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력 사업 정리해 신사업 투자금 확보 목적
글랜우드, LG화학 진단사업 등과 시너지 기대
사업 인력 유지 핵심…직원들 설득 중요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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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케미칼이 제약 사업부를 사모펀드(PEF) 운용사 글랜우드PE에 매각하는 안을 추진한다. 신성장 자금이 필요한 회사와 헬스케어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인수자간 이해관계가 맞은 거래란 평가다. 막 초기 협상에 들어간 가운데 회사 인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해당 사업부의 직원들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이번 거래의 중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22일 M&A 업계에 따르면 SK케미칼은 최근 제약 사업부를 글랜우드PE에 매각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경쟁입찰 없이 글랜우드PE가 단독 협상권을 따내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잠정 거래 규모는 6500억원 안팎으로 거론된다. 글랜우드PE는 2호 블라인드 펀드와 공동투자펀드, 인수금융 등을 활용하는 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 대상은 SK케미칼의 라이프사이언스Biz 중 제약사업(Pharma 사업)이다. 천연물 관절염 치료제(조인스), 혈액순환개선제(기넥신에프), 패취형 관절엽 치료제(트라스트)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올 상반기 매출 규모는 1725억원에 달한다. 이 사업의 작년 매출 비중은 17% 수준이고, 성장세도 둔화하고 있어 이전부터 잠재 매각 대상으로 거론돼 왔다.
SK케미칼 측은 “이제 막 매각 협상에 들어간 단계로 구체적으로 정해진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SK케미칼은 친환경 소재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바꿔가고 있다. 2021년 순환 재활용(Circular Recycle) 기술을 도입한 코폴리에스터(에코트리아)를 국내 최초로 상업화 했고, 플라스틱을 무한하게 순환할 수 있는 생태계를 확대해 가고 있다. 울산에 이어 중국까지 생산 기반을 확장하는 모습이다.
SK케미칼은 2025년까지 그린·바이오 소재 분야에 1조2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번 제약사업 매각 대금 역시 신성장 사업에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는 2020년 한앤컴퍼니에 바이오에너지 사업부를 매각했고, 2021년엔 SK바이오사이언스를 상장해 조단위 자금을 확보한 바 있다.
핵심 성장 사업은 분할 후 상장하고, 비주력 사업이나 설비는 외부 투자자에 매각하는 행보다. LG에너지솔루션 상장, 비주력 석유화학설비 매각 등을 추진하는 LG화학의 모습과도 겹치는 면이 있다.
글랜우드PE는 LG화학의 진단사업부 인수를 위한 막바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SK케미칼의 제약 사업까지 인수해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글랜우드PE는 CJ올리브영을 포함해 2호 블라인드펀드의 투자 테마를 헬스케어로 잡고 있다. 추가적인 볼트온 거래를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거래 종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이제 막 실사 및 협상 초기 단계고, 해당 사업부의 분할 작업도 아직 시작되기 전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업부의 ‘핵심’인 인력들의 동요와 이탈을 어떻게 막느냐가 될 전망이다. 아주 작은 조직인 LG화학 진단사업부와 달리 SK케미칼의 라이프사이언스Biz에는 전체 직원 중 절반이 소속돼 있다.
최근 수년간 대기업들은 비주력 사업부를 분할해 외부 투자자에 매각하는 사례가 많았다. 매각 대상 사업부의 직원은 그 소속이 대기업에서 사실상 중소기업으로 바뀌기 때문에 불만을 갖거나 동요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곧 거래 좌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회사는 계약이 체결되기 전까지는 해당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기도 한다. SKC도 오래 전부터 매각을 추진했으나, 매각설이 날 때마다 사실무근이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글랜우드PE는 기업의 계열사나 사업부를 분할해 인수하는 거래(Carved out)에 대한 수차례 경험을 계기로 단독협상권을 받은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2020년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에서 PI첨단소재를 인수했고, 최근엔 SKC의 폴리올 자회사 SK피유코어 인수 협상도 진행 중이다. LG화학 진단사업부 인수에선 모든 직원과 면담을 실시했고 중요 인력을 전원 잔류시킨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