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업 등 다양한 방안 논의…미래에셋, "경영효율화 관점"
舊 대우증권 본사 사옥으로 "자취 사라지나" 아쉬움의 목소리도
고금리에 부동산 거래 쉽지 않은 환경…시기 아쉽단 평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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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증권이 과거 인수한 대우증권 본사 건물 매각을 검토 중이다. 합병 이후 본사를 을지로에 위치한 센터원으로 옮기면서 여의도 사옥(옛 대우증권 본사) 활용 방안에 대해 검토해왔지만, 매각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여의도 사옥은 미래에셋이 '미래에셋대우'에서 '미래에셋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한 이후에도 남아있던 대우증권의 상징 역할을 해왔다. 만약 매각될 경우 대우증권의 흔적이 그만큼 더 옅어질 거란 평가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현재 여의도 사옥(舊 대우증권 본사) 매각을 검토 중이다. 미래에셋증권은 부동산 투자자문사 등에 의뢰해 자산가치 평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경영효율화 관점에서 매각을 포함한 여의도 사옥 활용 방안을 다양하게 논의하고 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고금리 여파가 장기화하며 증권업계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증권사 입장에선 사옥을 보유하는 대신 매각해 자금을 확보하는 게 낫다는 분석이다. 자본 규모가 클수록 유리한 증권업 특성상 자산유동화를 통해 자본을 늘리고 수익 창출에 이를 활용하는 게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고금리 기조가 예상보다 길어지며 증권업계 실적 우려가 커지고 있어 현금을 확보할 유인도 있다.
실제로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011년부터 서울 을지로 센터원에 임차 형태로 입주 중이다. 센터원 건물은 미래에셋그룹 소속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설정한 미래에셋맵스아시아퍼시픽부동산공모1호 펀드가 소유하고 있다.
이에 미래에셋증권 내부에선 그간 여의도 사옥 활용 방법을 여럿 검토한 것으로 알려진다. 계열사 리츠에 자산을 편입하거나 개발사업을 통해 부동산 가치를 높여 매각하는 식이다. 논의 방향은 개발 사업으로 기울어졌으나 고금리 여파 등의 이유로 매각으로 선회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미래에셋증권 여의도 사옥 활용 방안은 지속적으로 논의됐었다"라며 "여의도 사옥을 리츠로 담는 방안이 제안되기도 했고 개발을 통해 가치를 높이는 안이 급물살을 타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매각으로 무게추가 기울었다"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여의도 사옥은 주요 업무권역인 여의도권역(YBD)에 위치한 프라임 오피스라는 점에서 상당한 가치를 평가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업계에선 인근 시가를 고려했을 때 평당 가격이 3000만원을 넘을 것으로 보는데 수천억원의 현금을 쥐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증권 여의도 사옥은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 56에 위치한 오피스 자산으로 지하3층~18층 규모다. 대지면적 4802㎡, 연면적 3만9087㎡다.
다만, 고금리 기조로 상업용 부동산 거래가 둔화한 상황이라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상업용 오피스 시장이 상대적으로 견조한 상태를 이어가고 있긴 하지만 부동산담보대출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자금모집이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5%대였던 부동산담보 대출 선순위 금리가 10월 연휴 이후 6%대로 올랐다"라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딜의 대다수가 자금모집의 어려움으로 딜클로징에 애를 먹고 있는데 앞으로 상황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여의도 사옥 매각으로 파란만장한 45년을 보냈던 대우증권의 흔적이 자취를 감출 것이란 평가다.
미래에셋증권 여의도 사옥은 과거 대우증권과 합병하면서 편입된 핵심 오피스 자산으로 대우증권 본사였다. 2001년 대우사태로 골드만삭스에 매각한 후 7년이 지난 2008년에야 대우증권이 다시 사들이며 되찾았다. 지난 2016년 미래에셋증권과 합병하면서 미래에셋생명 등 계열사들이 임대해 사용 중이다.
대우증권으로 입사해 미래에셋증권으로 통합된 임직원 일부는 이번 여의도 사옥 매각 검토를 두고 아쉽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두 번의 사명 변경을 통해 미래에셋증권에서 '대우' 글자가 사라졌고, 이제는 본사였던 건물도 주인이 바뀔 수 있어서다.
한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대우증권으로 입사하면서 미래에셋대우, 미래에셋증권으로 사명 변경을 두 번 경험했다. 대우의 이름이 사라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겠지만 여의도 사옥은 추억이 어린 곳인 만큼 매각 소식이 아쉽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