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또 뜨는 '국적항공사' 대한항공…이번에도 반전 카드 될까
입력 2023.10.12 07:00
    취재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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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2020년 1월30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한국발 중국 우한(武漢)행 전세기에 탑승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본격 확산하면서 중국 교민을 한국으로 수송하기 위한 작전의 일환이었다.

      코로나 진원지로 거론된 우한은 마치 전장(戰場)과도 같았는데, 우리나라 대기업 총수가 전장의 한복판에 뛰어든 이례적이고 과감한 행보였다. 

      당시엔 조원태 회장이 방호복으로 무장하고 기내에서 교민들을 맞이한 사진이 공개됐다. 이는 일종의 이벤트에 가까웠다. 업무 숙련도로 따진다면 조 회장이 기내 승무원에 못미치겠지만, 우한행 비행기 탑승은 경영인으로서 책임있는 자세를 부각하겠단 의도로 비치기에 충분했다. 당시 조 회장은 KCGI를 비롯한 주주연합의 경영권 공세에 시달리고 있었고 불과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주주총회에서 승리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사실 조 회장을 우한행 전세기에 탑승하게 한 건 '절박함' 또는 '절실함'이었을 것이다. 주주와 투자자들의 지지, 정부의 유무형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했다. 

      불과 몇 달 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의 행보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회장은 우리나라와 일본의 소재·부품 관련 무역 갈등이 첨예하던 2019년, 기업인 회의에도 불참한채 동분서주 움직이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반일(反日) 여론이 확산함과 동시에 이 회장에 대한 일부 긍정적인 여론이 조성됐다. 이 회장은 이순신 장군에 비유되며 마치 국민적 영웅처럼 회자되기도 했는데 공교롭게도 이 회장에 대한 대법원 선고가 한 달 남짓 남은 상황이었다.

      2023년 10월, 대한항공은 이스라엘 교민을 수송하기 위한 작전(?)에 돌입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이후, 확전 가능성이 대두하자 하루 빨리 교민들을 귀국시키기 위한 조치에 동참한 것이다.

      '수송으로 국가에 보은한다'는 뜻을 가진 '수송보국(輸送報國)'은 대한항공의 경영철학이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국가의 중대한 위기 상황에 대한항공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으로 국책항공사 역할을 다해왔다.

      조 회장이 우한으로 향하던 2020년과 비교해 대한항공의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정부의 지원 아래 조 회장은 확실한 경영권을 확보했고 매년 돌아오는 주주총회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남아있는 가장 큰 숙제는 유일한 경쟁사였던 아시아나항공의 인수이다.  화물사업부 매각과 유럽연합(EU)의 승인을 비롯해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조원태 회장의 의지는 상당히 강하다.

      조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100%를 걸었고, 무엇을 포기하든 합병을 성사할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로 향하는 항공기의 결항이 잇따르는 상황에서도 대한항공은 또 한번 이륙을 결정했다. 텔아비브로 향하는 'KAL'이 이번에도 조원태 회장과 대한항공에 반전의 카드가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