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관심은 삼성·마이크론-엔비디아 HBM 공급 여부
공식 발표 없었고 업황도 회복세인데…주가 '냉온탕'
HBM서 엔비디아 협력이 TSMC-애플 관계로도 비유
이목은 곧 있을 삼성전자 3분기 실적 발표회로 이동
-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는 문제가 D램 3사 핵심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HBM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메모리 반도체가 수주형 산업으로 변화하는 만큼 '큰손' 엔비디아를 고객사로 확보했느냐가 시장 최대 관심사가 된 탓이다.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와 미국 마이크론까지 엔비디아와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시장에선 구체적 내용을 두고 진실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현재 반도체 업계에선 이번 4분기부터 삼성전자가 HBM3를, 내년부터 마이크론이 HBM3e를 각각 엔비디아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파악 중이다. 이 때문에 벌써 내년 이후 양사가 SK하이닉스와 각 제품별로 엔비디아 내 공급 점유율 경쟁을 벌일 것이란 전망이 늘고 있다.
자연히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구체적인 공급 계약에 대한 궁금증도 커진다. 엔비디아가 SK하이닉스 외 여러 공급사를 거느리려 할 유인이 충분하다 해도 단기간 내 계약을 따내기 쉽지 않은 구조란 분석이 적지 않아서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 실적 발표회에서 'HBM과 같은 시스템인패키지(SiP) 제품은 기획 초기 단계부터 고객사와 연간 단위로 소통한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엔비디아와 협력 관계를 언급하지 않았음에도 시장에서 여러 얘기가 회자하며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연휴 이후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증권가에선 최근 불거진 삼성전자의 엔비디아향 HBM3 공급 난항설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 반도체 담당 한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4분기부터 엔비디아에 HBM3를 공급하게 됐다는 소식 이후로 한 달여간 시장에서 저가 수주 또는 조건부 계약이라는 등 여러 추정이 오갔다"라며 "아직까진 시장 내 삼성전자에 회의적 시각이 우세한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SK하이닉스 우위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라고 전했다.
반면 삼성전자 측은 "HBM 시장에서 여러 고객사와 계속 협력을 이어가는 중이며 개별 고객사와의 구체적 계약 내용은 언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선 삼성전자를 비롯한 3사 입장과는 무관하게 당분간 이 같은 진실공방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엔비디아와의 협력 관계가 HBM 시장에서의 리더십이나 이후 메모리 반도체 전반 경쟁력에서 그만큼 중요한 변수로 꼽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엔비디아와 HBM 공급 계약 체결 여부는 대만 TSMC와 애플의 협력 관계로 비유되기도 한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서 애플과 같은 대형 팹리스를 독점하느냐가 선두 격차로 이어지듯, HBM 역시 엔비디아를 고객사로 모셔와야 경쟁을 이어갈 수 있는 구조로 풀이된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TSMC가 애플 수주를 기반으로 과감한 선제 투자를 지속하며 시장 점유율, 수익성을 유지하고 후발주자를 따돌릴 수 있듯이 HBM 역시 단순 기술력이나 성능보다는 강력한 고객사 수주가 먼저 뒷받침돼야 한다"라며 "HBM 자체의 부가가치는 물론 시장 선점 효과가 기존 D램보다 높다고 보기 때문에 엔비디아와 협력 관계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황 자체는 최근 마이크론의 실적 발표를 통해 바닥을 벗어났다는 신호가 재차 확인됐지만 당분간 엔비디아 HBM 공급 이슈로 3사 주가가 냉온탕을 오갈 수 있는 셈이다.
마이크론은 지난 27일(현지시각) D램과 낸드 모두 고객사 재고가 정상화하며 내년 중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기존 수익성을 회복할 것이란 시각을 내놨다. 달리 말하면 삼성전자 주가가 확인 불가한 '구설'에 따라 오르내리기엔 업황 회복을 선 반영할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D램에 이어 낸드 역시 현물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삼성전자 주가는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이달 실적 발표회에서 HBM과 관련해 내놓을 발언에도 관심이 모인다. 삼성전자는 오는 10월 둘째 주 잠정실적을 발표한 뒤 실적 발표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