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안 중대하고 여러 지점에서 문제 적발됐다는 관측
5년간 정기검사 안했던 금감원에 책임론 부상하는 상황
대구은행, 시중은행 전환 추진하던 금융당국 '머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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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계좌를 무단으로 개설한 DGB대구은행(이하 대구은행)에 대한 금융감독원 검사가 한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사안이 가볍지 않다는 평가다.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해당 검사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시중은행 전환을 주도한 금융당국은 입장이 난처하게 됐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1일까지였던 금감원 검사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그만큼 중대한 문제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내부 통제 미흡 사항에 대해 면밀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검사 기한을 연장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대구은행은 직원 수십명이 고객 동의 없이 1000개가 넘는 고객 계좌를 문단으로 개설한 정황이 포착돼 지난 8월 9일 긴급검사에 들어갔다. 대구은행은 입출금통장과 연계해 증권회사 계좌를 만들 수 있는 서비스를 연계해야하는데, 직원들이 자신의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고객에게 알리지 않고 계좌를 무단으로 만든 것이 드러났다.
이에 대한 검사 결과는 아직까지 발표되지 않았다. 당초 대구은행 지점에서 1000건이 넘는 계좌가 무단 개설됐다고 알려졌으나 지점 한 두곳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추측도 제기된다. 그러다 보니 검사가 길어지고, 사안이 더욱 중대해 질 수 있다는 견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검사기간이 이렇게 길어지는 건 굉장히 이례적인 일로 통상적인 검사에 그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사안이 중대해 검사가 길어지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은행 측은 "금감원 검사에 대해 성실히 임할 것"이라는 입장만 밝혔다.
대구은행 검사가 길어지면서 금융당국의 입장도 난처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7월 은행권 경쟁촉진 및 구조개선 방안 발표를 통해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저축은행은 지방은행으로 전환이 가능하도록 기존 금융회사의 은행 전환을 적극 허용하기로 한 바 있다. 그 첫번째 대상이 대구은행인 셈이다.
해당 발표가 있을 때만 하더라도 30여년만에 신규 시중은행이 나온다는 것을 규제개혁의 신호탄으로 알렸다. 하지만 바로 다음달 대구은행에서 내부통제 문제가 발생하자 연내 시중은행 인가도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조사 결과에 따라서 시중은행 전환 자체가 힘들 수도 있다.
아울러 금감원이 지난 5년간 경남은행과 대구은행 정기검사를 실시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이번 내부통제 부실 사고의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대구은행과 경남은행을 대상으로 진행된 가장 최근 정기 검사는 각각 2014년, 2015년에 있었다. 금감원이 모든 금융기관을 세밀히 관리감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BNK금융과 부산은행 등은 10년간 정기검사를 받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지방금융지주와 은행에 대한 감독이 다소 느슨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앞선 관계자는 ”시중은행 전환을 발표한 금융당국 입장에서야 큰 문제 없기를 바라겠지만 검사 연기 등으로 미뤄봤을때 그런 상황이 아닐 수 있다“라며 “실무자 입장에선 문제가 보이는 상황에서 철저하게 검사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구은행의 연내 시중은행 전환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대구은행은 측은 시중은행 전환 TF팀을 구성해 9월 중으로 시중은행 전환 인가를 신청할 계획이었으나 내부통제 부실사고로 일정이 미뤄지는 상황이다. 금감원의 검사 발표 시기는 추석 연휴 기간 등을 감안해 내달이 될 가능성이 점쳐지는데 인가신청도 그만큼 밀릴 것이란 예상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구은행 시중은행 전환 인가에 어느정도의 기간이 소요될지 단언하긴 어렵다"라면서도 "이번 검사에서 부실한 부분이 드러나면 이를 더욱 꼼꼼히 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