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자산운용과 점유율 격차 2%대로 감소
개인투자자 점유율은 이미 미래운용이 앞선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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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장지수펀드(ETF) 판매 1위 사업자인 삼성자산운용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한때 50%가 넘던 ETF 시장 점유율이 처음으로 30%대를 기록하면서다. 퇴직연금 및 개인투자자 자금 유치에 있어 경쟁사 대비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삼성자산운용의 ETF는 42조2385억원 규모로 시장 점유율은 39.93%로 집계됐다. 다음날에는 39.8%로 추가 하락했다. 삼성자산운용 ETF 점유율이 30%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2위 사업자인 미래에셋자산운용과 격차는 더욱 좁혀지게 됐다.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는 39조8800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시장 점유율은 37.48%로, 삼성자산운용과 격차는 불과 2.3%에 불과하다. 2020년만 하더라도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국내 ETF 점유율은 10% 포인트 이상 차이 났지만 이 간극은 점차 좁혀지는 추세다.
중형사들이 공격적으로 상품 출시에 나서며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운용 모두 ETF 점유율은 줄어드는 추세다. 다만 1위 사업자인 삼성자산운용의 점유율 하락이 두드러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 초부터 8월 말까지 삼성자산운용의 ETF 점유율 감소 폭은 2.17%포인트를 기록했다. 0.17%포인트 줄어든 미래에셋자산운용 대비 점유율 하락폭이 컸다.
삼성운용은 "중소형사들의 성장세가 가팔라 점유율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운용업계에선 개인투자자 자금 유입 규모가 희비를 갈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퇴직연금 등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ETF로 모이는 규모가 커지고 있는데,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일찍이 우위를 선점했다는 설명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ETF의 개인투자자 보유 금액(AUM) 중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ETF에만 11조8000억원(48%)이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삼성자산운용보다 늦은 2006년에 ETF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홍콩거래소에서 ETF를 상장하고 2018년에는 미국의 ETF 운용사인 글로벌X를 인수하는 등 공격적 확장을 통해 다양한 테마형 ETF를 선보이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레버리지·인버스 ETF가 유명한데, 이를 퇴직연금 계좌로 담을 수 없다는 점도 개인투자자 유입에 영향을 줬을 것이란 설명이 나온다. 2016~2017년만 하더라도 국내에선 레버리지·인버스 ETF의 인기가 압도적이어서 삼성자산운용이 공고한 1위 사업자를 유지하는데 적지 않은 기여를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규정으로는 파생상품 위험평가액이 40%를 초과한 ETF는 퇴직연금으로 투자할 수 없다. 레버리지·인버스 ETF는 상품 특성상 선물을 담아야 해서 퇴직연금 유입에 제한적이다"라며 "삼성자산운용은 레버리지·인버스 ETF가 유명한데 이런 부분에서 개인투자자 자금 유치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20년 이전에는 파생형, 인덱스 위주의 ETF 투자가 많았다면 이후에는 테마형 등 점차 투자자들의 선호가 다양한 상품으로 확대됐다"라며 "시장의 변화된 분위기가 도전자들에 우호적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