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민영화 성공…내년 중 잔여지분도 모두 처리 예정
십수년 이어진 매각 맨데이트 마침표…수익보다는 '상징성'
막대한 수수료 챙긴 삼일회계법인이 진짜 승자라는 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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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2001년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우리금융지주에 12조7663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고 이후 꾸준히 공적자금 회수 시도를 이어갔다. 2002년 우리금융 상장으로 일부 지분을 팔았고, 이후에는 주로 시간외대량매매(블록세일) 방식으로 지분율을 낮췄다.
정부의 우리금융 경영권 매각 움직임은 2010년부터 본격화했다. 삼성증권과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 JP모건 3사를 매각 주관사로 삼았다. 회계(삼일회계법인)와 법률(세종·광장) 자문사도 선정했다.
정부는 이듬해 우리금융 경영권 매각에 나섰지만 유효경쟁이 성립하지 않았다. 그 다음해에 기존 주관사단과 다시 자문 계약을 맺으며 재신임했고, 정부와 주관사단의 동행이 계속 이어졌다. 정부는 이후 과점주주 대상으로 민영화에 성공했고 여러 차례 소수지분을 팔아 지분율을 낮췄다.
이달 예보가 우리금융지주 잔여 지분을 우리금융지주에 매각하기로 함에 따라 20여년에 걸친 지분 매각 작업이 마무리됐다. 십수년을 함께 동고동락한 매각 주관사단도 한국 투자은행(IB) 역사상 최장수 맨데이트(자문 권한)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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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없는 장기 프로젝트였던 만큼 거래 환경도 시기마다 달라졌다. 예보가 팔아야 할 지분이 너무 많을 때는 원매자를 찾기 어려웠고, 이후 금융주의 매력도에 따라 입찰 성적표가 갈리기도 했다. 우리금융은 지주-은행-지주 체졔를 오갔고, 수장의 얼굴도 여러 차례 바뀌었다.
자문사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처음 매각 측이던 광장은 인수 자문을 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해 이탈했고, 이후 세종이 단독으로 법률자문을 수행했다. 워낙 오랜 기간 일을 하다 보니 자문 인력도 달라졌다. 자문 초기부터 계속 자리를 지키는 인사는 박태진 JP모건 아태지역 부회장, 강성범 미래에셋증권 부사장 정도가 꼽힌다.
주관사단은 업무 분장이 잘 이뤄진 덕에 일을 마칠 때까지 큰 갈등이 없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금융 민영화 과정에서 거둬들인 공적자금은 원금보다 많은 13조원에 육박한다.
다만 정부 사업 특유의 박한 수수료율과 세 곳이 보수를 나눠가져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각 자문사가 챙긴 돈은 괄목할 수준은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 2014년 소수지분 매각 때는 처분 금액의 0.25% 수준의 수수료를 세 곳이 수억원씩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몇몇 지분 매각 거래는 수수료가 더 박한 블록세일로 진행된 바 있다. 트로피는 얻었지만 투입 시간 대비 유의미한 수익은 아니라는 것이다.
통상 대형 M&A 거래에서는 재무자문을 맡는 IB가 자문료 대부분을 가져간다. 회계법인과 법무법인은 그보다 한참 규모가 작다. 거래의 가장 뒷단에서 위험 요소를 챙기는 법무법인이 눈이 번쩍 뜨일 돈을 챙기긴 쉽지 않다. 민영화 과정에서 세종이 주력으로 나섰고, 영문 계약서는 폴헤이스팅스(Paul Hastings)가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 민영화의 숨은 승자는 삼일회계법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민영화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회계법인은 다양한 상황에서 여러 잠재 원매자를 상대로 실사를 대응해야 했다. 민영화 도중 지방은행과 증권사를 처분하긴 했지만 은행, 카드 등 주력 계열사들의 상황을 때마다 정리할 필요성이 있었다. 일이 많은 데다 투입시간에 맞춰 수수료를 받았다. 시장에서는 삼일회계법인이 지금까지 챙긴 금액이 100억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일회계법인은 민영화 단계마다 주요 계열사들의 데이터 자료를 만들고 데이터룸(VDR)을 관리하는 등 일이 많았는데 투입 시간대로 수수료를 받았다”며 “민영화 완성의 승자는 매각 주관 3사가 아니라 회계자문만 맡은 삼일회계법인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