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 명단에서 회장ㆍ은행장 빠지며 맹탕 지적
정무위 내부서도 납득하기 어렵단 반응
-
금융권 국정감사가 본격 진행되는 가운데 금융지주 회장 및 은행장들의 출석이 제외돼 '맹탕 국감'이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거액의 금융사고가 이어지고 있지만, 막상 책임자들에겐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된 셈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내부 일각에서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는 오는 17일 금감원 국정감사에 출석할 금융권 인사 13명의 명단을 확정했다.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는 사모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내부자 거래 이슈와 이화전기 그룹 매매정지와 관련해 증언할 예정이다. 김응철 우리종합금융 대표는 브릿지론 과다수수료 논란과 관련해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금융사의 내부통제 부실 문제와 관련해선 7개 은행의 준법감시인들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박구진 우리은행 준법감시인, 이상원 국민은행 준법감시인, 이영호 신한은행 준법감시인, 이동원 하나은행 준법감시인, 홍명종 NH농협은행 준법감시인, 정윤만 BNK경남은행 준법감시인, 우주성 DGB대구은행 준법감시인 등이다.
이 외에도 피터 슈왈러 쉰들러코리아 대표와 전승호 대웅제약 대표가 각각 특정 사모펀드와 통정매매 의혹, 경쟁사 리포트 발간 무산 압력과 관련해 증인으로 나오게 됐다.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들이 금융위·금감원 국감 증인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반쪽 국감'이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올해 금융권은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내부통제 실패로 거액의 금융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는 등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당초 정무위 관계자들은 ▲이성용 농협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이재근 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등 시중은행 행장들을 증인으로 채택될 가능성을 거론했다. 각종 횡령과 자금유용 등의 사고가 발생한 곳들로 제대로 된 내부통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
그러나 지난 10일 의결된 금감원 국정감사 증인 및 참고인 명단에 은행장의 이름은 없었다. 금융권 사고의 최고 책임자인 은행장 대신 체급(?)이 낮은 준법감시인이 자리를 채운 것이다.
아울러 라임펀드 특혜성 환매 의혹이 새롭게 부상하며 판매사의 수장들도 국감 증인으로 언급됐으나, 실제 증인으로 나오게 된 인물은 없었다. 해당 이슈로 증인 채택이 언급되던 인사는 미래에셋증권의 최현만 회장을 비롯해 NH투자증권 정영채 대표, 대신증권 양홍석 부회장, 유안타증권 한국법인 리테일사업부문 신남석 대표 등이다.
이에 대해 국회 정무위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지주 회장 및 은행장 등 사안에 책임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인물들을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국감 명단에서 모두 빠졌기 때문이다. 시급한 현안이 쌓여있는 가운데 질의의 당사자가 증인에서 제외 돼 힘이 풀린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매년 국감에서 지적하는 사안들이 개선되고 있는지도 의문일 때가 많다는 설명이다.
한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금융지주 회장을 증인 신청 명단에 써냈지만, 결과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라며 "최근 현안의 심각성을 고려한다면 적어도 은행장은 출석해야 한다. 국감에서 지적하는 사항들이 제대로 개선되지 않아 문제라고 느낄 때가 많은데 준법감시인이 대신 출석하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지 답답하다"라고 말했다.
이에 일부 정무위 위원실에선 오는 27일 진행되는 종합국정감사에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들을 증인으로 채택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종합국감에 출석할 증인 명단에 대해선 국회 정무위가 20일까지 의결해야 한다. 해외 출장으로 금융위·금감원 국감에 참석하지 못한 금융지주 회장들도 27일에는 출석이 가능할 것으로 추측된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금융지주 수장을 종합국감 증인으로 채택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라며 "일부는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종합국감은 통상적으로 앞서 진행된 금융위, 금감원 국감에서 질의가 미비한 증인들을 출석시키기 때문에 회장들이 증인으로 소환될 가능성이 작다는 예상도 나온다.