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국정감사 시작인데
피감 대상자들과 함께 유럽 IR 나서
정치권에서도 불편한 기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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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유럽 출장이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피감 금융사들 대동하고 해외 출장을 가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논란이다. 특히 금감원이 횡령 및 사모펀드 사태 등으로 금융사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해외투자자에게 국내 금융사에 투자하라고 독려하는 게 모순적이란 평가다.
지난 13일 이복현 금감원장은 영국 런던에서 해외 투자자들을 만나 글로벌 투자유치와 현지 영업 확대를 위한 IR 행사를 열었다. 해당 자리에는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박종문 삼성생명보험 자산운용부문 사장, 원종규 코리안리재보험 대표 등 금융사 CEO들이 함께했다.
금감원장이 금융사 CEO와 함께 나간 해외 IR은 올해 상반기에도 싱가포르에서 있었다. 당시에는 윤종규 KB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 홍원학 삼성화재 사장, 원종규 코리안리 사장이 참여했다. 4대 금융지주 회장 모두 금감원장 주도하에 열린 해외 IR 행사에 참여한 셈이다.
상반기 싱가포르 행사가 진행 후에도 뒷말이 무성했다. 금감원장이 해외 IR을 나가는 것도 납득이 힘들고, 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한 금융사 CEO들이 금감원장 행사에 들러리 섰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해외투자자들 관심을 갖는 이슈에 대해선 핵심적인 이야기는 없고, 금융사 CEO들도 별다른 역할이 보이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실제 행사 이후에도 4대 금융지주에 대한 외국인의 순매도 행렬이 이어졌다.
한 외국인 기관투자자는 “우리가 듣고 싶은 것은 환율, 대북 문제, 금융회사의 해외진출이 아니다”라며 “일본의 사례처럼 정부에서 나서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올리지에 대한 실효적인 조치를 기대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선 여전히 외국인 투자자들은 궁금해하고 있다.
런던 IR에 대한 지적은 싱가포르 때보다 거세다. 당장 국정감사가 다음달로 예정되어 있다. 이번에 동행하는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이 국정감사 증인 또는 참고인으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물론 이들의 실제 소환 여부는 알 수 없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증인 채택 가능성을 초기 검토하고 있는 단계다. 이들 CEO에게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슈들의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지도 따져봐야 할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 이들은 관치 논란, 라임·옵티머스 사태 등 국민들의 공분을 산 이슈와 연관 있는 회사의 CEO로, 시시비비를 가릴 때의 당사자라고 할 수 있다. 제대로 된 검사에도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 국감 직전 금감원장이 이들 CEO와 함께 해외에 나간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야당은 이번 국감을 ‘금융국감’이라고 벼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마당에 금감원장이 피감 기관 CEO들과 해외출장을 가는 것은 야당 의원들에게 비난받기 좋은 소재다. 싱가포르 IR 때에도 야당의원들은 금감원장의 처신에 대해 문제삼은 바 있다.
이는 비단 국내 만의 문제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런던 IR에 참석한 해외투자자들은 한국 굴지의 금융사 CEO라고 소개받은 인물들이 한달 뒤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의 호된 질타를 받는 웃지 못할 상황을 마주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