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검사 결과도 안나왔는데'…숨죽이는 증권업계
업계 큰손인 미래에셋ㆍKBㆍ하나證 대응에 이목 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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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투자증권이 장단기 미스매칭(불일치) 전략으로 인해 채권형 랩·신탁 상품에 손실을 본 투자자들에 대한 선제적 배상에 나섰다. 비슷한 이슈로 부담을 안고 있는 다른 증권사들은 금융당국의 검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선 NH투자증권의 선제 대응에 대해 '규모가 적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채권형 랩·신탁 상품 운용 자금이 상대적으로 컸던 미래에셋ㆍKBㆍ하나증권이 어떻게 대응할지 증권가의 관심이 쏠린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만기 미스매칭 전략으로 손해를 입은 채권형 랩·신탁 투자자에 손해배상을 시작했다. 총 배상 규모는 약 100억원이다. 지난해 시중금리 급등 및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가격 급락하며 채권형 랩상품 손실 확대가 이슈화됐는데 미스매칭 기법을 활용한 것이 이를 더 악화시킨 부분이 있다는 점에서 일부 증권사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지난 5월 일부 증권사들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만기 미스매칭을 하면서 채권 파킹거래 등의 논란이 일었다. 이에 금감원은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랩·신탁 시장 불건전한 영업관행 등에 대한 테마검사를 진행했다. 하나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SK증권, 교보증권, 키움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이 금감원 현장검사 대상이 됐다.
현재 다른 증권사들은 만기 미스매칭으로 인해 커진 손실에 대한 배상은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연말께 랩·신탁 테마검사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데 이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KB증권과 하나증권,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했고 한국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교보증권 등도 같은 입장으로 전해졌다.
NH투자증권이 금감원 검사가 발표되기도 전에 선례를 만드는 것에 대해 증권가에서 자못 복잡한 속내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금융권에선 줄곧 만기 미스매칭이 관행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불법은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만기 미스매칭이란 고객에서 1년 만기 단기 신탁 상품을 판매한 뒤 실제로는 만기가 더 긴 기업어음(CP) 등에 투자해 수익률을 높이는 방식이다. 저금리 국면에선 투자자와 증권사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
다만, 금리 인상기에는 랩·신탁 계정에 담아둔 장기채의 평가손실이 불어나면서 적지 않은 손실을 기록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금융당국이 '불건전 영업행위'로 지목한 파킹·자전거래는 평가 손실을 만회해 고객에게 돌려주기 위해 무리하게 장부가로 거래를 하면서 드러나게 됐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파킹 거래 등 합리적이지 않은 가격에 채권이 거래되는 건 불법인데 그렇게 하기위해서 필수적인 선행조건이 미스매치다"라며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까다로운 고객사를 잡기 위해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주려고 폭탄을 돌리다가 금리인상으로 터졌다는 인상이 있다"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손실 규모가 작은 NH투자증권이 선제적 보상에 나섰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NH투자증권의 랩·신탁 운용자금은 조단위에 이르지만 손실 규모는 이에 비하면 적은 수준으로 알려진다. 이전 라임펀드 등 사모펀드 사태때 상대적으로 위험노출(익스포져)가 적었던 한국투자증권이 선제적으로 배상에 나섰던 모습과 겹쳐보인다는 설명이다.
이에 업계에선 하나증권, KB증권, 미래에셋증권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신탁 자금을 운용하는 업계 큰손들로 꼽히면서 대응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나증권의 경우 특히 SK그룹 주요계열사의 자금을 맡아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탁업계에서 가장 큰 고객으로 하나증권, 미래에셋증권, NH증권, KB증권이 꼽힌다"라며 "금리인상으로 채권평가손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라 이들의 대응책에 더 관심이 쏠린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