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일자리 창출 과제 떠안은 은행
총선·이자장사 여론에 요구 거절 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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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채용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렸다. 대기업 채용문이 좁아진 상황에서 그나마 채용을 늘릴 수 있는 곳은 금융권이 거론된다. 상반기 정부 눈치에 채용문을 활짝 연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이 하반기에 얼마나 채용을 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부 눈치를 안 볼 수는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이 하반기 중 1000여 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은 하반기 채용인원보다 적은 250명 규모의 신입행원 공개채용에 나선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채용인원 대비 120명 줄어든 180명을 뽑겠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채용 규모를 늘려 250명을 채용한다.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은 아직까지 하반기 채용 공고를 내지 않았다.
한 국민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지 하반기 채용 규모를 정하지 못했다“라며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다“라고 말했다.
상반기에 채용문을 넓힌 은행들은 하반기에는 다소 인원수를 줄이는 모습이다. 상반기 채용인원을 대폭 늘려 놓은 터라 하반기 채용에는 다소 영향이 있었다. 지난 2월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금융권은 경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청년 일자리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길 바란다”라고 당부한 바 있다. 이후 실제 5대 은행 상반기 채용 규모는 전년 대비 60% 이상 증가했다.
아직까지 채용 규모를 결정하지 못한 곳은 은행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요구가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 상황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이란 큰 정치 이벤트가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의 요구를 무시하기 힘들다. 더군다나 ‘이자장사’로 사상 최대 이익을 갈아치우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요구를 거절하기는 쉽지 않다는 견해다.
비단 5대 시중은행뿐 아니라 아직 채용 규모를 정하지 못한 다른 금융권들도 채용 규모를 놓고 고민할 것으로 예상된다. IBK기업은행, 신협뿐 아니라 건전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새마을금고 등도 채용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인터넷은행 3사인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들도 채용 규모를 놓고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증권사들은 채용 규모를 늘리기 힘든 상황이다.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금융투자업계 채용규모는 지난해 대비 42%가량 줄어들었다. 하반기에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부 증권사는 승진인사 등도 미루는 등 내부적으로 인력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을 비롯해서 사회적 역할에 대한 요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라며 “총선 등 정치적 이벤트도 있다는 점에서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들은 채용을 놓고 고민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