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최대 큰손 애플…아이폰 타격시 삼성·SK에도 불똥
메모리 시장재고 '골머리'에 '아이폰15' 효과 기대하던 차
中 애플 때리기 강도 세질 경우 양사 타격도 불가피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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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미국을 견제할 카드로 애플을 겨냥하기 시작하며 시장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미칠 타격에 주목하고 있다. 애플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반도체를 구매하는 큰손인 터라 중국 정부가 '아이폰 금지령'을 확대할 경우 메모리 반도체 공급사인 양사 역시 세트 수요처를 잃게 되는 구도인 탓이다.
지난 7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중국 화웨이의 신형 스마트폰 '메이크60 프로'를 해체·분석하며 SK하이닉스의 스마트폰용 D램과 낸드가 포함된 것으로 파악했다고 보도했다. 8일 SK하이닉스가 화웨이와 거래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주가는 전일보다 4.0% 하락한 11만3700원에 마감했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0.14% 떨어지는 데 그쳐 시장에선 SK하이닉스 주가가 미중 갈등으로 인한 일시적 우려를 반영했을 뿐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반도체 업계를 중심으로 우려의 핵심은 화웨이가 아닌 애플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같은 시기 월스트리트저널과 블룸버그 등 외신은 연이어 중국 정부가 현지 공무원을 시작으로 국영기업 직원까지 애플 아이폰 등 해외 브랜드 사용 금지를 확대하는 움직임을 보도했다. 보도 이후 애플 주가는 이틀 내리 약 6.4%가량 하락한 뒤 8일 보합세를 보이며 마감했다.
애플은 오는 12일(현지시각) 신형 스마트폰인 아이폰 15 시리즈 출시를 앞두고 있다. 애플의 중국 내 실적 비중은 약 20% 이상이다. 중국은 애플에 미국과 유럽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시장이다.
중국 정부가 자국 내 아이폰 사용을 제한할 경우 피해는 애플에 그치지 않는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애플의 지난해 반도체 구매액은 약 671억달러(원화 약 89조7000억원)다. 상위 10대 고객사 중 30%를 차지할 정도로 존재감이 높은데, 시장에선 이 중 절반 이상이 아이폰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아이폰 판매량이 꺾이면 반도체 공급사에 돌아갈 몫도 줄어든다는 얘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D램과 낸드 최대 고객사가 판매 타격을 입는 구도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애플 D램 수요의 절반 가까이를 책임지고, SK하이닉스는 키옥시아 다음으로 많은 낸드를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애플은 SK하이닉스의 차세대 낸드 개발 최대 협력사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이번 아이폰 15 시리즈 출시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 재고 문제로 부진을 겪고 있는 양사에게도 중요한 행사로 꼽혔다. 스마트폰 시장 자체가 성장 고점을 이미 지난 것으로 통하지만 연말까지 그나마 메모리 반도체 업황 회복을 앞당길 수 있는 세트 수요처였던 까닭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PC나 스마트폰 등 전통적인 반도체 수요처 전반이 피크아웃을 찍었고 아이폰도 판매가 줄고 있지만 시장에 이만한 수요처가 없는 게 현실"이라며 "애플이 올 들어 낸드 가격이 바닥을 치면서 엄청난 마진을 누리긴 했지만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모두 아이폰 15 시리즈가 잘 팔리길 바라야 하는 상황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메모리 업황으로만 보면 낸드 공급을 주로 담당하는 SK하이닉스의 타격이 클 가능성이 점쳐진다. D램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이 열리며 새로운 부가가치가 발굴되는 등 업황이 선순환 구조에 들어가고 있지만, 낸드 시장은 당초 수익성도 낮은 데다 공급사 전반이 재고 관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기 때문이다.
1위 공급사인 삼성전자는 경쟁사 업황 부담이 장기화할수록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지만 D램과 낸드 외 OLED 패널까지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폰 판매 타격에 따른 영향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증권사 반도체 담당 한 연구원은 "아직까지 중국 정부의 아이폰 금지령이 어느 정도 강도로 진행될지 알 수 없는 만큼 양사 타격을 가늠하긴 어렵지만 우려는 불가피하다"라며 "지난 화웨이 수출 제재에 이어서 미중 갈등이 격화할수록 공급을 담당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장도 야금야금 줄어드는 모양새"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