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 붙은 바이오 투자심리 속 나홀로 고공행진
2021년엔 주당 100만원도…현재는 70만원 수준
실적 우상향 곡선 뚜렷, 고금리에 설비 투자 부담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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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가 올해 매출 예상치를 4월에 이어 또 한번 상향 조정했다. 회사의 예상대로라면, 올해 매출은 약 3조6000억원으로 전년 20% 이상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의 실적을 기록하게 된다. 이는 화이자(pfizer)와 노바티스(Novartis) 등 글로벌 제약사와의 위탁개발생산(CDMO) 잇따라 체결하고, 4공장의 가동률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사실 삼성바이오의 호실적은 일정 부분 예상돼 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회사의 기업가치가 꾸준히 우상향 할 것인가', 그리고 '회사의 주가가 실적의 성장세를 오롯이 반영할 수 있는가'에 모인다.
삼성바이오의 현재 주가는 70만원대 초반, 시가총액은 52조원 수준이다. 지난 2021년만해도 한 때 주당 100만원을 넘기며 일명 '황제주'에 등극하기도 했지만, 이후 등락을 거듭하며 현재 수준까지 떨어졌다. 다른 제약·바이오 기업들과 비교하면 주가의 낙폭이 크지 않은 편에 속하지만, 꾸준한 실적 향상과 흑자전환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모습임에는 분명하다.
이번 회사의 매출 예상치 상향 조정은 바이오 기업들의 투자 심리가 극도로 얼어붙은 상황에서 나온 상당히 긍정적인 시그널이었단 평가를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바이오의 주가 상승률은 발표 당일 4% 수준에 머물렀고, 이튿날까지도 약 1%대의 상승세가 이어졌지만 눈에 띄는 수준은 아니었다. 이 정도 주가 상승은 회사가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할 때마다 흔히 볼 수 있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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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의 주가 상승이 다소 제한적인 원인으로는 ▲성장주에 대한 기대감이 다소 꺾인 금리가 상승기란 점 ▲그리고 실적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된 상태라는 점 ▲여전히 높은 설비투자 부담 등을 꼽을 수 있다.
금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선 설비 투자를 위해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기업의 부담이 늘어나면서 성장주에 대한 기대감이 꺾이기 마련이다. 삼성바이오도 마찬가지로 4공장을 준공을 위한 자금 투입이 지속적으로 이뤄졌고, 앞으론 5~8공장의 건립도 계획돼 있다. 수주가 늘어나는 만큼 설비 투자 비용도 점진적으로 늘어나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높은 금리 수준이 유지되는 상황이 회사에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삼성바이오는 현재 차입금 감축 기조를 명확히하고 있다. 신규 대출과 화사채 발행을 제한하면서 내년 6월까지 총 1조1429억원(단기차입금 6135억원, 장기차입금 5294억원)의 차입금 상환계획을 세워둔 상태다. 지난해엔 3조원대 유상증자를 통해 부채비율을 낮추기도 했다.
현재 벌어들이는 현금만으론, 설비투자와 주주들의 유인책 두마리 토끼를 잡기는 빠듯하다. 실제로 회사가 지난해 초 밝힌 배당정책은 2025년 이후, 잉여현금흐름(FCF)의 10% 내외의 현금배당을 검토하겠단 것이었다. 물론 배당 유무에 대한 투자자들의 가치 판단은 일부 엇갈린다. 다만 회사가 명확한 주가 상승을 담보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투자자들을 유인할 수 있는 방안이 부족하단 지적도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바이오가 흑자전환에 성공하고 매년 실적이 증가하고는 있지만, 회사의 설비투자에 더 많은 지출이 필요한 성장주로서의 전형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며 "이미 실적 향상 기대감은 주가에 충분히 반영돼 있기 때문에 당분간 급격한 주가 상승보단, 장기적인 우상향 곡선을 기대해 볼 순 있다"고 말했다.
일단 삼성바이오가 매출 목표를 상향한만큼 국내 증권사들도 삼성바이오의 목표주가를 조정하기 시작했다. 이미 100만원 이상의 목표주가를 설정한 증권사들도 나타나고 있긴하지만 그 시기를 단정하긴 이르단 평가도 있다.
삼성바이오는 삼성그룹 지배구조개편의 핵심이다. 삼성물산(43%)과 삼성전자(31%) 두 대주주의 공생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삼성바이오의 주가 향방에 달렸다는 말도 과언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