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량 총동원하는 가운데 호반과 연합 여부 주목
하림 양재 부지가 접점?…공동개발 시 윈윈 기대
팬오션, 호반의 한진칼 주식 받아준 인연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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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시점 HMM 인수에 가장 가까이 있는 후보는 하림그룹으로 꼽힌다. 인수후보 중 자체 자금 조달 여력이 가장 많은 데다 국민·신한·우리 등 시중은행, 미래·NH 등 대형 증권사 우군도 확보했다. 재무적투자자(FI)와 자문사(EY한영, 율촌) 역시 일찌감치 낙점하며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다만 하림그룹의 우위는 경쟁사보다 낫다는 것일 뿐 HMM 인수에 충분하다는 것은 아니다. HMM의 기업집단 순위는 19위로 하림그룹(27위)보다 높다. 승자의 저주 우려, 기간산업의 중요성 등을 이유로 이번 매각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상당하다. 부족한 자금력을 HMM의 현금으로 충당하는 안이 거론되지만 여론의 역풍을 감수해야 하고 실현 여부도 확실치 않다.
결국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고 인수의 당위성을 세우기 위해선 스스로 안정적인 인수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자기 자금이든 외부 차입이든 '영혼까지' 끌어모아야 하는 상황이다. 인수후보들은 각자 활용 가능한 자산과 네트워크를 총동원한다는 의지를 보이는데, 하림그룹은 호반그룹과 손을 잡을 것이냐가 시장의 관심사다.
하림그룹과 호반그룹은 서로 닮은 점이 많다. 호남 태생 창업주가 일찍 자수성가해 지금의 가업으로 키워냈다. 다음 세대로의 승계 작업도 거의 마무리 됐다. 호반건설의 재계 순위는 33위로 하림그룹과 엇비슷하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과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은 돈독한 관계로 과거에도 여러 차례 공동 사업 안건을 논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김홍국 회장과 김상열 회장은 사세 확장을 놓고 경쟁하는 라이벌이면서도 사이가 돈독하다”며 “HMM 인수를 두고 손을 잡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두 그룹 창업주의 친분관계 외에 현실적인 접점이 될 만한 요소로는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부지가 거론된다.
이 땅은 과거 진로그룹 소유였는데 외환위기 이후 경매를 거쳐 시행사 파이시티로 넘어갔다. 그러나 파이시티 역시 각종 구설에 휘말렸고 개발 사업은 표류했고, 하림그룹이 2016년 자회사 NS쇼핑과 손자회사 하림산업을 통해 이 부지를 사들였다. 작년엔 NS쇼핑을 유통(NS쇼핑)과 투자부문(NS지주)으로 인적분할한 후 NS지주를 하림지주와 합병해 개발사업의 핵심인 하림산업을 하림지주 자회사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하림그룹의 양재 부지 개발 사업은 오랜 기간 진척이 없었다. 사업 초기부터 용적율 등 개발 방향을 놓고 서울시와 이견을 보였다. 하림은 서울시가 사업을 부당하게 지연시켰다며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2021년 감사원이 하림의 손을 들어주며 사업이 다시 물살을 탔다. 하림은 물류시설, 공동주택 등을 포함한 개발 계획을 서울시에 냈는데 이르면 연내 시의 심의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사업 규모는 6조원대에 이른다.
하림그룹 입장에선 HMM에 더해 양재 부지 개발까지 비슷한 시기에 수행하기엔 자금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지가 상승에 따른 재산세 부담과 사업 지연 손해를 감안하면 수천억원의 기회비용이 생겼다. 부동산 경기까지 불안정한 상황에 혼자 사업을 수행하는 것보다는 개발 사업에 전문성이 있는 호반건설과 함께 하는 편이 안정적일 수 있다.
하림그룹이 호반건설과 양재 부지 개발 이익을 공유하는 대신 HMM 인수 때 지원을 요청하는 방식도 고려할 만하다는 것이다. 이런 합의가 이뤄진다면 사실상 HMM 인수 부담을 질 전략적투자자(SI)가 두 곳이 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HMM이 팔린 후 재무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줄어드니 매각자 입장에서도 나쁠 것이 없다.
팬오션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의 향방도 관심사다.
작년 4월 호반그룹은 KCGI가 보유한 한진칼 주식 940만주(지분율 13.97%)를 인수했다. 콜옵션 구주와 신주인수권 행사 지분 등까지 확보하며 한진칼 2대주주에 올랐는데, 그해 12월 한진칼 지분 5%를 하림지주의 자회사 팬오션에 넘겼다. 주당 약 6만원에 인수한 주식을 주당 3만7715원에 팔았다.
당시 하림그룹이 호반그룹의 우군으로서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 뛰어든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는데, 하림그룹 측은 단순 투자목적으로 경제적 판단에 따라 결정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작년 말엔 국내 건설·부동산 업계에 찬바람이 불고 있었다. 당장 유동성 확보가 시급한 호반건설을 위해 하림그룹이 재무적 융통성을 발휘한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어느 정도의 명분과 실익만 주어지면 언제든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팬오션이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림그룹의 정점엔 하림지주가 있지만 실제 가장 존재감이 크고 HMM 인수에서도 중책을 맡아야 할 곳은 팬오션이다. 자금 조달을 위해 일부 선박을 매각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오는 상황에서 사업과 무관한 지분을 굳이 팔지 않을 이유가 없다. 팬오션의 출자지분 중 한진칼이 유일한 상장사고 규모도 가장 크다. 한진칼 시가는 4만원 이상으로 유지되고 있어, 이 지분을 호반그룹에 되 팔거나 시장에서 처분하면 차익도 기대할 만하다.
물론 두 그룹이 정말 손을 잡을지, 잡는다 하더라도 드러내놓고 움직일 수 있을지는 예단하기 이르다. 부동산 개발 사업은 서울시와 협력이 중요한데 사공이 늘어나는 것이 득이 될지는 의문이다. HMM 매각을 이끄는 정부 입장에서도 내년 총선을 앞둔 시기 특정 지역에 수혜를 줬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호반그룹 측은 “한진칼 지분 매매를 비롯해 과거에도 사업 협력을 위해 논의한 사례도 있기 때문에 하림그룹의 M&A마다 호반그룹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알고 있지만 HMM 인수와 관련한 이야기는 들은 바 없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