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 상호금융기관
금융위원장부터 5대 은행, 범(汎) 정부 기관 총출동
권한 없던 유암코부터, 예산 늘려야하는 캠코까지
새마을금고 살리기에 동참해야할 판
새마을금고 대마(大馬)의 근본은 뿌리깊은 인적네트워크
각종 비위행위까지, 새마을금고 민낯 드러나고 있지만
총선 전 마지막 국감 역시 '맹탕'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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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자산규모 280조, 거래자 수 2180만명, 전국에 지점(금고)수 1295곳, 발급한 체크카드 1212만 장.
새마을금고는 여전히 제도권 관리·감독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지만 5대 시중은행에 버금가는 규모를 자랑한다. 이는 새마을금고 부실의 여파가 조합원과 소비자는 물론 금융권을 넘어 전방위적인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다른 상호신용금고와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높은 부실비율과 핵심 임원부터 실무진까지 비위행위가 낱낱이 드러나는 상황이지만, 금융당국은 새마을금고의 가장 든든한 조력자(?)를 자처하고 있다.
"위기 수준인지가 문제인데 (새마을금고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크게 우려할 사항은 아니라는 게 기본적 판단이다"(김주현 금융위원장, 금융지주 회장단 간담회 3월 31일)
금융위원장은 7월 7일 "정부는 모든 정책 수단을 다 활용해서 새마을금고를 이용하는 국민에게 재산상의 손실이 절대 발생하지 않도록 해나갈 것"이라며 사직동 새마을금고에 방문해 예금했다. 앞서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도 교남동 금고를 방문해 정기예탁금 상품에 가입했다.
금융위원장이 이같이 나서자 5대 은행(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산업은행과 기업은행도 나섰는데 6조2000억원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계약을 체결하며 새마을금고에 유동성을 공급했다.
현재 가장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지점은 역시 연체율이다. 연체율을 떨어뜨리기 위해선 부실화한 채권을 매각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손실을 보더라도 재빨리 현금화해, 정상 여신의 비율을 높이는 것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부실화한 채권, 즉 NPL 투자자들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야 한다.
정부는 연합자산관리(유암코)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동원했다. 새마을금고 자체적으로 NPL을 처리하는 MCI대부란 자회사도 있지만 현재로선 새마을금고의 NPL이 MCI대부에서 전량 소화하기 힘든 수준으로 파악된다.
유암코는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기업은행 등이 은행권 부실채권을 처리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다. 애초 새마을금고 NPL 매입과는 거리가 멀다. 현재 금융당국은 유암코가 새마을금고 NPL을 매입을 가능케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유암코 내부적으론 상당히 미온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새마을금고의 특성상 개별 금고와 협상을 통해 NPL을 매입해야 하는 과정이 번거롭고, 설사 매입한다 하더라도 해당 채권을 재매각하거나, 유동화해야 하는데 시장상황이 녹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한국성장금융의 대표적인 펀드였던 구조혁신펀드의 운용권한을 이관받고 현 정부의 구조조정 컨트롤타워 역할로 주목받는 캠코도 갑자기 분주해졌다. 올해 초 정부는 캠코에 새마을금고 NPL 매입하기 위한 자금으로 1000억원을 배정했는데, 새마을금고 범정부 대응단 구성에 앞서 캠코의 새마을금고 NPL 매입 금액을 5000억원까지(MCI대부 포함 1조2000억원) 늘렸다.
당시 한창섭 행안부 차관은 “최근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새마을금고 건전성 우려가 크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며 “새마을금고 연체율은 충분히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했다.
불과 2달 후인 9월 초, 새마을금고의 올 상반기 적자 금액이 1240억원으로 드러났다. 전년 동기(6780억원 흑자) 대비 약 8000억원 넘게 감소한 수치다. 이에 정부는 새마을금고의 NPL 매각 금액을 총 3조원으로 늘리고, 캠코에 2조원을 배정했다. 캠코의 한 해 투자예산은 1조80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당장 2조원의 현금을 동원하기 어려운 캠코는 공사채 발행까지 검토중이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자금 계획도 세우지 못했다. 만약 새마을금고 NPL 매입을 위해 대규모 채권 발행에 나선다면, 재무지표에 상당한 부담이 예상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캠코는 연초 대비 20배에 달하는 매입 부담이 생겼지만, 금융당국의 현실 인식은 외부의 시각과는 다소 다르다.
금융위원회 한 관계자는 "캠코의 투자 집행 계획은 수시로 변경되며, 경제 상황이 나빠지다 보면 애초에 생각지 못한 업무를 하는 경우가 있다"며 "연초에 생각한 것만 할 거면 기관(캠코)의 존재 의미 자체가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금융위원장, 한국은행과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 5대 시중은행, 캠코 등 공공기관이 총동원돼 새마을금고 살리기에 나서고, 조합원들의 예금보호를 위해 나랏 돈까지 수천억원 이상 지원될 수 있는 상황.
사실 새마을금고의 부실이 가속화할수록 한국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도 그만큼 커지는 것도 무시할 순 없다. 지금까진 PF 대출이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르며 금고의 건전성에 타격을 입혔는데 기업대출과 그보다 더 큰 가계대출도 추후 뇌관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에 앞서 새마을금고의 건전성이 다른 금융기관들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데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이유다.
이를 위해선 정치권의 선제적인 논의가 필수적이지만 현재로선 기대하기 어렵단 평가가 나온다. 새마을금고의 감독권한 이양은 이미 수년 전부터 논의돼 왔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번 국정감사에선 재무건전성에 대한 논의, 내부통제와 관련한 질타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는데 국회 한 관계자는 “(여당 의원들 중심으로) 이번 국정감사 때 새마을금고에 대해 문제 삼지 말자는 여론이 형성돼 있다”며 현재 분위기를 전했다.
사실 새마을금고가 대마(大馬)로 불리는 것은 불어난 자산 규모뿐 아니라 각 지역별로 뿌리깊게 박힌 인적 네트워크 때문이기도 하다. 1200곳이 넘는 개별 지역금고의 이사장은 각각 100여명에 대의원이 선출한다. 새마을금고 이사장들은 상당수는 정치권에 몸담은 이력이 있는 인사들인데 여당과 야당을 막론하고 정치권과 밀접한 관계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조직이다. 이는 새마을금고가 쓰러져선 안되는(不死)의 이유이기도 하다. 새마을금고의 치부가 낱낱이 드러나는 것이 불과 몇 달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해관계자들의 계산기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