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정부와 30~40조 규모 2차 계약 협상 중
수출입은행 자본금 확충 시 추가 금융지원 가능
법 통과는 미지수 "법사위서 후순위로 밀려"
시행령상 특별 사업 예외 적용 가능하지만
"특정 사업 몰아주기 형평성 논란" 불붙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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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수출입은행의 자본금 한도를 늘리는 법안 개정이 추진 중이만 단기간 내 해당 법안이 통과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수출입은행의 자본금을 15조원에서 30조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한국수출입은행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발의됐다. 수출입은행의 자본금은 지난 2014년 15조원으로 확대한 이후 10년간 법정자본금 수준에서 변동이 없었다. 해당 법안은 민간금융기관 참여가 어려운 방산·원전 등 산업에서의 수주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지원 주체인 수출입은행의 자본금 확충이 필요하단 이유에서 발의됐다.
통상적으로 무기 등 대규모 사업을 발주하는 국가는 입찰 당사국에 금융 지원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선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가 주로 금융지원을 담당해왔다.
한국수출입은행법상 수출입은행은 단일 차주에 대해 자기자본의 최대 40%까지만 신용공여(대출·지급보증 등 은행의 직간접적 거래)가 가능하다. 다른나라 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신용공여 시 적용되는 방식으로 산출한 1분기 기준 수출입은행의 자기자본은 약 20조원이다. 이에 따라 단일 차주에 금융지원할 수 있는 금액은 최대 약 8조원이다.
지난해 폴란드 정부는 국내 방산기업들(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KAI)과 124억달러(약 17조원)의 1차 방산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폴란드 정부는 이 중 12조원에 대해 우리 정부에 금융 지원을 요청했다. 현재 수출입은행은 무역보험공사와 각각 6조원씩 지원하는 방안을 협상 중이다.
이미 폴란드 정부에 대한 금융지원 한도(8조원)에 가까운 6조원가량의 수출입은행 금융지원이 예정돼, 국내 기업들이 2차 폴란드 수출 계약 과정에서 추가 금융지원을 받기 위해선 수출입은행의 자본금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로선 자본확충 법안이 단기간 내 통과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윤영석 의원실은 "법안심사소위에서 심사해야 하는데, 지금 다른 법안들로 인해 후순위로 밀려난 상태"라며 "법안이 통과가 된다고 해서 바로 (자본금이) 30조원으로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국회에서 예산을 받아서 자본금을 채워야 하기 때문에 2차 금융 지원에 관해선 수은이 우회로를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폴란드 정부와 대규모 수출 계약을 추진하고 있는 국내 방산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와 국내 방산기업 간 예상되는 2차 수출 계약 규모는 약 30조~4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입은행이 폴란드 정부와 2차 계약 건에 한해 예외적으로 특별 한도를 적용하는 방안도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시행령 제17조 5항에 따르면 '급격한 경제 여건의 변화 등 피할 수 없는 사유가 있는 경우로서 금융위원회가 인정하는 경우'에는 자기자본의 50%를 초과하는 신용공여가 가능하다.
실제로 특별 한도가 적용됐던 사례도 있다. 2010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 당시 수출입은행은 UAE에 8년간 100억달러(약 11조원)를 분할지원해야 했다. 수출입은행은 당시 자기자본이었던 7조5000억원의 40%인 3조원을 넘게 대출이 불가능했다. 수출입은행은 금융위에 특별여신한도 승인을 요청했고 2012년 한도가 11조7780억원으로 늘었다.
이번 폴란드 수출 건에 예외 적용을 할 경우엔 '일부 사업에만 정부의 수출 금융을 몰아주는 것 아니냐'는 형평성 논란을 피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국내 방위 사업체 한 관계자는 "훗날 캐나다 잠수함 사업을 비롯해 대규모 수주 사업이 남아있는데 한 쪽(폴란드 수출 건)에만 대폭 지원해 주면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한 관계자는 "방산기업들에만 예외 한도를 인정할 경우 다른 수출 기업들의 불만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며 “예외 적용까지 해가며 방산에만 몰아서 지원을 해주면, 중소기업이나 혁신사업 등 다른 수주 건에 지원을 해주지 어렵지 않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