 안된다“라고 말했다.
이런 마당에 삼성생명과 화재가 해당 상품을 출시하면서 보험사로 해당 수요가 몰릴 것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일각에선 은행만 제한하고, 보험사에는 해당 상품 판매를 묵인하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결국 금감원은 보험사에 가계 주담대 취급현황에 대한 상세 자료를 요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금감원이 요구한 자료에는 주담대 만기에 대해 30년 이상, 40년 이상, 50년 이상 등 구체적으로 구분해서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50년 만기 주담대에 대한 파악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8월에 출시한 만큼 50년 만기 주담대에 대한 정확한 자료가 나오려면 2~3달은 걸릴 것이다”라며 “판매를 시작한지 얼마 안돼서 정확한 현황 파악은 현재로선 힘든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마저 해당 상품 판매를 중단하면서, 보험사에서도 해당 상품 출시가 어려울 것이란 견해가 나온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뒤늦게 해당 상품 출시에 나섰지만, 결국 해당 막차를 탄 셈이 됐다. 제대로 팔지도 못 하고 금융당국의 심기만 건드렸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